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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5   뱀파이어 위크엔드 <Contra> [5]
뱀파이어 위크엔드 <Contra>

장기하와 마찬가지로,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정식 데뷔하기도 전에 인터넷을 통해 스타가 된 밴드다. 콜럼비아 대학교의 친구로 만난 그들은 밴드를 결성했고, 졸업을 전후해서 CD-R로 구워서 만든 동명의 EP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화제를 모았다. 펑크를 바탕으로 아프로 팝, 자마이칸 덥, 중동 음악 등이 뒤섞인 그들의 음악에 열광한 층은 뉴욕과 런던의 힙스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영국의 인디 레이블인 XL과 계약을 맺고 2008년 1월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무난히 진입했다.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2009년 영국 NME의 기획 특집 '미국을 다시 쿨하게 만든 밴드 25'에 그들이 1위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자.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좀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멕시코와 뉴욕에서 작업한 두번째 앨범은 <Contra>라 명명되어졌다. 1월 초 발매됐으나 일주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밴드의 마이스페이스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개됐다. 힙스터들은 또 한번 열광했다. 그리고 <Contra>는 역사상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된 앨범 중 열두번째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영국 인디 레이블의 앨범으로는 두 번째였으나, 첫 번째가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s>였음을 상기한다면 사실상 처음이라 해도 될 것이다.

스트록스에서 시작된 뉴욕발 인디 록 대전의 변종적 연장선상에 그들의 데뷔 앨범이 있었다면, <Contra>는 이를 뛰어 넘는다. 펑크를 뿌리에 두고 세계의 여러 음악을 얹는 단계에서 그것들을 하나로 섞는 경지로 나아간다. 애초에 세계의 모든 음악들은 결국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류가 뭔가를 두드리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듯. 캠든 타운의 지하실과 사반나의 대초원, 중동의 사막과 카리브해의 옥빛 바다, 그리고 브루클린의 가도가 바벨탑 이전 세상의 연회처럼 펼쳐진다. 조울증 환자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는 리듬의 완급은 베이스가 잡아주고, 클래식한 선율과 민속음악의 곡조, 일렉트로니카의 루프를 오가는 키보드가 열 곡의 노래에 색깔을 입힌다. 소심하되 적확한 보컬 멜로디는 이 앨범에 들어있는 여러 이질적 요소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다. 폴 사이먼과 클래시의 유전자가 <Contra>를 통해 긴 잠을 멈추고 회춘해서 깨어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반복해서 들을 수록 새로운 환희가 겹겹이 쌓인다. 본문만 읽어도 즐겁고, 각주까지 다 보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과 같다. 풍성하고 깊으며 섬세한 사운드는 하이 파이의 쾌감을 다른 방식으로 일깨워주는 열쇠다. 이 네 명의 재간둥이 멀티 플레이어들은 <Contra>로 주목할만한 신인 밴드에서 음악계의 중요한 아이콘중 하나로 진화했다. 2010년의 결산에서, 이 앨범은 가장 돋보인 앨범 리스트에 반드시 그 이름을 올릴 것이다. 세배돈의 일부를 투자해도 좋다.




by 김작가 | 2010/02/15 05:18 | 음악이 해준 말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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