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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핑크 플로이드 <Oh By The Way> [10]
핑크 플로이드 <Oh By The Way>



올해 초였던가. 퍼플레코드에서 우연히 보고 확 지를까 말까 했던 음반이 하나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세트인 <Oh By The Way>. 핑크 플로이드는 희안하게도 가장 먼저 전작을 컬렉팅한 밴드였는데 모두 LP시절의 업적인지라, 이들의 CD는 단 한장도 갖고 있지 않은 터였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LP미니어쳐로 제작한 박스라니! 그동안 핑크 플로이드 박스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나도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20만원이 훌쩍 넘는 미친듯한 가격에 구입을 망설이는 것 역시 당연한 일. 내내 마음속에만 담아 두고 있다가 얼마전에 아마존에서 중고 씨디를 왕창 살 때 이것도 사려 했다. 15만원 정도의 가격이었던지라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그런데 왠 걸. 다른 음반들은 문제가 없는데 이 놈만 해외배송불가라고 뜨는 것. 왠만한 셀러들은 다 마찬가지여서 포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알라딘을 뒤지던 중, 재입고가 되었는지 떡하니 나와있었다. 국내 판매가는 역시 20만원이 넘었지만..... 그동안 쌓은 포인트와 무이자 할부의 힘을 모두 빌려 주문했다. 어제 저녁의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리도 배송이 빨랐나. 오후에 브릿팝시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Live Forever : The Rise And Fall>을 감동에 젖어 보고 있는데 띵동띵동.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설마? 맞았다. 박스를 뜯는데, 활짝 열어놓은 창에서는 햇볕이 미친듯이 쏟아지고 스피커에서는 노엘 갤러거가 블러와의 남북전쟁을 회상하는 인터뷰 내용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핑크 플로이드라니. 이것이야말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의 몇 안되는 순간이 분명해, 라고 되뇌이고야 말았다.

보기에도 당당한 저 박스의 위용. 모든 핑크 플로이드의 작업이 그렇듯 힙그노시스의 스톰 소르거슨이 작업한 아트워크다. 가운데, 사람의 실루엣은 아마 시드 배릿을 이미지화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케이스에서 꺼낸 하드케이스 박스. 이 박스의 뚜껑을 열면 본격적으로 내용물의 세계가!

바로 이렇게 말이다. 핫핫핫핫.

씨디를 몽땅 꺼내서 기념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급 귀찮아져서 대충 몇장만.....

박스 세트가 으레 그렇듯 보너스로 사소한 것들이 들어 있는데 이건 마우스 패드. (그런데 너무 작은 데다가 아까워서 그냥 박스 속에 넣어두기로.)
꼬깃꼬깃 잘도 접어 넣은 포스터도 들어있다. 그러나 너무 꼬깃꼬깃 접힌 포스터는 붙여 놓으면 없어 보이므로 그냥 소장을 위해 박스에 넣어두기로 결정.


보통 박스세트는 위아래 사이즈 때문에 별도로 보관할 수 밖에 없는데 저렇게 사이즈도 딱 맞으니 보관도 매우 용이. 이거 보고 침 질질 흘릴 핑크플로이드 빠돌을 몇 아는데, 조만간 그들을 초대해서 염장질을 할 작정이다.

사실 전작 앨범을 소장하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 컬렉팅을 실현해야하는 뮤지션이 있으니 비틀즈처럼 모든 노래들이 다 킹왕짱인 경우와 핑크 플로이드처럼 디스코그래피 전반에 걸쳐 음악적 진보를 실현한 (물론 로저 워터스 시절까지만) 밴드는 반드시 전작을 모아야한다. 이 박스 덕분에 데이빗 길모어의 핑크 플로이드까지 얻게 됐지만 다른 앨범들만큼 듣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한 번 들으면 다행이겠지. 여기 수록된 음반들은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인데, LP들과 비교해가면서 들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겠다. 화창한 오후의 화창한 즐거움이다. 물론, 음악은 하나도 안 화창하지만.






by 김작가 | 2008/08/26 18:11 | 상수일지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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