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디지털음원시장
2008/02/06   대중음악 정책, 어떻게 짜야할까 [9]
대중음악 정책, 어떻게 짜야할까

이명박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얼마 후 음악기자, 평론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선정 회의를 위해서였다. 때가 때인지라 자연스레 정치 얘기가 오갔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집행위원장인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문화관광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군." 공기는 일순 침통해졌다. "산업 부문은 산업자원부에, 문화예술 부문은 문화예술위원회쪽으로 넘길 모양이야." 뭐가 어찌 될 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창남 교수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문화도 오직 산업논리가 되는건가?" "역시, 한류만이 살 길이 되는건가." "모바일 화보를 찍어야지." 밤이 깊어가고 술잔은 비워갔다.

다행이라 해야할까. 문화부는 없어지지 않았다. 실제 한나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에서 문화부 해체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명분이 없었다. BBK에 묻혀 이슈화되지는 못했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 때 한국을 세계 5대 문화 컨텐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터였다. 게다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오페라 하우스 건립 등 '문화 시장'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책도 내놓았던 상태였다. 섣불리 문광부를 없애는 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문화를 산업논리로만 재단하기에는 유인촌,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반발이 예상됐다는 말도 들린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문광부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덩치가 커졌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디지털 컨텐츠 R&D 분야가 오히려 문화부로 넘어간 것이다. 이는 한국음악시장을 기형적인 구조로 만든 첫째 원인인 디지털음원의 요율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산업에 있어 하드웨어 및 인프라를 관리하는 부서는 정통부다. 컨텐츠는 문화부에서 관리해왔다. 디지털 음원을 놓고 정통부는 이통사를, 문화부는 생산자를 대변하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컨텐츠를 일괄 문화부에서 관리하게 될 경우, 생산자측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책방향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음반시장 붕괴에 따라 대중음악계는 사실상 디지털 음원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통사가 50%를 가져가고 저작권자 및 실연자가 9%, 제작자가 25%를 가져가는 현재의 요율배분구조가 지속되는 한 목숨을 걸어봤자 주인을 위해 재주넘는 곰 신세일 뿐이다. 디지털음원의 합리적 요율배분이 음악계의 가장 절실한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안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을까.

2002년, SK텔레콤등 이동통신사들은 벨소리, 컬러링 서비스 등을 도입하면서 수익 배분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대상이 없었다. 서로 이해타산 탓에 업계를 대표할 단체가 없었던 탓이다. 그들은 그래서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과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였다. 이통사가 제시한 제작사의 몫은 20%였다. 당연히 반발이 있었다. 이통사는 시장 형성기이다보니 높을 수 밖에 없는 개발 투자비등을 명분으로 삼았다. 시간이 지난 후 차차 올리자고 했다.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 부터 시작됐다. 20%라는 요율이 표준이 된 것이다. 힘있는 회사들이 이렇게 계약을 했으니 너희도 이렇게 하자, 라는 이통사들의 요구앞에 힘없는 회사들은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 조건을 거부할 경우, 자신들의 킬러 컨텐츠를 보유한 회사들과만 사업을 하겠다는 으름장도 있었다. 이통사는 그렇게 음악 산업의 주도권을 잡았다. 2002년은 10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이 나오지 않은 첫 해였다. 음반 시장 침체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 페달을 밟아갔다. 2001년 3733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2002년 2861억원으로 줄더니 2005년에는 108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디지털 음원시장은 은 2001년 911억원에서 2005년에는 26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폭발적이었다. 가수와 음반 제작자들 모두 속이 타들어갔다. 결국 2006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나섰다. 이들은 20%의 요율을 45%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이통사는 초기투자비용회수가 안됐다며 버텼다. 제작사의 몫을 45%를 올릴 경우 사실상 자신들의 몫이 없어진다고도 했다. 그러자 연제협은 이통사에 자신들의 음원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협의가 시작됐다. 타협점을 찾기 힘들었다. 결과는 이통사의 판정승이었다. 이통사가 약 50%, 음원을 제공하는 CP가 19%, 저작권자 및 실연자 9%, 제작사 25%로 수익 배분 구조를 소폭 조정하는 것으로 끝났다. 대신 제작사가 CP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수익을 보장해주고 불법다운로드 캠페인을 이통사가 지원한다는 협의가 나왔다. 이통사가 갖고 있는 절대적 '갑'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현재 한국음악제작자협의회는 문화부에 음원 전송료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제안한 상태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대한 전송 사용료 징수규정을 바꾸자는 취지다. 모바일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연내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컨텐츠 업무를 총괄하게 된 문화부가 디지털 음원 산업을 어떻게 바라볼 지, 그 때가 되면 분명해질 것이다.

