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비빔밥의발견
2008/11/10   하이퍼텍 수다 [30]
하이퍼텍 수다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매우 노력중이다. 최근에 맡은 일이 심적으로 너무 부담이 된 나머지, 주야가 바뀌다 못해 거의 아르헨티나 시간 수준으로 맞춰지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해 뜰 때 자서 밤에 일어나면 기분이 더러웠는데, 그런 날이 며칠 씩 이어지다보니 데미지가 상당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아니니, 며칠이나 말을 단 한 마디도 못했다. 게다가 요즘 공적인 통화 말고는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문자나 메신저로 처리하는 탓에 대화에 굶주리기까지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런 저런 안 좋은 상황이 겹치기까지 하여 뭔가 극단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살짝 우울증이 오는 듯 했다. 그 전에 우울증이란 걸 겪어봐서 그게 정확히 어떤 거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직감은 있는 법이다. 최근 포스팅이 뜸했던 이유는 그런 일로 인한 의욕저하다. 극도의 슬럼프였던 거다. 그러나 나의 몇 안되는 장점은 끝까지 가면 그래도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는 거다. 안좋은 상황이야 따지고 보면 결국 내 탓인 경우가 많고, 그 문제의 하나는 결국 무규칙한 생활습관. (하여, 엄마는 늘 "너 그래서 어디 장가가겠냐" 타령을....) 아르헨티나 사람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건 역시,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름을 산체 정도로 개명하면 모를까.
하여 인간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조금 일찍 자고, 조금 일찍 일어난다는 게 최우선이었다. 역시 밤에 일어난 날, 너무 늦어서 같이 놀 사람도 없던 날, 혼자서 맥주를 몇 캔이나 들이켰다. 아니 퍼부었다. 빨리 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어난지 몇 시간만에 잠들 수 있었고, 평소 자는 시간에 일어났다. 당연히 하루 종일 컨디션은 엉망. 오히려 과도하게 일찍 자서 과도하게 일찍 일어나는, 노인네 같은 리듬이 됐다. 아직도 완전히 적응은 못하고 있다. 며칠은 더 걸릴듯 싶다.
생활이 파탄이 난 원인을 분석해보니, 작업실에 처박혀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거리에서 흡수하는 양분이 제로가 된 거다. 그래서 일어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운동을 하고, 카페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금연 카페. 자타가 공인하는 헤비 스모커인지라 금연 카페는 얼씬도 않지만 굳이 금연 카페를 택한 이유는, 담배도 좀 줄여볼까 해서다. 앉아있으면 계속 무는 담배지만 그래도 금연 카페라면 좀 덜 필 수 있다. 왔다갔다 거리기 귀찮아서라도. 그런데 젠장, 카페 메뚜기 생활도 지겨워서 작업실을 얻은 건데 또 카페 생활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일단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카페말고 다른 공간을 모색하려고 한다. 마포 도서관에 가서 책을 규칙적으로 읽는다던가, 써야할 원고는 질질 끌지 않고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할 때 바로 쓴다던가 (불행이지 다행인지 최근 그럴 수 있는 조건이 됐다.) 하는 식으로. 평생 자기관리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지극히 에피쿠로스적 인간이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오바마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change아닌가. 오바마형의 당선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니 그에 보답을 해줘야지. 남들은 결혼하면 생활이 바뀐다는데, 당분간 결혼은 꿈도 못꾸게 생겼으니...아, 내 펀드 ㅆㅂ.

-오바마 형이 대세는 대세다. 기자들이 멘트를 따기 위해서 전화를 하면 그에 응해주는 것도 주요 업무의 하난데, 요즘 가요계에 통 이슈가 없으니 전화가 뜸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늘었다. 오바마가 좋아하는 밥 딜런, 푸지스, 마일즈 데이비스 등에 대한 문의나,  혹은 'yes we can song' 의 배경 같은 것도 있고 차마 옮기기 민망한 어불성설 질문도 있다. 그런 어불성설은 거의 궤변을 하지 않는 한 답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멘트를 안 준다. 미국 대중문화는 민주당 집권기에 융성하곤 했다. 가까운 클린턴 시대만 하더라도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등이 미드 열풍을 이끌었고 너바나를 비롯한 진정한 90년대 음악이 시작된 것도 클린턴 출범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반면, 공화당 집권기에는 쾌락으로서의 대중문화가 강세였다. 레이건 시대의 음악이 대표적이었지. 영화는 람보요, 음악은 LA메탈이라.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오바마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바마 시대의 미국 음악이 어떻게 될것인가다. 레이건 때도 진짜 선수들은 다 인디에 있었다. 부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폭발할 수 있을까. 아, 이건 아이템이다. 굴려서 지면 잡아 써야겠다.

