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 내한공연 초간단 후기

재미있는 공연이 있고 좋은 공연이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 봤던 공연은 이 둘의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린데이는? 새로운 범주가 필요했다. 재미있었다. 좋았다. 그리고 존경스러웠다. 그들의 커리어가 그렇다. 오랫동안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하나의 궤적을 밟는다. 인생을 만든 음악이 있고, 나머지는 그 연장선상에 있기 마련이다. 객석의 호응도는 압도적으로 전자에 더 큰 반응을 한다. 그러나 그린데이는 아니었다. 우리 세대가 그렇게 사랑해마지 않았던 <Dookie>보다 더욱 쩌렁쩌렁하게 체조를 울렸던 건 <American Idiot>과 <21st  Century Breakdown>의 수록곡들이었다.  90년대에 데뷔한 밴드들 중에서 이게 가능한 밴드는, 단언컨데 그린데이밖에 없다. 즉 ㄴ형태의 인생궤적이 아닌 의 곡선에 있는 그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던 것이다. 이게 존경의 다가 아니다. 보통 데뷔한지 15년이 훌쩍 넘는 밴드에게 옛날과 동일한 에너지, 또는 몸상태를 기대한다는 건 대체로 무리다. 그런데, 이게 왠걸. <Dookie>부터 <21st  Century Breakdown>까지의 모든 목소리와 연주가 한 점 흐트러짐없이 그대로 재현됐다. 술도, 담배도 이제는 안하는 빌리조다. 음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로큰롤의 쾌락을 포기해왔단 말인가. 얼마나 철저하고 치열하고 성실하게 자기관리를 해왔단 말인가. 그런 노력은 오늘의 공연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한점 빈틈없이 들어찬,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의 일만이천관객들이 몸이 부숴져라 놀고,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던 건 그런 인생에 대한 본능적 반사작용에 다름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왠지 거장이나 꼰대의 공연에나 어울릴 법한 문장같기도 하다. 하지만 천만에, 엉덩이를 까고 관객을 계속 무대로 끌어올려 노래시키고 키스하고....1994년 우드스톡에서 관객들과 진흙을 던지며 놀던 펑크 키드는 전혀 늙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었다. 진짜 에너지였다. 왜 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에너지였다. 왜  사멸하지 않았는지, 그들에게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었다. 트렌드에 맞춘 영상이라던가, 하다못해 현장중계 스크린하나 없이 오직 밴드의 힘만으로 압도하는, 그래서 그 크고 넓은 스타디움이 라이브 클럽처럼 느껴졌던 그린데이의 첫 한국방문은 단언컨데 내한공연사의 레전드로 기억되리라. 그래야 마땅하다. 많은 뒷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내한 공연보다 많이 보였던 뮤지션들의 소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묶어서 자세한 후기를 쓰려고 한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Finally We Made It"이라던 빌리 조의 멘트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안봤으면 후회할 공연이 아니다. 꼭 봤어야만 하는 공연이었다. 꼭 공유했어야하는 시간이었다.
by 김작가 | 2010/01/19 03:33 | 트랙백(2) | 덧글(27)
Tracked from clotho's Radio at 2010/01/19 11:07

제목 : Green Day Live in Seoul : 그린..
일단 외치고 시작합니다. 에~ 오~ 어제 공연 막 마치고 나서 잠들기 전까지는 제가 여지껏 봐왔던 공연 중에 Top 3 안에 들겠다 싶었는데, 다시 공연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어제의 그린데이는 단연코 넘버원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몇년전 Nightwish 공연 이후로 이렇게나 열심히 뛰어 "놀았던" 공연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공연 전부터 여기저기 매체에서 흘러나오던 오프닝밴드, 8시에 칼시작,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등등 분......more

