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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7   밴드 오브 호시스 <Cease To Begin> [8]
밴드 오브 호시스 <Cease To Begin>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는 맛없지도, 맛있지도 않은 딱 중간의 맛을 만들어내는 라면 요리사가 등장한다. 그는 딱 중간의, 기억되지 않는 맛을 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경지라고 말한다. 일리있다.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빠른 비트에서는 몸이, 느린 비트에서는 마음이 반응하는 것이 인지상정.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미드 템포라는 제한에서 감동적인 음악이 나오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특히 록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애틀 출신의 밴드 오브 호시스는 그 제한 조건에서 서정과 격정을 동시에 뽑아내는 밴드다. 일찍이 그런지 혁명을 주도했던 명가, 서브팝의 차세대 유망주인 밴드 오브 호시스의 두번째 앨범이 살짝 늦게 국내에 선보였다. 서머소닉 둘째날 ,비교적 이른 시간에 무대에 올랐음에도 객석을 꽉 채웠던 이들은 한없이 사람을 몰입시키는 사운드와 멜로디를 선보였다. 앨범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하이톤의 보컬과 아르페지오와 디스토션으로 급반전되는 기타 사운드가 주도하는 가운데, 드럼은 심장이 두번 뛸 때 한 번 꼴로 스네어를 두드린다. 바클리 제임스 하비스트의 동시대적 계승이라고 할까. 센티멘탈이라고 말하기에는 무겁고 비탄과 노여움이라고 말하기에는 차분하다. 대신 새벽녘의 봉우리에 올라 세상을 바라볼 때의 벅찬 감정이 내내 물결친다. 울리는 멜로디를 좇다 보면 어느덧 그 멜로디를 따라부르게 된다. 입이 아닌 머리로. 두고 두고 음미하고 싶은 음악이다. 가끔 생각날 것이다. 컨트리와 포크, 이모와 아트록을 오가는 이들의 음악속에 담긴 순수한 공명이. 자극적이기만한 음식은 잠시 인기는 끌지만 유행이 지나가면 사라진다. 담백하지만 깊이 있는 음식이 오래간다. <Cease To Begin>은 그런 맛을 내는 앨범이다. 밑반찬부터 주요리까지, 어느 것도 얄팍한 변화구가 아닌 묵직한 직구를 던진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하지만 쉽사리 배트로 밀어낼 수 없는 그런 공을. 


No One's Gonna Love You

by 김작가 | 2008/09/07 14:54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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