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 내한공연 간략 후기

악스 홀로 가는 길에 미카의 앨범을 다시 한 번 들으면서, 사실 걱정했다. 이 엄청난 더빙을 과연 라이브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즉 풍성하디 풍성한 질감이 라이브에서 표현될 수 있을까. 데뷔 초기에 라이브에 대한 혹평을 접했던 기억이 나서 더욱 그랬다. 이언 맥캘런이 아나운서로 출현한 사전 동영상이 끝나고 밴드 멤버들이 하나 하나씩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미카였다. 우주복을 입고 등장한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애초의 걱정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Stuck in the Middle을 부를 때였던가, 팔세토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미카의 성대에는 색소폰이 달려있는 것 같았다. 우월하디 우월해 순정만화에도 안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기럭지로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빌 때, 특히 극세사처럼 가는 팔 다리를 사방으로 뻗칠 때는,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매혹적이었다. 맹세컨데, 남자의 공연을 보면서 야릇한 감정이 들기는 생전 처음이다. 과연 저런 남자는 게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이도 아닌 주제에 저런 간지와 음악을 만든다면 그건 사기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전곡이 싱얼롱으로 울려 퍼지긴 했지만, 여느 공연과는 좀 달랐다. 비싼 표값을 아예 뽕을 뽑겠다는 일념으로 때창 포인트까지 짚어가며 모든 곡의 가사를 예습해오는 한국 관객이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생활형 때창까지 더해졌다. 즉, 공연을 앞두고 공부한 게 아니라 평소에 흥얼흥얼 거리며 멜로디와 대략적 가사를 익히고 있는 사람들의 합창이 얹힌 것이다. 발음 전달도 잘되고 멜로디도 쉬운데다가 따라부를 수 밖에 없는 사운드를 가진 게 미카의 음악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거, 스피츠의 마사무네 이후 이렇게 한국 말을 잘하는 뮤지션은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서비스 멘트 뿐만 아니라 "한국 말 잘 못해서 미안해요" "함께 해요"등을 수시로 하더니 예정에 없던 두번 째 앵콜에서 노래를 잊어먹자 "노래 까먹었어요"라는 말을 할 줄이야. 이건 한 때 한국 애인을 사귀었거나, 최소한 한국인 친구를 가진 사람의 어휘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같이 본 지인은 밴드의 베이스가 한국계 중국인이기도 하고 미카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고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외였다. 물론 한국 말을 얼마나 잘하는 지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동안 제이슨 므라즈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확실히 뺏어올 거라는 확신이 드는 공연이었다. 미카가 다음 앨범 투어든, 페스티벌이든 다시 한국에 온다는 데 300원을 걸겠다.

자세한 후기는 월요일에.


Relax
Big Girl
Stuck in the Middle
Dr John
Blue Eyes
Touches You
Pick Up Off The Floor
One Foot Boy
Blame it on the Girl
Happy Ending
Billy Brown
I See You
(storm seq)
Rain
Love Today
We are Golden
..............................

Toy Boy
Grace Kelly
Lollipop

이것이 공식적인 세트리스트고 예정에 없이 두번 째 앵콜이 있었다. 두 곡을 더 하더니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자, 'Relax'를 다시 부르기까지 했다. 이번 공연에 대한 미카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by 김작가 | 2009/11/28 22:02 | 스토리 | 트랙백(1) | 덧글(21)
Tracked from Nomadic DNA .. at 2009/11/29 23:18

제목 : 미카 Mika 내한공연
ㅇ 미카(MIKA) 내한공연 ㅇ 2009. 11. 28. ㅇ 광진구 멜론 악스홀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겠다며 영국에서 친히 날짜에 맞춰 온 미카. ㅋㅋ. 덕분에 신나게 놀고 왔다. 2007년 첫 앨범. 후배덕에 알게 됬는데 노래도 신나고 좋지만 꼬불 파마 머리하며 뭔가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 보이는 귀여운 그 캐릭터에 홀딱 반해서 한참을 듣고 다녔다. 뮤직DVD까지 구입도 하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왕 많은 지 공연 예매가 10분만에 매진되었다고 하......more

