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지역 문화는 고립에서 발전한다. 오프라인에서의 교류가 없을 때, 같은 동네의 사람들이 뭉치기 때문이다. 대학교 동아리 비슷한 개념에서 출발했던, 그러나 세월이 흘러 브로콜리 너마저나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하며 또 다른 음악의 산실이 된 붕가붕가 레코드의 초기 주력자이자 현재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수장인 9(송재경)의 이번 앨범은 그런 명제에 또 하나의 근거로 자리한다.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정규 앨범에 새겼던 그림자궁전의 앨범이 소닉 유스의 노이즈에 대한 경하라면, 즉 리스너이자 홍대 인디 신의 죽돌이로서 보낸 능동적 나날의 결과라면 9와 숫자들의 앨범은 자연인으로서 그가 듣고 자란 음악에 대한 되새김이자 소화다. 신스 팝이 이 앨범의 방법론이라지만, 그 알맹이는 의외로 친숙한 곳에서 기인한다.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의 캠퍼스 포크 그룹 말이다. 라이너스, 하사와 병장 등 노래방의 레퍼토리 북에서나 존재하는 그 음악들,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까지의 FM 오후 프로그램에서 익히 들을 수 있던 노래들을 구와 숫자는 동시대적 문법으로 복원한다. 단순한 복고가 아닌, 재해석의 음악인 것이다.

이 앨범은 러프하게 말하자면, 검정치마의 <201>과 비교대상이 된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서구 음악의 흔적들 때문이다. 그림자궁전의 음악이 그 취향의 특정 부분을 끝까지 몰아붙인 거였다면, 9와 숫자들은 보다 다채로운 취향의 기저들을 곳곳에 심어 놓는다. 그것은 한국 리스너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흐름의 조합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앨범의 뿌리에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맥락과 맞물린다. 여기에 <201>과의 비교 지점이 있다. <201>이 서구 대중음악이라는 토대위에서 한국 음악 신과의 융합을 꾀하는 앨범이라면, <9와 숫자들>은 그 반대기 때문이다. 이 두 뮤지션의 지향점이 결국 팝이며 이를 위해 여러 방법론들을 모색한다는 건 그들의 공통점이다. 9와 숫자들은 데뷔 앨범에서 취향과 영향을 선연히 드러낸다. 하지만, 문학으로 말하자면 문청의 단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소화력은 이 앨범을 보여준다. 검정치마와 마찬가지로. <201>을 통해 <9와 숫자들>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솔직하되 순박하지 않다. 영민하되 교활하지 않다. 이 앨범을 주목해 본다. 그럴만한 앨범이다.



by 김작가 | 2010/01/14 08:39 | 음악이 해준 말 | 덧글(3)
Commented by july at 2010/01/14 10:04
오오 어제 음반 주문했는데 아침에 이 글 보니 반갑네요 :-)
Commented by sould at 2010/01/15 16:13
덕분에 좋은 음반 또 알고 갑니다.
Commented by spaceboy at 2010/01/16 01:21
인트로 듣고 Born Slippy가 생각나는건 왜인지.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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