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장윤주
2008/04/12   정재형, 장윤주 인터뷰 [2]
정재형, 장윤주 인터뷰
 Ten Years After, Ten Years Before


90년대 뮤지션의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베이시스를 통해 이름을 알린 정재형도 그 행렬에 가세했다. 베이시스의 리더로서 두 장의 앨범을 남긴 후, 그는 파리로 날아갔다. 한참 좋을 때에 다시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냈다. <미스터 로빈 꼬시기>등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클래식에 기반을 둔 그의 음악은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격조있는 애수로 대변되왔다. 그런 정재형의 세 번째 앨범<For Jacqueline>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6년만의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알게 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들어본 적 없던 질감의 소리를 담고 있다. 그의 오랜 소울메이트이자 모델 이상의 모델인 장윤주도 그가 만든 노래 한 곡을 불렀다. 모델을 하다가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녀가 취해왔던 포즈, 그녀가 써왔던 책과 마찬가지로, 노래는 그동안 장윤주가 해왔던 표현의 일환이다. 정재형과 장윤주를 함께 만나기로 했다.


4월 4일 4시 반 쯤, 청담동 스튜디오 문을 열고 정재형과 장윤주가 들어온다. 둘은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있다.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어색하다”는 정재형과 프로 모델답게 컷 컷 마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을 짓는 장윤주. 과연, 한 명은 뮤지션이고 한 명은 모델이다. 그들을 만난 날은 정재형의 앨범이 갓 발매됐을 무렵이다. 촬영이 끝나고 그들과 마주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장윤주가 “오빠, 이것봐”라며 정재형을 툭툭 친다. “뭐?” “윤주야. 이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누구냐”라고 적힌 문자를 보여준다. 정재형은 껄껄, 웃는다. 그 때 그들에게 물었다.

김작가 둘이 알고 지낸지 꽤 된 것 같다.

장윤주 오빠랑 알고 지낸지는 거의 6년쯤 된 것 같다. 홍진경씨 통해서 만나게 됐는데 처음에는 친한 오빠 동생으로 만나다가 나도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작업까지 하게 됐다.

정재형 우리 (정)원형이형 통해서 만난거 아니었어?

아 맞다.

이 친구가 서울예대 영화과를 나왔는데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실용음악과 수업을 청강하고 그랬다.

그러다보니 거기 교수인 정원영과 친분이 쌓여 이적, 김동률 등을 소개받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다가 재형이 오빠를 만나게 됐는데, 듣는 소리 뿐만 아니라 비주얼에 대해서도 민감한 사람이라 모델로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인 것들을 좋게 봐줬다. 원래 진작부터 작업하려고 했다.

우리가 서로 게을러서 그랬다. 윤주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게 자기가 작업한 노래를 들려줬다. 몇 년전에는 학생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안에 소녀가 있는 거다. 그래서 작업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앨범 낼까, 그런 얘기도 하고. 그러다가 난 파리를 가게 됐고 갔다와서는 영화음악 걸리고...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됐다. 이 친구도 겁이 많아서 쉽게 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그러다가 ‘지붕위의 고양이’를 썼는데 딱 윤주가 떠올랐다.

장윤주의 목소리에 대해 평가하자면?

복잡하다. 청아하면서도 처연하달까. 맑은 하이톤인데도 슬픔이 있다. 밝음도 있고. 디렉션을 잘 따라와서 작업도 잘 된다. 윤주 목소리에 묘한 게 있다.

너무 감동이다~

장윤주는 남궁연과 작업한 적도 있지 않나.

솔직히 그때는 처음이었는데 뭘 알았겠나. 그냥 질러야지, 하고 했는데 박정현 같다고 하더라.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힘 빼는 게 훨씬 낫다고 바꿔준 게 남궁연씨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라질 음악을 좋아하게 됐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변한 것 같다.

정재형과의 작업은 좋았고?

오빠 노래 부르면서 너무 좋았다. 그 전에 다른 곳에서 노래 불러달라고 하면 섣불리 안했다. 나를 아는 사람과 작업하더라도 콕 찝어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재형이 오빠와는 6-7년전부터 같이 하자고 해서 이번에 노래하자고 했을 때 이제야 이뤄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어 오빠 알았어.’ 편하게 임했다.

<For Jacqueline>은 어떤 컨셉의 앨범인가. 요즘 유행하는 시부야케이나 라운지와는 많이 다른 일렉트로니카다.

일본쪽의 장식적이고 요란한 요소 보다는 미니멀하고 앰비언트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리듬이 공격적인 부분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라디오 못나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중이 일렉트로니카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멜로디와 가사의 느낌에 신경을 썼다.

국내에선 흔히 들을 수 없는 형태의 음악이다. 그렇다고 비슷한 외국 뮤지션을 꼽기도 어렵다.

레퍼런스는 갖고 있었는데 정확히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아오키도 그렇고 주노도 그렇고 이게 완성되면 유일무이한 작품이 될거라고 말하면서 작업을 했다. 모두에게 생소한 작업이었다. 일본에서 믹싱할 때도 기준을 잡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의 크기, 리듬이 차지할 공간, 노이즈의 색깔 등 싸움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만족하나.

만족도도 크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예전에는 뮤지션으로서 욕심이 많았다. 진지함, 자기 연민 같은 것들. 이번 앨범에서는 편해졌다. 영화음악 감독으로 보여줄 게 있고, 클래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따로 때어냈기 때문에 메이저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와 실험적인 마이너리티가 결합되서 전보다 훨씬 가벼워질 수 있었다.

장윤주가 듣기에는 이번 앨범, 어떤가.

