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스물일곱 동갑내기 남녀가 나란히 데뷔 앨범을 내놨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포크를 기반으로 깔고 있었다는 것. 또 하나는 한국 포크의 시제를 동시대로 일치시켰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루시드 폴, 여자는 오소영이었다. 루시드 폴이 미선이 활동을 기반으로 한, 인디 신에서 뽑아올린 서정의 샘물이었다면 오소영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청록파라 칭해 마땅한, 하나음악의 혈맥을 지키는 (공식적인) 마지막 주자였다. 70년대 다운타운포크에서 발아하여 80년대 언더그라운드에서 완성된 후 90년대까지 숨결을 지켜온 하나음악의 정취는 2000년대의 문법으로 그녀의 데뷔 앨범 <기억상실>에 녹아 있었다. 이 앨범은 이듬해 발매된 장필순의 <Soony 6>로 이어지는 하나의 다리이자, 역시 장필순의 대를 잇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을 알리는 자그마한 빛이었다. 한국의 이십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대부분이 그렇듯, 음악은 정적이었고 정서는 내향적이었다. 하지만 어설프지 않았다. 안으로 옹숭그리는 언어는 진실했고 이야기는 담백하되 고리있는 멜로디에 실려 솟아 올랐다. 애써 들어달라 하지 않으나 절로 듣게 하는 음악이었다. 스물 일곱 오소영의 음악은 무릇 그러했다. 무엇인가 될 것 같았으나 별 반 이뤄진 게 없었던, 90년대의 후일담같았다. 루시드 폴과 마찬가지로. 그 후, 같은 해 데뷔한 동갑내기 루시드 폴은 먼 곳으로 날아가 이방의 노래들을 꾸준히 들려줬다. 오소영은 일상에 함몰되어 있었다. 본의만은 아니었다. 하나음악이 외피를 잃어 버린 게 컸을 것이다.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진작부터 근근히 들려 왔지만 기댈 언덕이 사라진 탓이었을 것이다. 8년이 흘렀다. 오소영이 정말로 돌아왔다. 그녀가 데뷔했던 그 나이 또래의 새로운 여성들이 물밀듯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 이 쪽과 저 쪽, 가리지 않고 소녀들과 여성들이 브라운관과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누가 봐도 긴 공백이다. 하지만 세월의 붉은 녹이 없는 음악이다. 오히려 적지 않은 시간의 풍파속에서 오롯이 자신을 지켜온 이의 깊이가 <A Tempo>에는 있다. <기억상실>을 지배하던 정서가 과거와 현재, 도합하여 존재에 대한 번민이었다면 <A Tempo>의 그것은 일상과 풍경, 도합하여 세계에 대한 성찰이다. 사라진 직설화법을 대신하여 은유가 자리를 매우고 단편적 관념은 성숙한 에스프리가 되어 그녀의 성대를 울린다. 본질적으로 발랄했던 목소리는 한층 깊어져 이십대에는 표현할 수 없었을 다양한 감성위에 덧입혀진다. 달같은 음악이다. 달빛처럼 시리다. 달그림자처럼 처연하다. 달무리처럼 하염없다. 그렇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열 한 곡의 트랙이 그 목소리와 그 정서와 그 감성으로 엮여 유성처럼 흘러간다. 그 흐름은 <기억상실>과 마찬가지로 포크를 주된 자양분으로 삼되 이전과는 다른 요소들을 흡수하여 완성된다. 조동익이 프로듀서를 했던 <기억상실>에는 재즈의 뉘앙스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반면 <A Tempo>에서 종종 드러나는 건 70년대 아트 록의 낭만주의다. 르네상스, 어스 앤 파이어 등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뮤지션들의 숭고미를, 오소영은 자신의 숨결로 내뱉는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공기를 얹어. 우리는 모름지기 미안해 해야한다. 그녀를 기억 너머로 보낼 뻔한 것을. 그리고 스스럼없이 감사해야 한다. 유전자 조작과 형광등 불빛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태양과 바람과 흙이 일궈낸 들꽃의 평원과 같은 노래들로 그녀가 미래의 추억을 선물하는 지금을.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기표에 <A Tempo>는 합당해 마지 않은 기의다.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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