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스피츠
2008/03/16   공연 생활 [8]
공연 생활
요즘 각종 내한공연을 비롯해서 이런 저런 공연들이 튀밥기계에서 튀밥 쏟아져 나오듯 열리고 있다.
직업상 대부분의 공연을 챙겨다보니 2주간 총 6개의 공연을 봤다. 그것도 3일 연짱씩 2주다.
이 정도가 되면 영화제에 가서 하루에 영화를 5편 풀로 보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일어난다.
언제 무슨 공연을 봤는지 마구 햇갈리는 것이다.
게다가 티켓을 모으는 꼼꼼한 성격도 아니라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아 그런 공연도 봤었나? 하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대부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래서 최근 본 공연들을 모두 정리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3월 7일 8시 올림픽체조경기장 마룬 5-후기는 여기

3월 8일 6시 멜론 악스 스피츠
5번째 열린 스피츠 내한 공연. 2004년(맞나?)에 이어 두번째로 봤다. 스피츠는 확실히 친한파 밴드임에 틀림없다. 일본 음악이 개방되자마자 한국 공연을 했던 것도 그렇고, 국내에 스피츠만 전담하는 회사를 따로 세웠을 정도니. 그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공연때마다 증명된다. 멘트의 절반 가까이를 능숙한 한국말로 처리한 마사무네는 '천국의 계단' '쩐의 전쟁'등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고 하는데.... ('쩐의 전쟁'도 일본 수출됐나?) 김태희의 열렬한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앵콜 때는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을 불러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이 노래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 삽입된 곡이었던 거다. 그나저나 수많은 한국 노래 중에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역시 사운드와 상관없이 좋은 노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지 않은가. 70년대 포크를 기타팝으로 편곡해서 부르니 진정 모던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8823'. 노래의 절정부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객석에서 흰 종이를 흩뿌렸는데, 한국 스피츠 팬클럽의 연출이었을거라 생각한다. 드러머인 사키야마 타츠오는 입이 찢어졌고 늘 그렇듯 베이스 타무라 아키히로는 불혹의 나이에도 미친듯한 오버액션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정도가 한국 공연에서는 꽤 높았던 듯 하다. 2층 프레스석에서 봐서 무대 옆 스탭들도 보였는데 타무라가 오버할 때 마다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空も飛べるはず' 'ロビンソン'등을 안 부른 건 아쉽지만, 지난 번에 봤으니 괜찮다. 늘 그렇듯 화려한 무대와 연출은 없었지만, 음악의 힘과 객석에 대한 애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공연. 피시만즈, 플리퍼스 기타, 스피츠는 어지간한 영미권 밴드보다 좋아한다. 일본 인디 영화들이 그렇듯, 서구 음악은 채울 수 없는 어떤 결핍을 매꿔주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느낌.

 

01 僕のギター 
02 不思議 
03 ヒバリのこころ /
04 けもの道
05 トビウオ
06 点と点 /
07 チェリー
08 群青
09 ルキンフォー
10 P
11 楓
12 桃 /
13 ネズミの進化
14 夜を駆ける
5 Na・de・Na・deボーイ
16 スパイダー
17 8823 1
18 俺のすべて 
19 砂漠の花
20 漣

(encore)

21 美しい人 (아름다운사람) 
22 みそか
23 魔法のコトバ

3월 9일 7시 클럽 쌤 포니, 하이라이츠, 적적해서 그런지, 누렁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로부터 며칠전에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무엇이 인디 밴드들로 하여금 계속 음악을 하게 하는가, 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쓰고 싶은데 괜찮은 팀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추천해줬고 그래서 기자와 함께 갔다. 취재가 순탄할 줄 알았는데,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여 나가리가 될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 이들의 공연을 본 기자가 홀라당 넘어가버려서 강행하기로 결정, 갤럭시에 대한 후속 취재는 못했으나 보강 취재를 통해서 좋은 기사가 나왔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 날 공연이 때공연인데다가 홍보가 거의 안되서 평소의 갤럭시 공연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 갤럭시의 공연은 늘 챙겨보는 편이다. 공연을 한 번 할 때 마다 확확 성장한다. 중생대에서 바로 백악기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화요일에는 녹음 중인 스튜디오 가서 신곡을 한 두곡 들어봤는데 과연,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3월 13일 8시 세종문화회관 해리 코닉 주니어 WITH 빅 밴드
세트리스트는 여기. 해리 코닉 주니어에게는 원래 별 관심도 없고 음악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나 빅 밴드를 보려나 싶어 갔다. 무덤덤하게 봤다.