Tracked from 화이트퀸의 음악여행 at 2010/01/20 00:52

제목 : Green Day (그린 데이) 내한공연 후기 (2..
Green Day (그린 데이) 빌리 조 암스트롱 (보컬, 기타) + 방대한 싱얼롱, 엉덩이 보여주기 등 마이크 던트 (베이스) + 불쌍한 표정, 정상적인 퍼포먼스 등 트레 쿨 (드럼) + 허공으로 스틱 날리기, 스틱 멀리 던져주지 않기 등 Green Day In Seoul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아직도 Muse의 여파가 완벽하게 가시지 않아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을 흥얼거리는 사이, Green Day의 공연이 성큼......more

Commented by yumyum at 2010/01/19 04:07
지금도 흥분을 가라앉힐수가 없네요
저는 배철수님 뒷뒷뒷자리에서 봤지요 후후
그나저나...영상을 보니, 키스를 빌리가..'당했'더라구요-_-; 그 어린소녀 빌리 머리채를 붙들고 안놔주더라구요. 그리고나서 어이없는 멘트. 빌리가 급수습하는 눈치. 이미 열받은 여심들이 작용했는지 다이브후에 아무도 안받아줘서 얼굴이 그대로 바닥에........하하;
여튼. 뭐라 표현할 말이 없는 그들이었네요!!
Commented by 김작가 at 2010/01/19 04:12
저는 쌍안경이 있어서 완전 클로즈업으로 봤는데 혀가 빌리입속으로 들어가더군요.ㅎㅎㅎ 중학생이었다던데... ㅎㄷㄷ 근데 멘트가 어땠길래?
Commented by 서서 at 2010/01/19 04:20
I deserve to die today라고 했다죠
그러자 빌리는 No You deserve to dive today
라고..
Commented at 2010/01/19 04: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여마담 at 2010/01/19 05:28
이것은 폭풍...스텐딩과 좌석의 경계가 안보이더구먼,,,10점 만점에 1000000점!!!!ㅎㅎㅎㅎ
Commented by 아자!! at 2010/01/19 08:32
저 스탠딩 젤앞이었는데... 목을 부여잡고서 안놔주던 그여자분.....ㅠㅠ
좀만 짧았어도 되는데... 넘 길어서.... 빌리도 급당황하던데...^^
너무 오래 기다린 그들, 기다림의 그 이상을 보여줬습니다...
빌리의 눈동자... 움직일때마다 날리던 땀방울... 악동스럽던 표정
진심으로 관객과 소통하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나이를 어디로 먹은건지.... 날라다니는걸 실제로 보니...할말이^^
나중엔 스탠딩은 관객이 더 지쳐서.... 목들이 쉬어서... 소리도 제대로 못지르고있었다는^^ 저역시 그들을 좋아한게 자랑스럽습니다.
수많은 내한공연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Commented by 사막늑대 at 2010/01/19 09:37
토요일 도쿄공연 보고나서 두나라 비교를 확실하게 해드리죠~ ㅎㅎㅎ
Commented by belle at 2010/01/19 10:05
공연시작전 엄한 말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던 공연이었어...^^
Commented by 르미르 at 2010/01/19 10:06
정말 감동이었습니다.눈물이 안나는데
아직까지도 밀려오네요.
그 순간 그 심장 그 느낌 그 울림
Commented by 괌마 at 2010/01/19 10:07
이럴수가....모두들
안봐서 후회한다는말은 18번이 됐군요!!!!!!

여자에게 키스를 확실하게 당했죠ㅋㅋㅋㅋㅋㅋㅋㅋ아나
이것때문에 다신 한국안오는거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객과 인터렉션하려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였어요

