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유앤미블루
2009/03/16   하이퍼텍 수다 [20]
하이퍼텍 수다

-금토일 연속으로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 서울전자음악단 공연을 봤다. 삼일연속 달리기는 오랫만인데다가 각각 뒤풀이나 그에 상응하는 술자리가 있어서 오늘은 늙고 병든 몸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대중음악상이 목요일이었으니 사실은 나흘 연속 달리기인가. 공연의 분위기는 언니네 이발관이, 풋풋함은 검정치마가, 내용은 전자음악단의 승리였다. 특히 전자음악단 공연은 문샤이너스가 오프닝, 크라잉넛이 그 다음, 전자음악단의 공연 도중에는 이승열과 방준석(즉, 유앤미블루), 김창완 밴드가 게스트로 나섰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흥미로운 건 한국에서 한 기타 하는 사람들은 총출동한 공연이었다는 얘기다. 차승우,이상면,방준석,하세가와가 모두 또렷한 자기 색을 갖고 있었으니 일종의 기타배틀이었다. 물론 승리는 신윤철.(본인공연이었으니 당연) 게다가 관객 중에는 윤병주(전 노이즈가든, 현 로다운30)까지 있었다. 이런 무자비할 데가.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놓쳤으면 후회할만한 공연이었다. 전자음악단은 자신들의 모든 레퍼토리를 쏟아부었고 신윤철의 기타는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지금 전자음악단의 2집을 듣고 있는데, 이거 물건이다. 1집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사운드,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쏟아내는 신윤철의 기타 플레이. 절대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작품이다. 국카스텐, 장기하와얼굴들, 루네, 흐른, 굴소년단에 이어 서울전자음악단. 그리고 로로스의 EP도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들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2009년도 2008년만큼이나 보배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전자음악단 공연과 관련된 뒷이야기 하나. 공연 시작전 대기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연에 선 모든 사람들 중 막내가 문샤이너스의 백준명이었다는 사실. 백준명이 스물아홉이니까 결국 나머지 사람들은 다 30대. 심지어 40이 넘은 사람도 있고 김창완선생님도 있었으니 홍대앞 7080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차승우는 "로큰롤 공연에 20대가 없다니!" 라 한탄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크라잉 넛도 함께 들이켰다. 결국 전자음악단 공연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어영부영 뒤풀이가 시작된 셈인데 "도대체 그들은 공연을 했으니 술을 마시는 건가, 술을 마시기 위해 공연을 하는 건가"라는 나의 개탄에 이상면이 명답을 내놨다. "그 경계는 흐트러진지 오래야. 그래서 모두 환호하고 있지." 이 다음에 꼭 뮤지션들을 위한 술집을 차려야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외상으로 쓰러지거나 대박이 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요즘 디씨 인디갤을 종종 들락거린다. 눈팅만 하는 정도긴 한데,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디씨의 장점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데, 나름의 질서가 형성되어 있어 눈쌀 찌푸릴 일은 별로 없다는 거다. 어쨌든 밴드 뿐만 아니라 씬 전반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스러운 건, 세대 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 전반적으로 씬이 활성화되는 건 좋으나 시한이 짧다는 거다. 즉, 한국에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인생의 기간은 지극히 짧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인디쪽의 경우는 그렇다. 클럽에서 내 또래 사람을 만나기가 지극히 힘든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도 희망한다. 검정치마의 노래가사를 인용하자면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 세대의 뮤지션과 한 세대의 관객이 10년 이상씩 갔으면 좋겠다. 물론 관객을 끌어들이는 주말 단독공연급 밴드들이 계속 좋은 음악을 내놔야겠지만.

-어쩌다보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로 출장을 가게 될듯 하다. 얘기를 듣고 순간 너무 멍해졌는데, 그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 일이라 그렇다. 부랴부랴 홈피를 확인해봤더니 브루스 스프링스틴, 닐 영, 프란츠 퍼디넌드, 그리고 블러(!)가 현재 출연을 확정지은 상태. 하여, 올 여름은 글래스톤베리와 펜타포트, 그리고 써머소닉을 찍게 될 것 같다. 바야흐로 로큰롤 써머가 다가오고 있다.

by 김작가 | 2009/03/16 04:49 | 상수일지 | 트랙백 | 핑백(2)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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