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에 필요한 몇가지 것들

<홍대앞 다시 보다-수집가 홍씨의 2009홍대앞 아카이브 전>의 음악 파트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처음 생각한 것은 두가지 였다. 첫번째는 음반 뿐 아니라 공연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동안 이런 류의 전시나 기획에서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들이 중심이 된 경우는 종종 있었다. 상상마당에서 상시적으로 벌이고 있는 레이블 마켓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음반 만으로 인디 음악 전반을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음반을 발매한다는 것은 음악 생활에서 하나의 분기점이자 때로는 결과가 된다. 분기점에 이르는 과정은 공연이다. 그리고 음반이 발매된 경우라도 음반을 알리기 위해 주로 벌이는 활동이 방송 및 프로모션 보다는 공연이라는 사실은 인디 뮤지션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주요한 근거다. 하지만 정작, 공연에 대한 아카이브는 존재하지 않았다. 라이브 클럽에 대한 정보는 있었으되 그 클럽에서 어떤 밴드가 얼마나 공연을 했으며, 나아가 홍대 전체 라이브 클럽 신에서 어떤 공연이 어떻게 벌어지는 지는 산발적인 형태로만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 클럽의 공연 일정들을 모아 데이터 베이스화 하기로 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생각했다. 올해 가장 주목을 받고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밴드들이 당연히 공연을 가장 많이 했을 거라고. 예를 들자면 지난 해 EBS스페이스 공감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대상을 받으며 일약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국카스텐. 2008년 갑자기 등장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그리고 현존하는 대한민국 록 밴드들 중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이 그 막연한 생각을 이루는 팀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올해 홍대앞 라이브 클럽 신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한 밴드의 명단을 살펴 보면 이렇다. 정통 블루스 록을 연주하는 인천 출신의 서드 스톤이 총 46회의 공연을 했다. 거의 매주 한 번 씩 무대에 선 샘이다. 또한 10센치(42회) 폰부스(40회) 아미(37회) 랄라스윗(35회) 등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대부분 인디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생소한 이름들이다. 스포트 라이트의 조도와 공연 횟수가 정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째, 어느 정도 성공 반열에 오른 밴드들은 일반적인 클럽 무대보다는 단독 공연이나 다른 뮤지션의 게스트, 또는 외부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진다. 즉, 티켓 파워가 형성됐기에 이번에 수집한 자료에서는 누락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 째, 데이터 베이스의 상위에 랭크된 밴드는 아직 활발한 공연을 하며 이름을 알리고 음악적 정체성을 쌓아나가는 단계에 있다. 즉,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밴드들이 전업 뮤지션의 길에 한 발 자국 다가가고 있기에 일반적인 무대에 서지 않는다면, 이를 향해 가는 밴드들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은 라이브 클럽의 기능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한다. 음악의 인큐베이터, 혹은 배양소로서의 라이브 클럽의 기능 말이다. 통념과는 다른 데이터 베이스를 확립할 수 있었다는 점과 라이브 클럽의 실제 컨텐츠 현황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첫 시도이다보니 한계점또한 보였다. 언급했다시피 전적으로 클럽의 정기 공연 데이터 베이스에 의존하다보니 대관 공연이나 공동 기획 공연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야구로 치자면 메이저 리거들이 빠진 셈이랄까. 음반 아카이브 또한 마찬가지였다. 2009년 10월말 까지 발매된 음반들 대부분이 전시되긴 했지만 누락된 경우가 있었다. 연간 국내 아티스트의 음반을 십 여장씩 발매하는 레이블부터 한 두 장만 발매하는 레이블까지, 다양한 규모의 레이블이 있는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음반 발매 현황을 파악하고 음반을 수급하는 일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과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 작업이자 취미에서 출발한다는 음악의 특성상, 메이저와 인디를 막론하고 음악 산업은 다른 문화 산업에 비해 가장 약한 결집도를 보인다. 게다가 비즈니스적 이익이 메이저 기획사에 비해 크지 않은 인디 레이블의 여건 상 한정된 기간동안 적극적인 협조를 바라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홍대앞 다시 보다-수집가 홍씨의 2009홍대앞 아카이브 전>은 따라서, 향후 안정적인 인디 음악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서는 일상적 기획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홍대앞 다시 보다-수집가 홍씨의 2009홍대앞 아카이브 전>이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미디어 데크 개념의 프로젝트가 요구된다. 프랑스 등 문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미디어 데크는 지역 도서관의 컨텐츠를 확장한 개념이다. 파리 레알 지역에 있는 미디어 데크의 경우 음반과 음악잡지, 각종 음악도서들이 모두 소장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곳에서 책을 대출하듯, 새로 나온 음반이나 자신이 듣고 싶은 음반들을 대여하고 관련 자료들을 접하며 음악적 소양을 쌓는다. 이를 응용한 홍대앞 미디어 데크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각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들을 수집,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한 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대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홍대앞의 지역 주민 중 적지 않은 인구가 홍대앞 문화와 음악을 동경해 상대적으로 비싼 부동산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을 위한 지역 문화 서비스로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주 벌어지는 클럽 공연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나아가 지난 주에 어느 클럽의 관객이 가장 많았는지 알려주는 박스 오피스 데이터가 일상적으로 구축된다면 주먹 구구식으로 운영되거나, 혹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라이브 클럽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정보 부족으로 라이브 클럽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다양한 계층의 인원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것은 매거진이다. 현재 홍대앞 인디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오프라인 매체는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블링' '브릿' 같은 무가지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컬쳐 매거진을 표방하고 음악은 일부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월간, 혹은 격월간으로 뮤지션, 음반, 공연 등 인디 음악 전반에 대한 정보 및 리뷰가 개재되는 로컬 매거진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아카이브를 통해 음반과 공연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더라도 이를 체계화시킬 수 있는 텍스트가 없으면 효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음반과 공연, 그리고 매체의 삼위일체는 급격히 상업화되고 되고 있는 홍대앞에 지역 문화의 지속가능한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소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음악부문 기획)

<홍대앞 다시 보다-수집가 홍씨의 2009홍대앞 아카이브 전>도록에 실림.

by 김작가 | 2010/02/23 16:17 | 생각 | 덧글(7)
Commented at 2010/02/24 09: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작가 at 2010/02/24 12:25
어떤 뉴스였을지...-_-;
Commented at 2010/02/24 15: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배뤠이군 at 2010/02/24 22:01
뉴욕에 수요일 마다 나오는 Village Voice 한부만 있으면 일주일간 있을 모든 공연및 영화 각종 행사들 정보를 다 알수 있는데..물론 세계 다른 도시들에도 그런 무가지 하나 정도는 있을테죠..서울에도 하나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항상 생각했었습니다.
Commented by Skyjet at 2010/02/25 23:11
개인적으로 홍대 지역의 한달치 공연 정보를 담는 <useful paper> 같은 형식의 정기 간행물이 주간으로 나왔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한선우 at 2010/02/25 23:34
랭크된 공연 횟수를 보고 제가 아는 밴드 중 공연을 많이 하는 이들을 찾아보니 전국비둘기연합이 50회가 넘었고 칵스가 6월 중순부터 첫 공연을 시작했는데 34회 정도 공연을 했더군요.소식지는 정말 필요한거같습니다!웹 게시판 중에는 네이버 인디락 공연 매니아에서 공연 정보를 제일 꾸준하게 볼수있는거같던데..
Commented by So.. at 2010/03/04 12:38
매거진은 아니지만, 마포 FM에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생긴다는 기사를 봤어요 ㅎ 직접 뮤지션들이 진행하는. 결국 문화가 힘을 키우는 과정 역시 가까운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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