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 수다-연말특집
-올해는 어떤 해였나 생각해봤는데, 여러모로 분기점들이 많이 생겼다. 두 번의 거대한 지름 탓이었다. 우선 오디오. 연초에 거금을 투자해서 기본적인 세팅을 한 후, 보다 나은 청취 환경을 위해서 방 배치를 여러번 바꿨다. 작업실을 처음 만들면서 샀던 큰 책상을 치워버렸고, 그 다음에 샀던 책상도 얼마전에 버렸다. 눈뜰 때 부터 감을 때 까지 계속 음악을 틀어놓는데 한 쪽에 오디오, 한 쪽에 책상이 있다보니 한 쪽 귀로만 음악을 듣는 구조가 됐다. 물론 제대로 감상을 할 때는 오디오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펴놓고 듣곤 했는데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PC가 있고 노트북이 있으면 노트북은 잘 안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계속 음악을 옆에서 듣는 일이 이어지고, 이 문제를 어찌 타파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기존 책상을 버리고 작은 이동식 컴퓨터 책상을 사서 보통때는 오디오앞에, 누가 오면 벽에 PC를 밀어놓는 구조가 됐다. 결과적으로 오디오가 공간 배치의 중심이 된 건데... 그래도 계속 기기를 지르는 것 보다는 책상을 두번 갈아 치운게 더 싸고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전에 듣던 소리와는 전혀 다른, 하나의 세계를 만나다보니 들을 음악이 더 많아졌다. 새 앨범 모니터하는 것도 일인데 음반 하나 하나 다 꺼내서 들으면서 깜짝 놀랄 일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매시브 어택과 라디오헤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어서 음악 듣는 습관이 바뀌었다고 할까. 그 전과 다른 음악에 적응해야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관련 글을 쓸 때도 더 고민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또 하나의 지름은 역시 여름의 영국 음악 여행이었고, 그 후유증은 통장잔고라는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행 전후로 내 안의 뭔가가 분명히 바뀌었음을 계속 실감하고 있다. 상상의 영역에 있던 게 경험의 세계로 들어온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임을 알았다. 처음 도쿄에 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를 영국에서 겪었다. 성장일까 퇴화일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올해만큼 많은 공연을 본 적도 없다. 늘 공연을 많이 보긴 하지만 올해는 스케일이 비할 바 없이 커졌으니-_-;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페스티벌을 제외하고도 80번이 넘고, 페스티벌에서 본 것 까지 하면.... 말나온김에 올해 본 공연 중 베스트 5를 국내외로 꼽도록 해보자.

국외 뮤지션
1.브루스 스프링스틴@글래스톤베리
2.소닉 유스@서머소닉
3.미카@멜론악스
4.릴리 앨런@글래스톤베리
5.오아시스
@올림픽공원

국내 뮤지션
1.장기하와 얼굴들 드라마콘서트@남산드라마센터
2.국카스텐 1집 발매공연@V
3.언니네 이발관 연말 콘서트 @ V홀
4.허클베리핀 옐로우 콘서트 @상상마당
5.낭만유랑악단 '천변살롱' @이리카페

-크리스마스 시즌은 조용하게 보냈다.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연속 공연을 봤고 술도 마시긴 했는데 예전만큼 이 때는 떠들썩하게 보내야한다는 강박없이 심적으로는 차분했던듯 싶다. 그래서였을까. 24일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가 시작되기 전 잠시 작업실에 왔다가 살짝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려서 눈떠보니 아침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했다. 예전같았으면 정말 자살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을테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그까짓 이브따위, 라는 느낌이었달까. 늘 밤새 요란스레 퍼마시던 최근 10년의 이브가 무색할 정도였다. 참고로 이 시즌에 본 공연은 24일 드럭에서 포니,킹스톤,갤럭시,문샤이너스 합동 공연. 25일 연대 백주년에서 루시드 폴, 26일 구로 아트밸리에서 국카스텐, 27일 V홀에서 언니네 이발관.

-꽤 많은 글을 썼지만, 정작 블로그에는 작년만큼 올리지 않았다. 올리는 데 신중해진 것도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매체에는 썼는데 여기에는 안 올리는 리뷰비슷한 글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왠지 새 음악 소개에 부실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새해에는 다시 원래 모드로 쭉쭉 올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지만, 그 때 가봐야 알 일이다. 여튼, 이번 연말도 이 매체 저 매체에서 연말결산이 있었고 몇 몇 곳에 참여해서 리스트를 넘겼는데, 그와 상관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앨범 리스트를 꼽아보자면 이렇다. (순위는 무순,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발매된 앨범들)

