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 2009 이런 저런 이야기




-GMF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라인업과 상관없이 특정 계층의 문화 소비자가 가고 싶은 페스티벌, 이라는 컨셉에 이토록 충실하기도 힘들다. 록 인 재팬, 서머소닉, 티 인 더 파크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는 느낌이다. 사실, 국내/국외 음악의 시장 비율이 9:1인 현실에서 아무리 날고 기는 록 스타를 데려와도 90년대나 지금이나 '낡지 않은' 국내 뮤지션 한 명을 당해내기는 힘들다. 지난 해 토이, 언니네 이발관에 이어 올해도 이적, 휘성, 불독 맨션등을 전면에 내세워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일요일은 진작 매진이었고 토요일도 엄청난 인파를 볼 수 있었다. (뻥튀기와 상관없는 파트의)관계자 말에 의하면 2만장 정도의 티켓이 나갔다고 한다. 그동안 다녀본 국내 페스티벌 중 눈대중으로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던 게 2007년 펜타포트였는데 이번 GMF가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페스티벌을 포함해서, 국내의 행사 집객 자료는 믿기 힘들 때가 많다.)

-가장 좋았던 흐름은 미드 나잇 선셋의 검정치마-세렝게티-문샤이너스. 러빙 포레스트 가든의 언니네 이발관-이장혁 라인. 전체 MVP는 역시 이적. 이적 공연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본좌 오브 더 본좌다. 오늘 공연을 지켜 본 모 밴드의 모씨는 "인디는 들러리야!"라고 절규했으며 같은 밴드의 또 다른 모씨는 "이적 빼고 다른 사람들은 무대에 보이지도 않더라"라고 술회했다. 그런 말을 들을만한 뮤지션이 국내에 얼마나 될까.

-디제잉은 재미있었다. 당초 생각과는 다르게 세트가 무대 바로 뒤에 있어서 과연 누가 올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제일 많은 사람들이 왔던 세트 중 하나였다고 한다. 평소 디제잉이 공연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한시간 내내 땀을 뻘뻘 흘렸다. 스스로 리듬을 타느라 계속 몸을 움직였던 것도 있겠지만 긴장감이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이펙터 삑사리 낼까봐-_- 내친 김에 제대로 배워서 취미생활을 하나 더 늘려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믹싱 파일을 만들어 놨는데, 혹시 듣고 싶으신 분은 말씀해주시길. 버스 태워드립니다.

-자니 마를 만났다.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었고, 크립스 공연이 끝나고 이발관의 능룡, 대정과 함께 대기실앞에서 기다리다가 여차저차해서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젠틀맨 같으니. 기대이상으로 친절했고 기대이상으로 다정다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12월 잡지에 나가는 '야담과 실화'코너에 쓰도록 하겠다. 아무튼, 노엘 갤러거와 자니 마를 만나봤으니 이제 존 스콰이어만 만나면 맨체스터 기타 3인방과 대면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 과연, 존 스콰이어를 생전 만나볼 수 있으려나.

-보관하고 있던 기타가 원주인에게 다시 돌아갔고, 내 손을 떠난 후 4시간 만에 무대에서 박살났다. 잔해는 수습해왔다. 이런 사연을 거쳤던 기타다. 그 후 이 작업실에 놀러 온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갖고 놀기도 했던 기타다. 그는 기타를 부수기 전 "이제 이 기타가 죽을 때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몇 번을 내리 친 끝에 결국 부쉈다. 좋은 기타라서 잘 부숴지지도 않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의 시대가 끝나는 기분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에서. 보통 기타 크래시 퍼포먼스를 보면 멋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번에는 많이 달랐다. 끝나고 대기실에서 잔해를 수습하는데, 살짝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러니 객석으로 던져진 기타 넥을 겟하신 분, 정말 역사가 있는 아이템이니 부디 버리지 말아주세요.