직접가지않고 후기만 찾아보는 저입니다만ㅜ_ㅜ

전 진짜 20대들의 펑크음악을 보는것같았아요
Commented by oIHLo at 2010/01/19 10:40
아 진짜...
이제까지 본 내한공연 중 최고였어요!
Commented by greenday at 2010/01/19 11:48
ㅋㅋㅋ basket case 나올때 형광봉 다던짐..
Commented by siesta at 2010/01/20 01:12
그 형광봉 등짝에 정통으로 맞아서 등이 시퍼렇게 멍든 스탠딩 구역 1人
Commented by 죄다 at 2010/01/19 12:50
트래비스도 좋았지만, 이건 또 다른 의미로 정말 최고였어요...^^;
관중들을 배려하는? 이렇게 매너가 좋은 줄은 몰랐어요.
Commented by 리렌 at 2010/01/19 13:39
여운이 아직도 안가시네요....정말 최고였습니다ㅠㅠ 김작가님의 자세한 후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아다마 at 2010/01/19 15:07
길이길이기억되리!
Commented by 25 at 2010/01/19 18:14
사랑의 빌리조~
Commented by at 2010/01/19 21:02
건지 앤 로지스 공연과는 극과 극 이었나 보군요.

건스도 한때는 날렸는데.....
Commented by 베아제 at 2010/01/19 22:58
예전부터 이 곳을 즐겨찾기 해 놓고 종종 글을 읽는 네티즌 중 한 명입니다.

"안봤으면 후회할 공연이 아니다. 꼭 봤어야만 하는 공연이었다."

100% 공감합니다.

06년 광복절 메탈리카 공연이 제가 꼽는 베스트 내한공연의
넘버원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그린 데이가 차지했네요.
싸인 받겠답시고 호텔 앞에서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궁상쑈까지 했으나
- 결국 싸인, 사진은 실패했습니다. -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너무 잘 놀았어요. ㅎㅎ
Commented by shrek at 2010/01/20 01:11
중학생 아니고 고3이라고 본인이 직접 밝혔답니다.딥키스 역시 부정하고..멘트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내용이었죠.다들 원나잇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 떠돌아 다니는데 얘기 자세히 듣고 판단했음 합니다... 정말 이번 공연은 레전드로 기록될 공연중 하나이긴 했습니다.공연의 구성도 훌륭하고...보컬 목 상태가 너무 탁월하니...네네...감사 또 감사였을뿐 ㅠㅠ
Commented by 쒸가렛 at 2010/01/20 11:06
빌리조 여전히 담배도 피고 술도 미친듯 마십니다.
Commented by 감동백배 at 2010/01/20 21:47
Foxboro Hot Tubs 공연보면 여전히 술 마시고 담배 피면서 공연하던데요 ^^

제가 본 후기 중에 제일 멋진 후기네요.
초간단이라 하셨으니 다시 감동받으러 오겠습니다. 즐겨찾기 필수 ㅋㅋㅋ
형광봉 맞은 스탠딩 분들은 많이 아프셨겠지만 우수수 떨어질 때 그 장관이란~ 저는 지정석에서 봤는데 정말 압권이었다지요 아마 그린데이의 눈에도 감동이었을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감동백배 at 2010/01/21 02:09
며칠 버닝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하면서 그동안 쓰신 글들 읽다가 시간가는 줄도 몰랐어요. 새로운 감동이네요. 자주 오게 될 듯...
Commented by 스엉 at 2010/01/23 00:29
Better than America!!!!!!!!!
Commented by 로켓단 at 2010/01/25 03:58
도쿄공연 다녀왔어요.
그린데이는 평생 꼭 한번은 보고 싶었던 공연이기도 했고,
한국 공연 후기들보고 너무 기대한 탓일까요?
공연은 좋았는데...한국 후기 글에 나온 기대에는 못미친 듯;;;

과연 한국 공연은 어땠길래!!!
후기글이 보고 싶어서 첨으로 덧글남겨요!
어서 후기 올려주세요!!!
Commented by 사막늑대 at 2010/01/25 14:03
토요일 도쿄공연보고 새벽비행기로 돌아왔는데요~
한줄로 평하자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은 정식투어가 아닌 번외공연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나름 관객반응이 좋았으니 다음에 내한한다면 정식버전이 될것 같다는 기대는 가졌습니다.
지금은 피로에 쩔어있어서 나중에 왜그런지를 정리해야겠군요~
Commented by 김작가 at 2010/01/25 14:04
그게 번외였으면 도대체 일본에서는 어땠다는 건지 그야말로 충공깽. 그나저나 근무시간에 일안하고 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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