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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2   오랑우탄에 대한 동경 [3]
오랑우탄에 대한 동경

"음악(또는 책, 아마 영화와 연극도,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이든)을 삶의 중심에 놓으면 거기서 연애 생활을 분리해내기 힘들어지고, 연애조차 마치 음악 같은 것 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이 피델리티>를 다시 읽다가, 눈에 들어온 구절. 확실히 뭔가에 빠지면 삶이 좁아진다. 특히 연애는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성 취향에 문화적 취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빠져 있는 대상이 거의 일생을 함께 해온 거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문화적 취향에 있어 타협의 여지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지라, 어쩌다가 가끔은 일반적 취향과 특수한 취향이 완벽히 일치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일 경우가 많다는 것. 누구나 그러하듯이. 일반적 취향만이라면, 선택의 폭은 비교적 넓다. 하여, 포기도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좁아진 삶에 더욱 좁은 기회가 찾아왔다면, 좀처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마음 고생도 심하고 조급함의 정도도 늘어나는 법이다. 그러니 때로는 좋아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인생이 편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오랑우탄. 나무 열매나 따먹고 고작해야 하루 종일 몸에 붙은 이를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보람찬 인생이라니, 그 얼마나 속편한가.

by 김작가 | 2008/07/12 21:01 | 생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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