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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4   건스앤로지스 내한 공연 후기 [98]
건스앤로지스 내한 공연 후기
왕년에 전성기를 누렸던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가는 이유는, 까놓고 말해 한 가지다. 옛날 노래를 들으러 가는 것. 그 경우 새 앨범이란 옛날 노래를 듣기 위한 일종의 거래같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건스 앤 로지스도 그랬다. 누가 <Appetite For Destruction>과 <Use Your Illusion>을 제쳐놓고 <Chinese Democracy>의 수록곡을 들으러 갔겠냔 말이다. 물론 있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미미했을 거라는 건 공연의 반응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신곡을 연주하면 썰렁, 옛날 곡 하면 우와와하면서 일어나던 이번 공연의 피드백이 그 증거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공연은 정말 손에 꼽을만 했다. 정확히 말하면 건스 앤 로지스의 공연이 아니라 액슬 로즈와 직원들, 이라 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일단 사운드가 끔찍했다. 당연히 현지 사운드 엔지니어가 동행했고, 올림픽 체조에서 공연 본 게 한 두번도 아니다. 음향적 배려가 전혀 안된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연 초반의 사운드는 대부분 좋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곡이 쌓여갈수록 상황에 맞는 소리를 잡아서 결국은 만족스러운 소리를 잡는다. 그런데 첫곡부터 끝곡까지 일관되게 듣기 힘든 소리였다.  보컬과 리드 기타와 드럼만 들리고 아무 것도 안들리는 소리. 그런데, 그게 더 슬펐다. 액슬 로즈의 썩은 보컬이 더욱 강조됐기 때문이다. 원래 액슬의 목소리는 그랬다. 하지만 예전의 그것이 발효였다면, 오늘의 그것은 부패였다. 한 마리 들개같았던 야성은 사라지고, 다만 한 마리의 퍼그같은 외모와 오늘의 목소리는 한 때 건스 앤 로지스의 열혈 팬이었다는 게 수치스러울 정도였다.

예고된 일이긴 했다. 오죽했으면 이지 스트래들린, 슬래시, 더프 매캐이건 등이 모두 줄지어 탈퇴했겠는가. 또한 그들의 공백을 도저히 메꿀 수 없었으니 똑같은 음원을 근 십년간 만졌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공연이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뇌사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던 건 당연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일말의 기대를 품고 갔던 게 잘못이었다. 그래도 새 앨범까지 냈는데, 뭔가 파이팅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웠던 공연 내용에 비하면, 대만에서 두 대의 비행기를 흘려 보낸 끝에 뒤늦게 한국에 와서 오늘 공연을 두 시간 반 지연시킨 액슬 로즈의 변함없는 무책임한 성품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곡과 곡의 사이마다 쇠한 체력을 드러내려는 듯, 멤버들의 개인기에 시간을 맡기고 무대 뒤로 들어가는 게 안쓰러울 정도였다. 키보드를 맡은 디지 리드를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얼굴들인 멤버들의 개인 기량은 훌륭했다. 다만 건스 앤 로지스의 그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교한 악보와 구조도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무엇에 대한 공백이 절실할 뿐이었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Welcome To The Jungle'을 비롯해서, 'You Could Me Mine'이나 'November Rain' 그리고 엔딩곡이었던 'Paradise City'같은 명곡들의 전주가 흘러나올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것은. 시종일관 실망스러운 공연 내용에도 불구하고 옛 추억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딱 전주까지였다. 막상 액슬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들떴던 엉덩이에는 무겁디 무거운 추가 매달리는 듯 했다. 다만 <Appetite For Destruction>과 <Use Your Illusion>을 동시대에 들었을 때의 그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이 일으켰던 몸을 다시 앉게 하는 걸 막아줬을 뿐이다. 저절로 비교가 됐다. 주다스 프리스트, 머틀리 크루,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최근 일년 사이에 접했던 왕년의 선수들의 공연과. 그들의 공연이 잠시 잊고 있었던 명배우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낼만한 무대였다면, 건스 앤 로지스의 그것은 껍데기만 남은 옛 이름의 호명에 다름아니었다. 'November Rain' 의 기타 솔로를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번갈아가며 연주했음에도, 머리 속에는 기마 자세로 말보로를 꼬나문 채 그 절절한 솔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슬래시의 모습이 떠오를 뿐이었다.  건스 앤 로지스의 초기 곡을 대부분 썼던 이지 스트래들린의 부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LA메틀의 전성기에 펑크 록커의 존재감을 잇고 있었던 더프 메케이건이 마냥 그리울 뿐이었다.

아마, 이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건스 앤 로지스의 내한 공연은. 또한 마지막일 것이다. 건스 앤 로지스의 앨범과 월드 투어는. <Chinese Democracy>의 저조하디 저조한 반응은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서글프게 말해준다. 이지 스트래들린, 슬래시, 더프 매케이건 없이 액슬 로즈 홀로 있는 건스 앤 로지스란 것은 오직 강백호만 존재하는 북산고 농구부와 같다는 것을. 그들, 아니 액슬 로즈가 건스 앤 로지스의 이름으로 또 앨범을 내고 투어를 한다 한들 그것은 뇌까지 멈춰버린 육체의 박제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인체의 신비'전도 아니고 말이다.

