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눈뜨고코베인
2008/05/01   눈뜨고 코베인 <Tales> [3]
눈뜨고 코베인 <Tales>



최근 인디 음악계의 반가운 흐름 중 하나는 눈여겨볼만한 가사를 쓰는 뮤지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거다. 2000년대 이후의 주류 음악계에서 사라져버린 서사와 표현을 그들은 개성있는 언어로 되살린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속속 등장한 이런 유의미한 가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브로콜리 너마저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데뷔 앨범, 백현진의 솔로 앨범과 눈뜨코 코베인의 두번째 앨범을 꼽을 수 있다. 브로콜리너마저와 백현진의 앨범이 이야기가 있는, 그래서 음미할만한 음반이라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재치있는 발상으로 주목받았다. 80년대 스타일의 뉴웨이브, 디스코를 동시대적 문법으로 해석하고 있는 눈뜨고 코베인의 두번째 앨범도  기발하고 단도직입적인 가사로 최근의 흐름에 힘을 더한다. 듀란듀란, 뉴 오더, 컬쳐 클럽 같은 80년대 팝스타와 대학가요제를 통해 배출됐던 캠퍼스 그룹사운드들의 방법론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들은 2006년 초 발매한 신선했던 데뷔 앨범으로 이미 한차례 주목 받았었다. 레이블을 옮겨 내놓은 두번째 앨범<Tales>에서 눈뜨코 코베인은 데뷔 앨범의 아쉬웠던 점을 대폭 보강, 어깨라도 들썩거리지 않고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80년대 리듬과 사운드로 앨범 전반을 도배한다. 복고와 더불어 이들을 설명하는 열쇠말이었던 아마추어리즘의 단점은 빼고 장점을 살리되, 프로 밴드로서의 완성도를 그 자리에 보강했다.

(지금은 폐간된 '드라마틱'의 기자이기도 했던) 보컬 까막귀의 촌철살인 가사는 이들의 음악에 한개 쯤의 별점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다. 서사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그 길이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충분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바에 앉아 술을 마시던 헤밍웨이가 2문장만으로도 소설을 쓸 수 있다며 냅킨에 이런 문장을 썼다. '유모차 팝니다. (아기가 죽었어요.)' 눈뜨고 코베인의 가사도 그런 식이다. 비현실적 상황을 제시하고 그 문장을 반복하면서 얻는 기묘한 효과를 펼쳐낸다. '아들아 너는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아버지는 죽으면서 얘기했지' '무서운 염라대왕이....너는 너무 아름다우니 다시 한번 살아나거라' 같은 가사들은 허무하지만 씁슬한 블랙 코미디다. 탄탄한 사운드와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그 유머 센스를 살린다. 그루브 안의 느낌표와 가사 안의 물음표가 공존하는 <Tales>는 눈뜨고 코베인을 가능성의 밴드에서 현시태의 밴드로 위치이동시키는 앨범이다. 이런 사운드와 그루브를 눈뜨고 코베인은 라이브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한국의 시저 시스터스나 미카로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충분히 이들을 대중음악계의 박민규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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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 2008/05/01 15:56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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