디지털음원 요율 배분에 있어 논의가 더딘 건 이통사의 탓만은 아니다. 협상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음악계는 다른 어떤 문화계보다 목소리를 모으기 힘든 동네다. 제작자들만 해도 서울음반,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음반사들이 속해있는 한국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 신탁권을 갖고 있는 음제협, 그리고 젊은제작자협회 등으로 나뉘어있다. 여기에 저작권 업무를 관할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반판매량을 집계하는 한국음반산업협회, 저작인접권 신탁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체가 존재한다. 물론, 왠만큼 산업규모가 큰 분야는 단체도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문제를 놓고 스크린쿼터연대를 만들어서 대응하던 영화계와는 달리, 음악계는 그야말로 따로 놀았다. 이런 풍토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이 나뉘고, 대중음악안에서도 아이돌과 뮤지션, 주류와 인디가 따로 따로인 전반적인 경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음반산업에서 디지털음원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 이통사 및 정부를 상대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일괄적 데이터와 공통의 안을 토대로 하지 않는 협상이나 합의는 계속 불리한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설령, 모바일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음원의 요율이 합리화되더라도 문제가 다 끝나는 건 아니다. 음반으로 팔리는 음악과, 디지털로 팔리는 음악이 다르기 때문이다. 토이의 6집은 발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5만장이 팔리는 파란을 기록했다. 1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이 하나도 없었던 지난해의 실정에 비하면 대단한 선전이었다. 그러나 토이의 앨범에 실려있는 어떤 노래도 멜론, 도시락 등 주요 음원 사이트의 차트 50위 권에도 들지 못했다. 음반으로 토이의 앨범을 구매한 계층 중, 컬러링이나 BGM으로 소비한 이는 지극히 적었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 하반기를 '텔 미'로 싹슬이하다시피한 원더걸스의 데뷔 앨범 <Thw Wonder Years>의 판매고는 5만장에 지나지 않았다. '텔 미'가 누렸던 체감 인기를 생각한다면 형편없이 작은 판매량이다. 그러나 '텔 미'로 원더걸스 측이 벌어들인 수익이 약 10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올린 수익이다. 토이를 주류 음악계에서의 작가주의 뮤지션으로, 원더걸스를 트렌드 아이돌 그룹으로 상징해보자. 둘의 소비형태는 붕괴된 음반시장에서 어느 진영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후자는 음반 시장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대박을 노릴 수 있지만 전자는 그렇지 못하다. 90년대까지 건재하던 시장이 대체 공간없이 사라진 것이다. 컬러링이나 BGM이 갖는 의미가 감상이나 소장보다는 악세사리로서의 기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이승철, 이승환부터 최근 스위트피 까지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뉘앙스의 고백을 했던 건 이 때문이다.