솔직히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다. 오빠는 그 전에는 어떤 면에서는 극도로 우울하기도 했고, 표현하고자 하는 범위들이 한정되있지 않았다. 그래서 무한히 나오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번 앨범을 봤을 때는 오빠가 정서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꼈다. 느낌 자체가 밝아졌고, 그 전에는 느낄 수 없던 분들이 느껴진다. 이런 얘기를 했다. 오빠의 팬으로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거고, 오빠가 어떤 음악을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뮤지션으로서 깊어진 것 같다. 파리에서 공부한 모든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앨범에 이어 책도 낸다고?

<빠리 토크>라고, 이번 앨범의 맥락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예전 내 음악이 거대하고 알모도바르 감독의 컬러를 가졌다고 하면 이번에는 홍상수처럼 담백한 질감을 갖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관찰해보자는 취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상에 대한 얘기를 책으로도 내는 거다.

정재형은 어떤 사람인가.

지휘자 같은 느낌이 난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달까. 나중에 오빠가 클래식 앨범도 낼 것 같다. 교향악단 같은 것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영화 음악은 네 편했나?

다섯편일 걸

뮤지션들, 영화음악 하고 싶어하잖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많고. 옆에서 봤을 때 가슴속에 남을만한 클래식한 앨범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나 냈는데? 지금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젊은이들이라고 해서 MIK1집에 내 곡 ‘’L'etna'가 있어. 초연은 용극장에서 했고.

7년동안 파리에서 공부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잖나. 지금 내가 스물아홉인데, 그 때 모든 걸 버리고 갈 수 있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말 대단한 결심으로 간건가?

너무 쉽게 갔다. 그냥 가야지, 하고. 스물아홉때 40-50살 먹으면 대중음악인으로 어떻게 멋있게 늙을지가 잘 안 보였다. 조금 다르게 늙고 싶었다. 남들이 기억하는 베이시스, 이런 것 보다는 내 자신이 먼저다. 음악이 직업인 데 한계가 너무 보였고 도구가 많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건 내가 클래식 공부를 했고 여건이 좋았다. 처음 4-5년은 고생스러웠지만 남들이 가졌어야할 스무살 번민의 시기를 삼십대에 파리에서 보냈다고 생각한다.

파리와 서울의 문화적 차이점은 뭘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들끼리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다. 반면 파리 아티스트 집단들의 코워킹이 너무 멋있다. 패션을 패션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문화로 받아들이는 거다. 자기 분야 뿐 아니라 미술, 사진, 음악, 문화 전체를 읽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주한테도 말한다. 모델은 모델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재능 중 모델이 있는 것처럼, 같은 맥락으로 음악을 하면 되는 거라고.

그런 파리의 문화에 젖어있다가 한국에서 활동하면 갑갑할 수도 있다.

다르지만 현실이다. 나도 메이저 음반사랑 계약을 한 사람이고. 그런 부분은 유연해야한다. 옛날 같으면 까탈이 한없이 치달을 때도 잇었지. 유럽에서 고생을 직살나게 해보니까 현실이 다른 게 아니라 상황이 다르더라.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음반을 냈지만, 역시 시대는 디지털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때문에 뮤지션들이 많이 힘들다. 뻔한 소리지만.

우선, 소비의 형태에 창작자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 것 같다. MP3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공유하게 만든 고마운 매체지만, 음악의 매체 변화 방식에서 유일하게 음질이 떨어진 상태로 보급됐다. 요즘 음질을 높인 포맷도 나오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테크놀로지와 아이디어는 유기적으로 가야한다. 외국은 인터넷이 이리 빨리 발달하지 않아서 그냥 테크놀로지에 머물렀다. 우리는 팔기 위한 수단이 먼저 나왔다. 반면 미국만해도 아이튠스가 나오면서 저작권을 이상적으로 풀어냈다. 저작권 문제를 확립해야한다. 산업을 산업으로서 인정하지 못하면 음악 산업을 포기해야한다.

컴퓨터를 잘 못한다. 음악도 CD로 듣는게 더 좋다. 친구들이 CD를 왜 사냐고 하는데 다운을 안받아 봤다. 소장욕구도 강하고. 도토리로 산 배경음악도 7천곡이 넘는다.

나는 인터넷 상거래를 못믿어서...

소장하고 있는 CD도 엄청 많다. 기쁨이 있다. 전에는 CD 알맹이만 빼서 가방에 넣었는데 지금은 꼬박 꼬박 케이스에 넣는다.

그렇지 그게 좋지. 나는 유학가면서 다 버렸어 흑흑.

예전에는 옷을 접어놨다면 지금은 하나 하나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CD도 마찬가지로 그 소중함을 제대로 간직하고 싶은 거다.

파리에 있는 친구들은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름으로 다 바꾸고 있더라. 아날로그의 퀄리티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건 디지털의 순기능이 아닐까. MP3는 나쁘지 않다. 테크놀로지가 나쁜가? 한 곡 한 곡 소비하다면 결국 깊이에 대한, 음질에 대한 존재감이 형성될 것 같다.

둘이 딱 십년 차이다. 정재형 당신의 스물아홉과 지금 장윤주를 비춰보면 어떤가.

스물아홉, 나도 걱정을 많이 했던 나이다. 윤주에게 용기를 내라고 한다. 여자,남자를 나누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니 갈길을 가라고 한다. 윤주는 여우같다. 모델로서 책을 내고 그런 친구들은 우리 때는 없었다. 앞으로 문화컨텐츠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른아홉의 정재형을 보면서 장윤주, 당신이 하는 생각은?

오빠 보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에게는 타고난 감성과 다양한 재능이 있다. 노력해서 안되는 걸 많이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적도 많이 받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주 빨리 너의 시간들이 끝날 수 있으니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그게 내가 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음악은 필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모델 이상으로 글을 쓰고 음악을 하고 싶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보그 5월호 원고

by 김작가 | 2008/04/12 14:08 | 대화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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