국내
이장혁 <Vol.2>
브로콜리 너마저<보편적인 노래>
이소라 < >
국카스텐 <Before Regular Album>
오소영 <A Tempo>
아마추어 증폭기<수성랜드>
스왈로우<It>
서울전자음악단<Life Is Strange>
문샤이너스<모험광백서>
아폴로 18 <Apollo 18>
3호선 버터플라이 <Nine Days Or A Million >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

국외
페인스 오브 빙 퓨어 앳 허트<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플레이밍 립스 <Embryonic>
너바나 <Live At Reading>
팬팔로 <Reservoir>
에어 <Love 2>
카사비안 <West Ryder Pauper Lunatic Asylum>
애니멀 컬렉티브 <Merriweather Post Pavillion>
요 라 텡고 <Popular Songs>
릴리 앨런 <It's Not Me It' Not You>
플로렌스 앤 더 머신 <Lungs>
위저 <Raptitude>
노라 존스 <The Fall>
The XX <XX>

리스트를 써놓고 보니 정작 블로그에 올린 건 정말 얼마 안되는 안습한 상황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_-;  음악 블로그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반성하겠습니다.

-작은 가게를 하고 싶은데, 아직 거품이 없는 동네에는 도통 물건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심야식당>정도의 작은 아지트형 가게를 해보고 싶었는데, 작업실을 꾸리다보니 그런 마음이 더 강해졌다. 이건 뭐, 인간들이 꽤 자주 놀러오고 그 때 마다 술줘, 요리해줘, 음악 들려줘, 재워줘 4종 세트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보니 차라리 이럴 바에는 가게를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업이나 투자하실 분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 환영.


-올해도 조용하다면 조용했고, 북적댔다면 북적댔고, 그리고 어김없이 한 번은 폭발했던 블로그에 와주신 분들 모두에게 연말의 안부와 이른 새해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던 달력이 한 권 바뀌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지난 해 이맘 때 마찬가지로 빌었듯이, 새해에는 좀 더 괜찮은 일년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엄혹한 세월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요.



Marble Sounds-Come Here



by 김작가 | 2009/12/29 16:47 | 상수일지 | 덧글(12)
Commented by Silver at 2009/12/29 16:56
좋은 새해 보내세요-
Commented at 2009/12/29 17: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oIHLo at 2009/12/29 17:59
1,2위는 전설들이니 어쩔 수 없고...
3위에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cmpfr at 2009/12/29 18:19
올핸 작가 오빠 덕분에 압xx도 마시고
동호인들의 시낭송을 감상하며 맥주를...
연말 잘 정리하시고 2010년에 뵈어요
Commented by at 2009/12/29 21:31
그냥 들려봤다가
술줘, 요리해줘, 음악 들려줘, 재워줘 <에서 한참 웃다 가요.
해피 뉴이어^_'
야식당 열면 꼭 갈게용 ,대충 하는거 같아도(?) 결과물은 으왕굳 !
Commented by 주유 at 2009/12/29 21:31


올해 출판된 김작가님의 책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근데 전 책에 실린 내용도 좋지만

김작가님의 평론 글이 더 땡겨요.

외국 뮤지션보다 한국 음악가들 이야기가 더 좋은건 저만 그런걸까요?

쓰잘데기 없이 말이 길었는데 새해에는 건필하십시오.. 건강은 기본 ㅋ
Commented by 피노 at 2009/12/29 22:1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willowtea at 2009/12/30 00:12
예상외로 제 주위에선 반응이 좀 잠잠했던 오소영씨와 문샤이너스의 앨범이 국내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마구 반갑습니다. ㅎㅎ 근데 리스트 중에 반은 들어보지 못한 거네요. 아아..5월 쯤인가에 작가님이 사회를 보셨던 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그 공연말고는 공연 가 본 것도 거의 없고(그 때 공연 중에 작가님께 달려들어서 갑작스레 같이 사진찍자고 했던 커플을 기억하십니까?*_*/). 역시 음악에 있어서는 피폐한 한 해였다 싶습니다.

새해에는 심야식당 개업과 잦은 리뷰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아무쪼록 승하시기를 빌겠습니다.
Commented by 킹주 at 2009/12/30 06:32
설마 압생트 말하는거라면 ㅎㄷㄷㄷㄷㄷㄷ
Commented by 김봉현 at 2009/12/30 23:52
국카스텐 앨범 발매 공연 공감합니다 ㅎㅎ
강렬했죠
Commented by ㅅㅇㄴ at 2010/01/02 15:51
새해복많이받으셔요!


+ 오...심야식당 그거 좋은데요?
Commented by coldblood at 2010/01/08 17:03
가끔 들러서 좋은 말씀과 위안을 얻고 갑니다.
엘에이 오시면 술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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