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글렌한사드
2007/12/06   프레임즈 <For The Birds> [2]
프레임즈 <For The Birds>

<원스>가 기적에 가까운 흥행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공은 8할이 음악이었다. 이렇다할 스토리의 맛도 요란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도 아니었건만 오직 실제 뮤지션인 두 남녀가 주고 받는 음악이 객석에 공명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입소문을 불러 일으켰다. <원스>는 보고 싶은 영화에서 봐야할 영화로 격상되며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음악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국내에선 이름도 생소했던 글렌 한사드의 밴드, 프레임즈의 앨범이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역시 9할 이상은 <원스>의 공이다.

<For The Birds>는 프레임즈의 네번째 정규 앨범이다. 본국에선 플래티넘을 기록했으며 픽시즈, 너바나의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스티브 알비니가 녹음을 맡았다. 앨범은 차분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격정의 늪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닉 드레이크부터 데미언 라이스에 이르는 센티멘털 포크의 전통을 오롯이 흡수한 뒤 지진같은 노이즈를 곳곳에 펼쳐놓는다. <원스>에서 주인공 이상의 주인공이었던, 담배불에 타들어가는 마른 낙엽같은 글렌 한사드의 목소리는 프레임즈의 음악에서 딱 밴드의 일원으로 자리한다. 그의 목소리가 지나가는 곳에 상념이 있고 그의 목소리가 멈춘 곳에 파도같은 기타 피드백이 용솟음 친다. 어느 한 곡만 빼서 들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퇴적과 융기를 거듭하여 거대한 산이되는 지층처럼 앨범은 한 곡 한 곡 흘러가며 감정을 쌓아간다.

<원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상상을 할 수 있을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기 전의 음악일까, 아니면 헤어진 후의 음악일까. 혹은 <원스>에 존재하던 시간안에 있는 음악일까. 여러모로 <원스>와 완전히 분리되어 들리지는 않는 앨범이다. 자판을 치는 손가락은 얼어붙고 헤드폰을 낀 귀는 발그레해지는 지금, 딱 적절한 시점에 글렌 한사드가 다시 찾아왔다. 데미언 라이스와 함께 아일랜드의 겨울을 막연히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가지고.


Headlong

by 김작가 | 2007/12/06 18:58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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