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킹스오브컨비니언스
2009/12/28   2010년 내한공연 백서 [18]
2010년 내한공연 백서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대한 프리뷰 기사를 쓰면서 대략 이런 문장을 쓴 적이 있다. '한 때는 팝의 양로원이었던 한국이 변하고 있다.' 2009년을 보내면서 그 문장을 너무 성급하게 썼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연하지. 오아시스를 시작으로 비욘세, 빌리 조엘, 레이디가가, 위저, 베이스먼트 잭스, 크립스(자니 마), 미카,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등을 한 해에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냔 말이다. 그런데 201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작년에 그 문장을 써먹었으면 역시 같은 생각을 하며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표현을 그리 빨리 써먹었다니 너무 촐랑댔어, 하면서. 올해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형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는 까닭이다. 


새해 첫 주, 즉 1월 7일 영국 밴드 뮤즈가 세번째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2007년 초 4집 <Super Massive Blackhole>투어로 처음 한국을 찾은 이래, 그 해 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도 그야말로 환상적인 라이브를 선보였던 그들이다.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듯한 완벽한 연주는 그렇잖아도 복잡한 사운드가 담긴 앨범을 그대로 재현하는 걸 넘어 레코딩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라이브의 에너지를 사방으로 뿜어낸다. 그들이 공연을 하고 간 자리에는 언제나 극찬의 리뷰가 따르고 확 올라간 입지가 함께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랬다. 아무래도 관찰과 기록을 위해 공연을 보는 입장인지라 왠만하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난리를 쳤던 기억이 또렷하다. 펜타포트 공연을 보면서 취재 수첩에 '음악의 자궁안에 들어와있다'라는 괴상한 메모를 휘갈겨 썼더랬다. 함께 공연을 본 모 뮤지션은 '너무 잘해서 싫을 정도네요'라고 말했었다. 헤비 메탈과 기타팝, 프로그레시 록을 장점만을 고루 취합하여 거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뮤즈는 최근 앨범 <The Resistence>에서 보다 견고한 자의식과 아트 록의 방법론을 시도했다. 큰 공연장에서 볼수록 그 장엄함을 만끽할 수 있는 음악이다. 2010년의 스타트로는 더없이 적합한 공연이 될 것이다. 진탕 소리지르고, 진탕 놀고 푹 쉬면 된다...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 여운이 가기도 전에 그린데이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날짜는 1월 18일. 뮤즈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너바나가 불을 지핀 그런지 혁명에 펑크 리바이벌을 더하며 그 시대를 완성 시킨 그린 데이다. 그들과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밴드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지만 그린데이는 2004년 <American Idiot>으로 경력을 리셋시켰다. 로큰롤 하이스쿨의 악동 학생 같았던 그들이 어엿한 교사가 되어 로큰롤 하이스쿨에 취임한 것이다. 94년 앨범이었던 <Dookie>에 담겨있던 'Basket Case' 'Welcome To The Paradise'같은 노래들이 '루저'라는 단어가 지금과는 다른 의미였던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손짓한다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Gloria'같은 최근의 히트곡은 지금 청춘의 열기를 뿜어내는 이들을 유혹한다. 추억이자 동시대인 몇 안되는 밴드, 그린데이의 라이브도 정평이 나있다. 2004년, 그들은 서머소닉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 히트곡을 줄줄이 연주하며 객석을 후끈 달군 후 앵콜 무대에 올라 퀸의 'We Are The Champion'을 연주했다. 소극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완급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며 객석을 쥐락펴락하기로 소문난 그린 데이의 라이브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 때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심장을 손으로 눌렀다가 어루만졌다가 다시 쥐어 짜는듯한 그 느낌을.


그린 데이가 한국을 떠난 후에는 킬러스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2월 6일 올림픽 홀에서 열리는 킬러스의 공연도 많은 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LA에서 결성되어 'Mr. Brightside'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그들은 최근 앨범이자 3집인 <Day & Age>에서 'Human' 'Spacemen'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 록의 격정과 영국 록의 모던함을 고루 갖추고 있는 그들은 뮤즈, 콜드플레이와 더불어 2000년대 등장한 밴드들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밴드일 것이다. 그말인즉슨 지금이 경력의 정점, 또는 정점으로 가는 길에 있다는 얘기다. 이런 팀의 공연을 보는 것이야말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어디 그 뿐인가. 3월 20일에는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와 더불어 영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제프 백이 한국을 찾는다. 4월 4일에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모던 록 팬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포크 록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 열린다. 아직 발표는 되지 않고 있지만, 유력한 소문이 돌고 있는 아티스트들까지 포함하면 일년 내내 거물급 뮤지션들의 내한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름과 가을의 페스티벌 시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갑자기 내한 공연이 쏟아지는 데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한국 공연 시장의 지명도와 신뢰가 국제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옐로우나인, 액세스, 프라이빗 커브 등 몇 몇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공적인 공연이 이어졌고, 이는 다른 아티스트들도 믿고 한국을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게다가 한국을 찾는 뮤지션들마다 관객의 수준에 경탄을 했고,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일종의 보증 수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업계와 관객의 이인삼각이 펼쳐진 셈이다. 음악 산업의 중심이 음반에서 공연으로 쏠리면서 뮤지션들의 월드 투어에 포함되는 도시가 늘어나는 추세도 한 몫을 한다. 새 음반이 나오면 음원을 홈페이지나 마이스페이스 등을 통해 공개하고, 대신 더 많은 이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들이는 일은 더 이상 새로운 전략도 아니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악의 포맷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원은 '소유없는 복제'에 다름 아니다. 복제는 원본에 대한 열망을 부른다. 음악에서 가장 긍극적인 원본이란 당연히 공연이다. 실시간으로 들려지고, 현실로써 존재하며,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은 하드 디스크상에서만 존재하는 음원과는 격이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음반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뿌듯함이 사라진 자리를 공연관람에 대한 열망이 대체하는 것이다. 초대권 구하기가 꽤 쉬웠던 한국의 공연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열망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티스트를 이 땅의 무대에 세우는 열망이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한겨레21

by 김작가 | 2009/12/28 11:39 | 스토리 | 트랙백(1) | 덧글(18)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Contra 페스티벌 블로그 이병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글래스톤베리 씨엔블루 그린데이 전망 인디 밥딜런 트위터 아감벤 오아시스 문화정책 매시브어택 내한공연 국카스텐 레미제라블 FnC 철학성향테스트 들뢰즈 아이돌 맑스 어떤날 2010 루시드폴 VampireWeekend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