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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서머 소닉 2009 간단 후기 [12]
서머 소닉 2009 간단 후기



지난 해에 이어 서머소닉을 다녀왔다. 10주년 기념답게 이틀에서 삼일로 늘리고 따라서 참가팀도 대폭 늘렸으며 그리하여 공식 티셔츠도 엄청나게 빽빽해진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메탈과 노이즈, 팝과 펑크, 심지어 해외 음악과 자국 음악, 그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삼일 내내 관람할 수 밖에 없는 편성의 흐름이 돋보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틀에서 갑자기 삼일로 늘어나서 그런지 두번 째 날의 경우는 야마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달까. 무엇보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 린킨 파크, 비욘세가 마린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라는 건 메인 무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보다 많은 티켓을 팔겠다는 목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배치였다. 물론 여기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갈수록 공연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대 음악 산업에서 페스티벌이야말로 음악 비즈니스의 꽃이 아니겠는가. 비즈니스에 충실하다고 해서 비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그 덕에 같은 시간대에 어떤 공연을 봐야할지 고민해야하는 괴로움이 전혀 없어서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10주년을 맞아 1회 서머소닉의 헤드라이너였던 그린 데이와 개최사인 크리에이티브만의 대표 시미즈 상이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꼽았던 라디오헤드의 무대를 다시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하는데, 그 목표가 성사됐더라면 아마 머리를 모두 쥐어뜯었을지도 모른다. 작년에 콜드플레이와 지저스 앤 메리 체인 중 무엇을 선택해야하는 지 괴로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린 스테이지, 마운틴 스테이지, 소닉 스테이지, 댄스 스테이지 등 총 일곱개의 공식 무대에서 가장 집중한 건 역시 소닉 스테이지였다. 도쿄와 오사카의 유일한 공통 무대가 소닉 스테이지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소닉 스테이지의 라인업은 서머 소닉의 음악적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느낌이다. 지난 해에 MGMT, 밴드 오브 호시스,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슈퍼 퍼리 애니멀스, 지저스 앤 메리 체인 등의 출연에서 알 수 있듯 음악에 대해 여러 의미에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무대인 것이다. 올해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첫날에는 머큐리 레브, 뮤, 모과이, 에이펙스 트윈이 황금 시간대를 점령했으며 두번 째 날에는 AA=, 호러스, 팅팅스, CSS, 클락슨스가 공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마운틴 스테이지는 무려 만도 디아오, 에고 래핑 앤 가십 오브 작스, 조안 제트, 엘비스 코스텔로, 스페셜스.) 그리고 일요일은 그리즐리 베어, 바셀린스, 틴에이지 팬클럽, 소닉 유스, 플레이밍 립스로 전개되는 미친듯한 라인업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소닉 스테이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뮤의 경우, 앞 뒤로 포진한 머큐리 레브와 모과이의 내공에 밀려서 영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그 시간에 마린 스타디움에서 NIN의 공연을 봤더라면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체험했을 것이다. 오는 토요일에 ETP에서 볼 계획이기 때문에 포기했던 건데, 그 때 쏟아진 엄청난 소나기가 무대 앞으로 폭포처럼 흘러 내리고 사이키를 위주로 하는 NIN의 조명, 그리고 말할 나위 없이 자극적인 음악과 더불어서 사진만 봐도 가슴이 쿵쿵 거리는 공연을 만들었던 것이다. 여튼, 어정쩡했던 뮤와는 달리 과연 머큐리 레브와 모과이의 내공은 압도적이어서 드림팝과 슈게이징의 절정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게 첫 날 소닉 스테이지의 소득이었다. 아, 에이펙스 트윈은 과연 '콘월의 은둔자'라는 별명 답게 무대위에 사실상 모습을 안 드러낸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이냐면, 무대 위에 설치된 콘솔앞에 서있긴 했으되 뮤지션을 향한 일체의 조명이 없었던 탓에 크리만 대표가 그 자리에 서있었어도 몰랐을 거라는 얘기다. 물론 그럴 일은 없었지만. 아무튼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앰비언스 대신 비트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비트 쪼개기는 언젠가 나올 지도 모를 새 앨범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엿보게 했다. 어쨌든 기존의 트랙은 거의 선보이지 않았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날의 소닉 스테이지였다. 인디 록 애호가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그리즐리 베어는 글래스톤베리에서 유사한 스타일의 밴드들을 많이 접했던지라 생각했던 것 만큼 멋지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 뒤의 바세린스-틴에이지팬클럽-소닉 유스-플레이밍 립스가 있는데. 바셀린스의 라이브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부터 틴에이지 팬클럽, 즉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모든 뮤지션들의 흔적이 오고 갔다. 글래스고 패밀리의 일원답게 틴에이지 팬클럽의 노먼 블레이크가 중간에 등장해 하모니카를 불기도 했다. 바셀린스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관심은 실로 대단해서 오피셜 밴드 티셔츠 중 바셀린스의 그것을 가장 먼저 솔드 아웃 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틴에이지 팬클럽은 한국에서 봤더라면 더욱 좋았을, 유일한 밴드였다. 첫 곡을 'It's All In Mind'로, 마지막 곡을 'The Concept'로 장식한 이들의 공연은 말 그대로 모든 곡을 따라부를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본 관객들은 역시나 소심했고 심지어 노먼 쿡이 'The Concept'에서 싱얼롱을 유도했음에도 그다지 호응은 없었다. 그들의 일본 내 인기에 비하면 다소 의아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소닉 유스. 아아, 그들의 공연을 눈앞에서 보다니! 다른 때는 대체로 뒤에서 공연을 봤음에도 이 때 만큼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어땠냐고? 뻥이 아니라 혼절할 지경이었다. 별다른 멘트도 없었고 'Teenage Riot'같은 명곡들 대신 새 앨범의 수록곡을 거의 전부 연주했던 그들의 공연은 불과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혼절했기 때문이다. 그저 가만히 서서 스트로크를 하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던 서스턴 무어의 모습, 마지막에 서스턴 무어와 리 레이널도가 기타를 교차시켜 뿜어내던 엄청난 피드백 사운드. 뭐 그런 것들이 플래시백처럼 지나갈 뿐이다.

