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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시우르 로스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3]
시우르 로스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아이가 기어다니다가, 두 발로 섰을 때의 경외감을 생각해보라. 아장아장 거리다가, 어느 날 총총 뛰어다니기 시작할 때의 환희를 떠올려보라. 시우르 로스의 새앨범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은, 무릇 그런 벅찬 순간을 안겨준다. 위치조차 생소했던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영미권에 이어, 전 세계에 컬트적인 팬덤을 거느리게 된 그들의 성장과정은 정말이지,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 자라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999년 발매된 첫 앨범 <Agaetis Byrjun>이 세기말에 잉태된. 새로운 세기의 옹알이였다면 2003년의 ( )은,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태아의 탄생을 기다리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메이저 진출작 <Takk...>은 마침내 태어난 생명에 대한 감사였으며, 그들의 이름을 만방에 널리 알리고 몸값을 뛰게 만든 다큐멘터리 <Heima>는 그 아이가 세상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과정의 관찰에 다름 아니었다. 마침내, 그 아이가 뛰기 시작했다.  오로라의 숨결 같은, 생명의 에스프리 같은 이들의 사운드는 건재하다. 이에 더하여 U2, 나인 인치 네일스, 디페시 모드 등의 전성기를 견인했던 프로듀서 플러드와의 작업은 약동하려하는 시우르 로스를 번쩍 들어 일으키는 손길이다.

앨범의 초반에 배치된 곡들에서 비트는 앨범 커버의 소년들처럼 달린다. 질주라기 보다는 뜀박질의 느낌으로. 그리고 날아오른다. 다시 오로라의 한 가운데로. 그 안에서 미소띈 빛을 발하고 구김살없는 환상을 펼친다. 뛰면서 지나가는 풍경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리의 그림자들이 한 데 섞여, 순수한 호기심으로 사물을 받아들이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세계관을 그려낸다. 누구나 요정의 그림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법한.

21세기 사진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는 라이언 맥긴리의 '고속도로'를 커버로 사용한 이 앨범의 제목은 '아직도 귀를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연주한다'는 뜻의 아이슬란드어다. 그들의 귀를 울리는 잔향은 무엇일까. <Heima>를 찍는 과정에서 보고 느꼈던,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교감 아닐까. 탐욕과 물신의 시대에서도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자연과 사람들이 빚어내는 희망 아니었을까. <Heima>를 봤다면 자연스레 그런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끝없이 연주하고, 그리하여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빚어주는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어쩌면 우리는 꽤 살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난국속에서, 만약 이 앨범을 만나지 않았다면 몸과 마음은 몇 배 더 지쳤을 것임에 틀림없다. 6월의 마지막 날, 순백의 옷을 입은 신부님들이 안겨줬던, 그 치유의 마법을 음악으로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경배할 수 밖에. 북유럽 요정의 현신들이 들려주는, 신화와 태고의 DNA안에 담겨있는 이 소리들을. 소리란 보이지 않는다. 시우르 로스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감각의 연금술사다.


Vith Spilum Endalaust
by 김작가 | 2008/07/02 19:47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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