불법다운로드로 더 큰 피해를 보는 것도 그들이다. 신해철은 말한다. "MP3와 함께 전멸한 건 아이돌 진영부터가 아니었다. 뮤지션 진영이 먼저 박살이 난 다음에 아이돌로 옮겨간 거다. 그나마 아이돌은 타격을 덜 받는다. 아이돌인 상대방과의 교감을 위해 직접 물건을 구매한다는 행위가 작용을 하니까. 하지만 아티스트 진영의 팬은 음악 내용만 있으면 되지 북클릿, 브로마이드 이런 건 필요 없거든. 소위 마니아들 포함해서 모두가 우리나라 음악에 칼을 꽂았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유명 아이돌들이 같은 앨범을 다른 패키지로 팔거나 DVD등을 끼워서 판매하는 건, 그 모든 아이템을 다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티스트 진영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제작비나 건지기는 커녕, 빌딩 지으려고 하냐며 욕이나 먹기 마련이다.

음반시장은 사라졌고, 디지털 음원 시장은 남의 밭에 불과하다. TV와 인터넷에서 음악외의 가십이 없으면 홍보도 불가능해졌다. 루시드 폴이 3집을 내기 전, 그가 국제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데뷔 이래 최고로 화제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산업의 관점이 아닌, 문예 진흥으로서의 정책이 절실한 건 뮤지션들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던 2003년, 문화부는 음악산업진흥 5개년 계획이란 걸 수립했다. 음악산업과 관련되서는 최초의 진흥책이었다. 이 계획은 음악산업구조 기반의 정비 및 확립, 그리고 음악산업구조의 정착을 통해 2010년까지 시장규모 1조5천억원의 음악강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내수시장활성화, 해외진출역량강화, 불법 단속 및 저작권 인식 제고, 디지털 음악 인프라 구축을 추진 과제로 하는 이 계획은 그러나, 사실상 해외진출역량강화를 위해 가장 많은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그동안 진흥원 측이 해왔던 10여개의 지원사업 중 가장 많은 내용이 해외진출역량 강화 목적이었다. 수출용 음악컨텐츠와 해외홍보프로그램 제작, 해외음악공연 참가, 해외음악쇼케이스 개최, 해외음악전시회 참가지원 등이 그것이었다. 해외의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받고도 항공료와 체제비 문제로 가지 못했던 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었다. 아시아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음악을 알리는 프로그램들이 제작됐다. 그러나 이 해외 진출 정책들이 시행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음악산업진흥 5개년 계획의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미진해 보인다.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영미권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 가수든지 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못된다. 우선 언어의 장벽이 있다. 정서적 차이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이 공연을 한번 한다고 해서 무슨 길이 보장될 리가 없다. 음반을 낸다 해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해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 음악이 수용되는 과정이란 어디나 같다. 스타가 하나 만들어지면 상대적으로 해당 국가의 다른 음악에 대한 관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아시아의 경우, 2000년대 이후 형성된 한류 탓에 비나 동방신기를 포함한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다. 따라서 다른 한국 음악들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런 가능성을 바탕으로 태국,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권의 중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을 네트워킹, 한국 뮤지션들이 공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보다 많은 뮤지션들이 거대 마케팅을 등에 없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현지에서 지명도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편의상 이를 아시아 투어 네트워크라 부르자. 이런 프로그램은 국내 공연 시장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서태지나 동방신기급이 아닌 이상, 국내 공연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티켓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음반시장이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의 수익만으로는 생존이 안된다고 공연을 자주 하면, 점점 팔리는 티켓은 줄어드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뮤지션들이 콘서트를 어쩌다가 가끔 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콘서트 사이 사이에 아시아 투어를 다닐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대로 멈춰있거나 작아지는 시장이 아닌, 새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투어를 다닐 수 있다. 이런 저런 국내 행사나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며 소모되지 않고 자신의 희소성을 지킬 수도 있다. 소비자의 90%가 댄스와 발라드에만 쏠려있는 한국 시장과는 달리,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 정도만 하더라도 음악계에 다양한 장르의 수용층이 존재한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의 마이너 음악은 오히려 국내보다 더 큰 경쟁력을 노릴 수도 있다. 아시아 음악계를 네트워킹해서 국내 뮤지션들이 진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뮤지션들에게 시장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흥책이 될 듯 하다.

