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GMC
2009/03/09   아폴로 18 <Apollo18> [8]
아폴로 18 <Apollo18>


연주로만 청중을 몰입시키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 보컬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록에서는 더욱 힘들다. 탁월한 연주는 주연급 조연은 될 수 있어도 주연 그 자체는 되기 어렵다. 하여, 특정한 악기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밴드가 끌고 가는 연주 음반이란 배우없는 영화가 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자연 다큐멘터리가 종종 휴먼 다큐 이상의 감동을 주듯, 한국 록의 흐름에서 탁월한 연주 집단들이 있었다. 한국의 슈게이징을 완성했던 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가 모던 계열의 정점이었다면, 하드코어계열 최초의 연주 밴드일 아폴로 18은 헤비니스 계열에서 연주만으로 어떻게 격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리더이자 베이시스트가 한 때 해파리소년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김대인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데뷔 EP에서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그리고 스크리모의 정수를 끌어 모아 새로운 문법으로 재조합한다.목소리가 거세된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의 만남은 역으로 보컬에 구애받지 않고 침잠하는 서정과 역류하는 분노의 양극단을 오간다. 바셀린과 할로우잰의 그 멋진 보컬들을 빼고도 느낄 수 있었던 그 파멸의 격노를 아폴로 18은 연주만으로 구현한다. ('End'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보컬이 흐름을 주도하는 곡이다.) 조와 울을 넘나들고 애와 락을 함께 쥐어짠다. 영화없는 사운드트랙이요 활자없는 서사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 비탄과 노여움은 아폴로 18에 의해 이리도 아름답게 조우한다. 전통적인 장르 음악의 퇴조가 눈에 띄는 지금, 하드코어의 명가 GMC레코드는 새로운 답을 얻었다. 침묵하되 많은 것을 담지하는 문장 아닌 문장을.

 


Warm

by 김작가 | 2009/03/09 05:3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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