3월 14일 8시 올림픽홀 토이
조만간 유희열 인터뷰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토이가 한참 음악과 라디오로 코어팬층을 만들어나갈 당시에 한국음악도 안듣고 라디오도 안 들었던 나로서는 대체 토이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갔다. 티켓이 두장 있어서 같이 갈 사람을 찾는데 이거 다들 선약이 있다거나 튕기는 거다. 뭐야 대체, 평소에는 남는 티켓있으면 달라고 굽신굽신거리던 인간들이 왜 이래. 생각하고 집을 나섰더니 동네 편의점과 빵집에는 온통 사탕바구니.... 그래, 귀중한 화이트 데이에 나 따위와 감히 희열님 공연을 볼 수는 없다 이거냐!라는 절규가 나온 건 당연했다. 그럼 나는? 화이트데이에 혼자 토이공연을 봐야하는 처지가 되버린 나는?
가까스로 동행을 구해서 올림픽홀로 갔다. 그동안 봐왔던 공연과는 완전히 달랐다. 문화충격이었다. 대부분의 관객이 여자인건 당연하고, 남자는 대부분 그녀들의 남자친구인 것도 당연하고... 뭐 이 정도는 이런 쪽 공연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플로어에 놓인 의자가 줄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롸킹한 노래에서 자리에 일어난 관객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질서'를 사수하는 모습이 생경하기 그지 없었다. 심지어 이승환이 등장, 사탕을 뿌려대도 줄이 흩어지지 않았다. 그간 익숙했던 공연장의 '열기'와는 자못 다른 분위기의 그것이었다. 보다보니 이 공연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콘서트 마스터는 노래를 안하고 연주곡 중심인 것도 아니다. 멘트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처음에 약간 멘트를 한 후 쉬지않고 객원가수들이 등장해서 끝까지 노래만 했다. 참 신기한 경험이로구나, 하고 있는데 한 매니저가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공개방송이네요." 어쨌거나 공연을 본 후, 과연 토이는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토이 팬들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 하는 호기심이 더욱 증폭됐다. 그날 밤 술자리에서 015B의 정석원씨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나의 호기심에 대해서 친절히 답변을 해줬는데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기억이 안납니다. 미안합니다.

3월 15일 9시 30분 공중캠프 보노보스
1998년 3월 15일, 일본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감기. 비공식적으로는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의 이름은 사토 신지. 피시만즈의 리더였다. 일본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팀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그런 편이다. 당연히 라이센스 한 장 발매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록 그들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은 적을지라도, 평생 그 음악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 피시만즈의 97년 앨범 제목을 차용한 공중캠프는 그런 이들이 모여 만든 가게다. 매년 3월이 되면 공중캠프에서는 'FISHMANS NIGHT'라는 행사가 열린다. 사토 신지를 추모하는 행사다. 초기에는 피시만즈가 남긴 영상들을 감상하는 행사였다고 알고 있다. 올해는 일본에서 손님이 건너왔다. 보노보스. 피시만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밴드다. 오는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자양이 알려줘서 후다닥 달려갔다. 첫 곡으로 연주한 'Slow Days' 'Go Go Round This World'를 포함, 'Night Cruising' '이카레타 베이비'등 총 세 곡의 피시만즈 커버를 했고, 자신들의 대표곡을 연주했다. 공연의 내용도 좋았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피시만즈의 노래들이 흘렀다. 생전 면식도 없던 사람의 죽음을 매년 이렇게 따뜻하게 추모하고 그리워할 수 있다니, 음악이란 얼마나 멋진 소통의 수단인가. 공연장에서 구입한 보노보스의 베스트 CD와 피시만즈의 음악을 번갈아가면서 듣는다. 날이 좋다. 헤드폰 꽂고, 자전거 타고 한강이나 달려야겠다.
by 김작가 | 2008/03/16 15:39 | private pres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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