플레이밍 립스는 이번 서머소닉의 참다운 헤드라이너였다고 생각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동요판 콘서트였다고 할까. 무대 뒤에 설치된 반원형의 LCD에서 나체 여성의 그래픽이 펼쳐졌다. 중요 부위에는 모자이크 형태의 그래픽이 덧입혀진채. 그리고 그 모자이크가 열리더니 멤버들이 하나 둘 씩 등장했다. 무대 양쪽에서 각각 개구리와 토끼 탈을 뒤집어 쓴 수십명의 스탭들이 등장했고 멤버들이 모두 등장하자마자 종이 폭죽이 연달아 터지며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수백개의 대형 원형 풍선이 객석을 향해 던져졌고, 그 풍선들은 공연 내내 객석 위를 날라다녔다. 시작부터 그랬던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 날의 황금 라인업들 중에서도 '공연'이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은 단연 플레이밍 립스의 몫이었다.

글래스톤베리, 펜타포트, 지산, 서머소닉. 네 개의 페스티벌을 모두 보고 나니 이래저래 할 말들이 산더미다.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가 갈 길은 그저 멀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그 정도가 어디냐는 위안은 통하지 않을 만큼. 이제, 여름이 끝났다. 글래스톤베리로 시작했던 특별한 여름이. 남은 날들은 그저 덥고 습한 날들의 연속일 뿐. 남은 더운 날들을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그리고 해야 할 여름의 이야기를 위해 쓰도록 하겠다.

by 김작가 | 2009/08/11 13:31 | 아주 특별한 여름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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