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The Resistance>


'Muscle Museum'을 부르며 징징거릴 때만 해도, 뮤즈가 이렇게 성공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포스트 라디오헤드 시대의 우울을 장식했던 밴드들 중, 뮤즈는 콜드플레이와 더불어 아레나급 밴드로 성장한 유이한 케이스다. 콜드플레이가 스페이스록과 팝을 절충하며 자신들의 길을 찾아나갔다면, 뮤즈는 그 징징거림을 극단적으로 밀어 부쳐 쉽게 넘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거듭 앨범을 낼 수록 그들의 사운드는 거대해졌고 자의식은 확장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Super Massive Black Hole>은 그 정점이었다. 이 앨범으로 그들은 웸블리를 이틀이나 매진시킨 첫 밴드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에도 두 번이나 올 수 있었다. 두 번 다, 록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회자될만한 공연이었다. "너무 잘해서 싫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앨범을 그대로 재현하는 걸 넘어, 레코딩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 당장 지진이 나고 천둥 번개가 몰아치다가 급기야 <테니스의 왕자>시합 장면같은 특수 효과가 현실에 구현되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의 대폭발이었다. 그러니 공연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새앨범을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섯번째 앨범 <The Resistance>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밟아온 궤적 위에 있다. 줄기차게 '크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음울한 마이너 스케일의 세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일관되게 비장미, 또는 블록버스터급의 멜랑콜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역시 그렇다. 심장을 쥐어 짜다가 폭발시키는듯한 메튜 벨라미의 보컬과 기타와 키보드, 그가 마음대로 날뛸 수 있게 터전을 깔아주는 크리스 볼챈홈과 도미닉 하워드의 리듬 서포트도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그들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던 요인중 하나일, '뽕필정서'는 거의 지루박 리믹스 수준으로 짙어졌다.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뮤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앨범이다. <The Resistance>는 그리하여 너무나도 안전하게, 뮤즈 월드 안에 안치된다.

하지만 이 앨범이 단순히 안정적인 노선을 타는 것만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뮤즈는 그동안 블랙홀처럼 여러 음악의 클리쉐를 흡수해서 내면에 응축한 후 토해놓는 방식을 취해왔다. 기타 팝과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과 클래식, 헤비 메탈은 그래서 되새김질을 거듭하여 완전히 소화된 목초처럼 그들의 음악에 녹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점은 뮤즈가 여러 장르의 팬들에게 고루 지지를 받았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The Resistance>에서 뮤즈는 그 녹아있던 것들을 원형대로 분리해서 펼쳐 놓는다. 그동안 미장센 역할을 했던 헤비 메탈의 격정은 이 앨범에서 스래시 메탈의 기타 리프나, 브리티시 메탈의 기타 솔로등으로 구체화되어 올드 리스너와 재회한다. 그간 심심찮게 보였던 클래식에의 경도는 한층 짙어졌다. 쇼팽의 녹턴이 엔딩을 장식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오페라의 구성을 그대로 도입한 곡이 있다. 앨범의 후반을 장식하는 'Exogenesis: Symphony'3부작은 아예 클래식을 표방하는 대곡이다. 양식미와 격정미, 모두 극단으로 치닫는 이 앨범은 뮤즈의 욕망이 한 층 더해졌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라이브 밴드라는 소리를 듣는 지금, 우주적 또는 신화적 세계관을 음악으로 구현하려는 야심을 그들은 <The Resistance>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이후의 록이 타파하려 했던 앙시엥레짐을 방법론으로 삼아서. 사어가 된 아트 록 밴드라는 호칭이, 뮤즈에 의해 먼지를 털고 되살아나고 있다.

by 김작가 | 2009/09/26 19:40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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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늘도좋군요 at 2009/09/26 19:58
연달아서 올라온 리뷰 잘 봤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날이 갈수록 리뷰에 사용되는 단어 수준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김작가님 리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표현인 것은 사실이지만, 뜬금없이 뽕삘정서가 지루박리믹스라니.. 게다가 하나의 글임에도 불구, 마지막 부분에는 앙시엥레짐을 방법론으로 삼는 이야기도 나오고.. 동감하는 부분인데도 왠지 어색하네요.
Commented by 33 at 2009/09/26 21:09
허지웅은 더함
Commented by 넌 머니?.. at 2009/10/12 17:12
33 ->정신병자.
Commented by 홍씨 at 2009/11/10 18:35
그냥 느낌을 전달하시려고 그러는건데요뭐..ㅎ
Commented by 솔랑쥐 at 2009/09/27 01:38
흠... 전 팍팍 삘이 오던데...
Commented by Anton_ at 2009/09/28 06:11
아.. 이번 앨범 너무 좋던데.. 귀에 달고 삽니다. 곡목이나 스케일, 앨범 구성, 멜로디 등등에서 먼가 노스텔직하면서도 꼬뮤니즘스러운 분위기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Commented by ego2sm at 2009/09/29 23:30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앨범.
뮤즈는 아직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 다시 라이브 들었으면...
오늘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ps. CJ 글도 잘 읽었어요..
Commented by 홍씨 at 2009/11/10 18:42
저는 뮤즈 광빠였습니다만..

이번앨범을 듣고 얘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ㅋㅋㅋ

음악적으로 짬뽕일 뿐 새로운 느낌이 있나요.. 음 있구나 그 새로운 느낌으로 제 마음을 멀리 물러가게 하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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