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인디
2010/12/27   2010년 음악계 단상
2010년 음악계 단상
평론가의 연말 일상이란 이런 저런 매체에서 실시하는 연말 결산에 참여하는 거다. 일간지부터 월간지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등을 뽑는다. 생각나는데로 리스트를 만들 수는 없으니 엑셀 파일을 열어 올해 나왔던 음반들을 되짚어보고, 이슈가 생길 때 마다 썼던 글들을 다시 읽으며 한 해를 반추한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올 해의 대중음악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격변의 조짐.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2007-2008처럼 아이돌 르네상스가 시작된다거나 , 장기하 같은 대형 신인들이 갑자기 등장한다거나 하는 격변은 없었다. 허나 향후의 음악계를 예측할 수 있는 몇 가지 전조가 있었던 것이다. 우선 소녀시대와 카라의 일본 진출을 꼽을 수 있겠다. 그들의 성공은 기존의 한류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걸 의미한다. 즉, 동시대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한국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동방신기의 성공으로 뒤에 진출한 보이 밴드들이 속속 어느 정도 안정적 지위를 획득했음을 떠올린다면, 앞으로 컨텐츠 경쟁력있는 걸 그룹들 역시 안정적으로 내수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을 노릴만한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일본 음악 산업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따라서 고비용 고위험 산업인 아이돌 그룹에 선뜻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자국 아이돌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 아이돌에 대한 수요도 일정 기간 동안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아이돌 르네상스 이후 삼분화되었던 음악계의 지형도가 양분화를 보인 해이기도 했다. 즉, 아이돌-90년대 싱어송라이터-인디로 나뉘었던 형세가 아이돌-뮤지션이라는 이분법으로 좁혀졌다는 얘기다. 유희열로 대표되는 90년대 싱어송라이터 세력과 인디 음악인들간의 교류가 있었고 시장 또한 그에 걸맞게 움직였다. 시장 내부적으로도 이 두 지형을 대표하는 레이블들이 함께 교류하며 현재의 음악시장에 대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외부적으로는 이적,정재형,루시드 폴,장기하가 함께 '놀러와'에 출연한 게 이런 흐름을 상징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디 음악의 연성화되 이런 흐름에 불을 지핀 요인이다. 9와 숫자들부터 가을방학, 브로콜리 너마저까지, 올해 주목할만했던 인디 음반들은 한결같이 정서와 감성에 기대는 음악을 담고 있었다. 쉽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여성 취향의 음악이랄까. 반대로 태도와 장르성을 중시하는 음악들이 약세를 보였던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인디와 메이저의 구분이 붕괴된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인디 진영이 등장했다. 기존의 '인디'라는 개념을 버리고 스스로를 '자립 음악인'으로 규정하는 그들은 지난 5월 1일, 철거 위험에 놓인 두리반 칼국수 건물 인근에서 대규모 공연을 펼치며 세상에 그 존재를 알렸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이 건물을 스쿼팅한 상태로 지속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정부분 시스템화, 또는 산업화되고 있는 기존 인디 음악에 대한 안티태제인 셈이다. 인디 신 초기를 상징했던 '말달리자'나 '차우차우'같은 음악이 등장한다면, 그들의 자리는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이지만 의미있는 사건도 있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요절이다. 그가 평소 노래했던 이야기들은 사후에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기업이 장악한 음원시장에서 음악인들이 처한 위치가 얼마나 열악한지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어느 장르보다 뭉치기 힘들었던 음악인들이 뜻을 모았고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오는 1월 27일, 장르와 영역을 초월해 자발적으로 뭉친 100여개의 팀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을 연다. 한국 음악 사상 초유의 이벤트다. 단순한 공연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의 흐름들이 폭발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별 일 없던 것 같았는데, 한 해를 곱씹어보니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비위크 '김작가의 음악돋보기'
by 김작가 | 2010/12/27 16:45 |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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