-같은 바닥에 10년 넘게 머물고, 특히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라면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특히 다시 말하여 나같은 에피쿠로스적 인간이라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나에게 까지 돌아오는 일이 많은데, 대부분 한 두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 출처다. 이 좁은 바닥에서 사생활 가지고 가십삼아 비난하고 욕하는 건 좋은데, 대부분 턱없이 과장됐거나 '아' 다르고 '어' 다른 걸 넘어서는 일이 많다. 뭐, 그러려니 한다. 나란 사람과 인격자라는 존재 사이에는 철이가 은하철도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가야하는 거리가 있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그래도 공적인 영역가지고 있지도 않은 얘기는 삼가해줬으면 한다. 딴 건 몰라도 글이란 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잘 쓰지는 못하는 글이지만 열심히는 쓰려고 했고, 쓰고 있다. 그러니 표절이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지는 않아줬으면 한다. 참고로 난 심지어 보도자료도 안 읽는다. 읽더라도 거기에 있는 내용은 안 쓴다. 참고로, 다른 사람이 내 글 표절하는 건 가끔 봤다. 귀찮아서 신경 안 쓰지만.

-커피를 새로 볶았다.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 마다 크레마가 안 생겨서 모카 포트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황금빛 크레마가 가득! 역시 원두는 신선해야 한다. 3월 생일 때 한가득 '윤준호 블렌딩'을 선물받아서 7개월을 먹었으니, 크레마가 생기면 그게 이상한건가.

-다시 맨 위의 얘기로 돌아와서, 식생활도 좀 개선해보고자 마트에서 이런저런 푸성귀를 700원 어치 사와서 비빔밥을 해먹었다. 볶음밥은 좋아해도 비빔밥은 전주 내려가지 않는 한, 서울에서는 안 먹었다. 왠지 남은 음식 처리한다는 느낌이 강해서다. 기장을 넣은 쌀밥에 상추와 깻잎, 쑥갓과 취나물, 부추와 기타 등등 몇가지 야채를 썰어넣고 고추장과 청국장을 적당히 넣은 후 참기름을 약간 넣고 비볐다. 와우, 비빔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제 끓인 된장찌개를 자작하게 졸여서 굴비 한마리와 함께 정말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야채가 두 끼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 만큼 남았다. 이렇게 세 끼를 연달아 먹으면 왠지 건강해질 것만 같다.

-목요일에는 자미로콰이 공연이, 토요일에는 빌리 조엘 공연이 있는데 애초에는 둘 다 가려고 했다가 자미로콰이만 가기로 했다. 사실, 빌리 조엘이 무척이나 땡기지만 친구가 주말에 가거도로 낚시를 가자고 한다. 낚시대만 드리워도 도미가 쑥쑥 올라오는 황금어장이라는데, 이 참에 낚시도 배울 겸 머리도 식히고 바다도 볼 겸 따라가기로 했다. 생활도 생활이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므로 빌리형, 지못미.


-컴이 맛갔다. 며칠전부터 버벅되더니 드디어 블루 스크린이 뜨고 부팅이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술한잔에 불려와 하루종일 컴을 복구하고 있는 K군의 옆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수다를 떨었다. K군에게 박수를. 그러나 데이터에 문제가 있으면 박수 취소.

-수요일에 장기하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빨리 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뒷북이 된듯.


Malaika (<피아노, 솔로>OST)
by 김작가 | 2008/11/10 20:49 | 상수일지 | 트랙백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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