함께 공연을 본 선배 평론가는 말했다. "그 정도 레퍼토리를 가진 밴드가, 이런 공연을 하는 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일이야." 해외에서 건스 앤 로지스의 공연을 세 번 본 음반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이 네 번 째 본 공연인데, 가장 후졌어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느 평에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오늘 객석을 가득 매운, 공연 지연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환호를 보낸 이들 중엔 어쩌면 청소년시절의 우상을 알현하러 온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처음으로 아레나 급 록 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전성기의 건스 앤 로지스란 그토록 대단한 존재였으니까. 그들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비록 전성기가 지난 밴드의 공연이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하나 하나 붙잡고 설명하고 싶었다.

생각해본다. 록 스타에게, 아니 스타에게 겸손과 성실은 필수적인 덕목은 아니다. 아무리 문란하고 난잡한 사생활을 하던, 음악외적인 부분에서 가십과 이슈를 양산하건 상관없다. 오히려 너무 모범적이고 착한 생활을 하는 아티스트는 재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에게 도덕성까지 요구하지만 그건 잘못된거라고 생각해왔다. '예술은 결핍에서 나온다'라는 격언은 '안정과 성실에서 예술은 나오지 않는다'로 변주되는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자신이 표현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진지해야한다. 꾸준한 노력을 경주해야한다. 그래야 긴 인생의 잠깐 빛날 수 있는 재능의 유통기한이 연장되는 법이다. 그것이 철없는 스타가 자신의 세계를 인정 받는 중견, 또는 거장으로 자리할 수 있는 길이다. 1993년 <The Spaghetti Incident?>이후 무려 15년을 허송세월했던 건스 앤 로지스, 아니 액슬 로즈의 첫 내한 공연을 보며 내내 확인했던 점이다. 그만한 자리에 올랐었으면서 이만큼 몰락하기도 쉽지 않다는, 반면교사적 공연이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살짝 만진 프레시안 버전


*생각외로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어차피 작심하고 쓴 글이라 건스앤로지스 다이하드 팬들의 반론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서도,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군요. 본문에도 밝혔다시피, 머틀리 크루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주다스 프리스트,익스트림(메탈리카는 물론이고)등의 최근 공연을 다 봤기에 그들과 비교해서 너무 실망을 했더라는 겁니다. 그래요, 머틀리 크루도 주다스도, 익스트림도 사실 건스 앤 로지스와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밴드입니다. 그 뒤의 앨범은 말하자면 부록같은 거지요.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옛 전성기의 아우라를 그대로 내뿜고 있었단 말이죠. 하지만 건스 앤 로지스는 어떻습니까.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리즈 시절 그들을 압도했던 팀입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를 했더랬지요.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차라리 옛날 생각 안나게 중간 중간 새 앨범 계속 내면서 함께 늙어온 팀이었더라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건스 앤 로지스는 이번 앨범전에, 스파게티 인시던트까지 해서도 15년의 공백이란 말이죠. 원년멤버나가고 난 후 버켓헤드같은 쟁쟁한 멤버들 들어왔다가 다 나갔단 말입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작업한 디모크라시 앨범만 계속 만지작 거렸고요. 그런 상황에서 그럼 전성기를 안 떠올릴 수 있을까요.<Appetite For Destruction>부터 <Use Your Illusion>까지 동시대에 접하고 열광했던 사람이 그 시절의 기억을 거세하고 이번 공연을 접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회현상가에서 VHS불법복제떠서 리오 라이브니 몬스터스 오브 록이니 구해보던 세대가 말이죠. 두성처리 안되서 고음에서 음압 확 낮아지고, 폐활량 관리 안되서 빠르게 내뱉듯 노래하는 부분에서 헐떡거리다시피 노래하던 액슬의 모습이 전 그리 안쓰러워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슬펐단 말입니다. 별로 좋아하던 밴드가 아니었으면 이런 악평도 안썼을 겁니다. 걍, 조용히 공연보고 혼자 욕하고 말았겠지요. 나이도 먹고 그랬으니까 좀 관리라도 했겠지, 싶었는데 넌 15년 동안 도대체 뭘 한거냐 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란 겁니다. 서서히 나이먹어가는 증표없이, 그저 절정기의 산물이후 아무 것도 없었던 세월만 미워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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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 말대로 간만에 락 스피릿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재밌는 듯.

*지정석 왼쪽에서 보다가 사운드가 하도 거지같아서 정중앙에서도 확인해봤는데, 사운드는 뭐 피차일반이더군요. 그러니 스탠딩에서는 어땠을지 익히 짐작이 갑니다

by 김작가 | 2009/12/14 06:02 | 스토리 | 덧글(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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