Commented by at 2009/11/28 22:28
아니나다를까
공연 끝나고 실시간 업뎃이로군요~
Commented by yucca at 2009/11/28 22:46
이거슨...제대로 된 염장이군요ㅜㅜ 이 죽일 놈의 타이밍(중국인지라)...지금 럽투데이 듣고 있는데 럽투데이가 슬프게 들리긴 또 처음입니다. 내기에 걸엇던 300원 제가 드릴테니, 내년에 꼭 다시 와줬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수려 at 2009/11/28 23:57
베이스는 한국계 중국인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이랍니다. 그분께 한국어 배운게 아닐까 싶어요. 두번째 앵콜은 My Interpretation 이었구요. 그리고 이어서 Relax-
저도 오늘 공연 다녀왔는데! 월요일에 다시 올리실 후기가 기대됩니다:>
Commented at 2009/11/29 00: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ongdoly at 2009/11/29 01:33
최고였습니다 공연.ㅠ
정말 저두 부랴부랴 후기써야겠어요!.
후기사진들 정말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at 2009/11/29 0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미카팬 at 2009/11/29 01:57
여자팬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요~
암튼 미카도 완전 감동 먹고 돌아간 듯 공연 못 보신 분들은 걱정 마시길...
꼭 올꺼에요 아마
Commented by D.Silva at 2009/11/29 11:45
아 정말 잘본거 같아요 사진 정말 잘 찍으셨네요 ㄷㄷㄷ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9/11/29 23:48
사진은 제가 찍은 게 아니라 기획사에서 제공한 공식 사진입니다.ㅎㅎ
Commented by xSHUNx at 2009/11/29 11:48
공연 정말 보러 가고 싶었는데 소식을 너무 늦게 접해서..........ㅠㅠ
나중에 다시 오면 꼭 갈거에요!!!
Commented at 2009/11/29 13: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1/29 15: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zoomup at 2009/11/29 16:53
저도 "이건 한 때 한국 애인을 사귀었거나 최소한 한국인 친구를 가진 사람의 어휘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이대목에 300원 겁니다. 근데 베이스시스트 마이키초이는 인삿말만 할 수 있을정도의 한국말실력이라는데...전자였거나 전자진행중이면 좋겠다는 미카의 임호팬...
Commented by 조립식 at 2009/11/29 19:01
별 기대 안 하고 갔었는데 엄청난 성대와 기럭지, 그리고 한국어 실력에 놀랐습니다. 내 년에 또 볼 수 있길 바라게 되었네요.
Commented by 태자 at 2009/11/29 22:02
공연을 앞두고 공부한 게 아니라 평소에 흥얼흥얼 거리며 멜로디와 대략적 가사를 익히고 있는 사람들의 합창이 얹힌 것이다.

공감이네요. 저는 스탠딩 400번대였는데 미는게 거의 슬램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Pick Up Off The Floor부터는 사람들이 진정이 됐는지 아님 지쳤는지 많이 안밀어서 제대로 즐겼네요. 한국어도 감동이었고 여러모로 즐거웠어요!
Commented by naebido at 2009/11/29 23:21
공연 넘 좋았죠. 평소 흥얼흥얼 대던 사람 중 한명이랍니다. ^^ 기사보니 끝나고 나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해줬다네요. 정말 넘치는 에너지 듬뿍 즐겼네요. 내일 자세한 후기 기대할께요.
Commented by HolyRan at 2009/11/30 09:51
처음 데뷔했을 때 레코드샵에서 한 무료공연을 본 적이 있었죠. 저게 사람이냐 꾀꼬리냐 했습니다. 그러나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그냥 도중에 나왔다는...
Commented by 루트PD at 2009/11/30 11:28
컥.미카가 한국에 왔다니...너무 음악이 촐랑대서 ㅋㅋ 제 취향과도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흥얼거리고 덩실거리게 되는 미카의 음악.
Commented by 하야부사 at 2009/12/01 08:56
저도 미카가 게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떠도는 정보에 따르면 은근히 마초적인 성향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카의 노래를 가끔씩 기분 전환 삼아 듣곤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게이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프레디 머큐리를 롤모델 삼아 등장하긴 했지만 프레디 머큐리 음악의 철학적인 묵직함과 섬세한 멜로디랑 미카의 경박함과 가벼움과 그리고 가사에서 풍기는 여성성은 미카의 경우는 상투적인 것 같구요. ^^

그러거나 저러거나 게이도 아닌 주제에 저런 간지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사기라면,



그런 사기라면 기분 좋게 당하고 싶습니다. :)
Commented at 2009/12/01 14: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0- at 2009/12/01 19:54
내한 직후 미카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한마디
http://twitter.com/mikasounds/status/6143450497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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