진흥원에서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내수 지원사업은 인디레이블 육성지원 사업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신청한 레이블 중 심사를 거쳐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회사들에게 약 1천만원의 음반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한국음악관련정책중 유일하게 음악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실제로 이 사업을 통해서 매년 약 20장 정도의, 자칫 묻힐 뻔한 음반들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장혁의 데뷔 앨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Ramble Around>등은 5년간 시행되온 인디레이블 육성지원 사업의 가장 큰 성과다. 또한 이 정책은 기존 레이블들의 음악적 퀄리티를 높이는 결과도 낳았다. 메이저 음악계에서 1천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인디에서는 그야말로 거금이기 때문이다. 바닐라 유니티의 데뷔 앨범, 스왈로우의 <Aresco> 등은 이 정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우수한 앨범이다. 특히 스왈로우의 앨범은 지난 해 3월 한국대중음악상시상식에서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즈음, 진흥원 내부에서는 이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돌았다. 시장에서의 성과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음악성으로는 인정받을지 몰라도 대중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는 앨범에 언제까지 세금을 지원해야하냐는 논리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 인디 음악을 지원하되,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과가 없는 건 한국 음악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공연보다 방송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그나마 방송에서조차 음악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과 인연이 없는 음악이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 제대로 된 음악 매체 하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실질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음반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 인디 레이블들은 대부분 기존의 홍보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못된다. 방송 매니저를 따로 둘 상황도 못되고, 모든 기자나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닐 시간도 없다. 홍보를 전담할 사람도, 돈도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레이블이나 마찬가지라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홍보력을 갖지 못한 레이블들을 위한 최소한의 홍보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볼만하다. 홍보용 음반과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단순한 작업부터 레이블과 함께 마케팅을 고민하는 창의적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면 뮤직 비즈니스 워크샵을 개최하는 것도 좋다. 좋은 음악을 발굴하고 제작하는 능력은 있으되,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취약한 레이블 관계자들을 교육하는 사업 말이다. 음반 제작비를 대주는 건 어찌보면 물고리를 잡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음반을 실제 대중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과제는 두 가지다. 디지털음원요율문제로 대변되는 합리화와 인디 음악 육성으로 대표할 수 있는 다양화. 전자가 산업의 문제라면 후자는 컨텐츠의 문제다. 암울한 음악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가수들은 종종 이런 식의 답변을 던진다. 음반은 사지 않아도, 누구나 음악은 듣는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어디에나 음악이 있다. 아무리 후진 음악일지라도 누군가는 좋아서 그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당연히 댓가를 받아야한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그 상식을 뒤집어 엎고, 즉 음악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많은 이익을 취해왔다. 이제는 이익배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다. 음악생산자가 다 합쳐 29%정도 밖에 못가져가는 현재의 구조는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아예 창작의 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를 론칭하면서 자사의 요율을 10%로 정했다. 산업은 갑과 을의 위계질서로는 발전하지 않는다.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더욱 그렇다.

대중음악의 가장 안정적인 모양새는 피라미드다. 거리에서 출발해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시스템이다. 정말 치열하게 음악을 한 뮤지션만이 정점에 설 수 있는 구조 말이다. 이 시스템의 기저에는 인디 음악이 있다. 그 안에서 늘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고, 장르와 장르가 섞여 다시 새로운 음악이 등장한다. 거대한 강의 수원지 역할을 하는 인디 신이 활성화되있지 않은 나라의 음악은 딱 두가지 밖에 없다. 맨날 하던 음악만 하거나, 빌보드 경향 따라가는 데 목숨걸거나. 하나는 분명하다. 그런 음악은 자국에서는 몰라도 절대 세계로 진출, 국부창출에 이바지할 수는 없다. 이명박은 박진영을 신성장동력창출을 위한 간담회에 불렀다. 재벌을 중심으로 놓는 그의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음악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 하다. 하긴, 어느 정권에서 대중음악의 다양성 따위 신경이냐 썼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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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 2008/02/06 18:37 | 생각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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