원주인

최우준(윈터플레이)


이능룡(언니네 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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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원주인

 "12년 전에 노 브레인이라는 밴드를 했는데
이 기타가 그때 '청춘98'이라는 노래를 녹음하기 전에 산 기타에요.
한동안 지인의 손에 있었다가 오늘 다시 제 손에 돌아와 오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기타의 마지막에 박수를 보내주세요."

R.I.P. Musicman silhouette(2000-2009)




*사실 이 기타는 <청년폭도맹진가>를 녹음하기 전에 샀던 기타다. '청춘98'은 그 때도 군대 간다고 기타를 부숴 먹었던지라 녹음 스튜디오에 있던 헤드리스 기타로 녹음한 곡.
by 김작가 | 2009/10/26 02:47 | 스토리 | 덧글(26)
Commented by at 2009/10/26 03:33
뭔가 시리즈스러운게 재밌네요~ 다 다른날에 찍은것일텐데ㅎㅎ
좌석에 늘어져서 찍은 비루한 사진이 줄줄이 있으니..민망;
Commented by Silver at 2009/10/26 04:21
크.. 부럽습니다.
윈터플레이분들 노래는 저도 들어봤는데 좋더라구요 ㅎ_ㅎ..
Commented by zt51 at 2009/10/26 05:57
R.I.P ㅠㅠ
Commented by 포니우롱 at 2009/10/26 07:41
기타 너무 아깝네요 믹싱파일 버스좀 타도 될까요???ㅎㅎ
Commented by 2046 at 2009/10/26 07:55
제가 검치, 문샤, 서전음, 피컴 때문에 그 스테이지에서 거의 살다시피했는데 객관적으로 첫째날 고스트 댄싱 스테이지에는 델리 윤준호님과 캐스커 할때 사람이 제일 많았습니다. 몇몇 뮤지션들 빼고는 그냥 윈앰프로 엠피삼 이어트는 수준이던데 그걸 또 믹스라고 부르기엔...좀 거시기하지 않나요?
Commented by oIHLo at 2009/10/26 10:06
성호까지 그었던 게 신기했는데 그런 내막이 있었다니... ㅠㅠ
Commented by 음.. at 2009/10/26 16:58
기타 넥 가져가신분 정말 부럽네요!ㅜ_ㅜ
Commented by 리콜라 at 2009/10/26 17:15
토요일에 GMF갔음 후후
문샤이너스 공연 함 보고싶어서 기회다 싶어서 갔는데 저 장면을 생생히 봤음!
행여나 관객 다칠까싶어서 넥을 살살 던져주던 차차의 배려심이 나름 돋보이던데?
Commented by 플린 at 2009/10/26 18:14
역사는 파괴 속에
Commented by 김샤넬 at 2009/10/26 18:14
와;;;;;;;;;;;;;;;;;;;;;;;;;;;;;;;;;;;;;;;;ㅜㅜㅜㅜ부러워요
Commented at 2009/10/26 19: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방연필 at 2009/10/26 20:19

이적 의 공연이 그렇게 끝내주는줄 몰랐어요.

옛날에 10년도 전에 패닉콘서트 이후 대학시절 축제 때 봤던 이적 하고는

차원이 다른가 보군요. 콘서트에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ㅎㅎㅎ
Commented by 88 at 2009/10/26 22:42
그런데 쌈싸페 이어서 왜 또 기타를 부순 거지?

맛 들렸나?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9/10/27 04:03
이글루스의 좋은 점은 같은 패턴의 덧글에 대해 ip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 분, 상당히 주변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분입니다.

"별 내용도 없구만. 책 좀 읽고 살아라."

"허지웅은 더함"

이런 댓글을 주로 남기시는 분이지요. 나름 연민조차 느껴진달까요.

동일인일 확률이 꽤 높은 다른 덧글로 보자면 나름 멀쩡할 때도 있지만 동일일인 확률이 백프로가 아니라는 게 비극인듯 합니다.
Commented by 88 at 2009/10/27 20:42
뭐 어쩌라고. 난 댓글러 ip 확인하는 주인장이 제일 찌질해보임
Commented by 88 at 2009/10/27 20:42
그거 말고는 별로 나쁜 얘기도 안 했구만. 꽁해서는.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9/10/28 03:01
찌질한 주인장이 운영하는 블로그니까 오지 마세요. 찌질거릴거면 다른 큰 블로그 가서 노시면 됩니다. 굳이 이런 작은 블로그에 님같은 분의 자유도를 허용하고 싶지는 않네요. 선플만 달리는 블로그가 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비로긴의 배설공간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뭔가를 까고 싶으면 의견의 격을 갖추고 얘기하세요. 전에도 말했죠?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달라고.
Commented by nibs17 at 2009/10/27 01:16
개인적으로는 불독맨션이 최고였습니다.

튜닝중에 잠깐 합주한 Destiny가 나오자 스탠딩으로 공연 시작 기다리던 관객들이 일제히 떼창으로 불러제껴버리는 바람에 강제로 1절 끝까지 연주하게 해버린 전율스런 장면...

...아, 정말 다들 기다리고 있었구나 라는 느낌이 너무 확 와닿더라구요.
Commented by 아다마 at 2009/10/27 19:16
아악 이 기타가 그 기타였군요 ㅋㅋㅋ
일요일 이적공연 정말 보고싶었는데 쿠닌이라 제한이 ㅠ
관객 반응은 불독맨션이 최고였고(근데 제가 불독맨션노래를 잘 몰랐다는게 비극), 공연의 깔끔함은 검정치마가 최고였던것 같네요. 막나가는 스피릿이야 크립스가 다 보여줬고...

근데 진짜 크립스는 기대한만큼 개판이었네요 낄낄
Commented by 민우 at 2009/10/28 03:11
찌질하다는 블로그 꾸준히 찾아와서 악플남기는건 뭐지
Commented by 흠냐 at 2009/10/28 15:36
저도 불독 봤지만 5년만에 재결성 치고는 포스나
관객반응이 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년내내 수십차례 공연해서 레파토리도 너덜너덜해졌을
언니네 공연이 그렇게 굉장했던걸 보면...
Commented by rockholic at 2009/10/30 13:40
저 그날 디제잉하실 때 있었는데 믹싱 노래 다 좋았어요~ MGMT 노래 나올때 완전 흥분! 믹싱파일 버스태워주세요 ㅎㅎ
Commented by ryong at 2009/11/01 00:06
와앗 이 퍼포먼스 실제로 봤어요!
정말 이 기타넥 가져가신분은 얼마나 뜻깊으실지ㅜㅠ
저 문샤이너스 정말 좋아하는 팬인데
어젠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왔다더라구요
GMF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은 터라 얼른 다운받아 봤는데
왠걸 유희열님이 플레이걸에 꽂히신 터라 문샤이너스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ㅠㅠ..게다가 노래의 감흥도..
역시 문샤이너스의 진가는 공중파에선 무리일까요 김작가님?ㅠㅠ
Commented by 김성우 at 2009/11/02 05:18
왠지 차승우에, 노브레인에 목매달렸던 10대 시절이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 슬픕니다.
그 시절의 노브레인은, 특히 차승우는 저에겐 '열혈 기독교 신자에게 예수' 그 이상이었는데요.
아, 그런데 김작가님 제가 얼굴을 잘 몰랐었는데 앞에 사진을 보고 생각해봤습니다만..
어디서 뵌 것 같다 싶어서 곰곰히 떠올려봤는데..
예전에 노브레인이 대학로에서 100원짜리 콘서트를 하실 때 계셨었죠?
촬영 같은 걸 하시지 않았나요 혹시?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ㅎㅎ
Commented by 김성우 at 2009/11/02 05:24
그리고 저 기타 부수는 연속된 사진을 가져가도 될런지요..
Commented by bluebeard at 2009/11/16 00:52

(뜬금없이)

앗 대정님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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