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Pony>



어느 밴드나 마찬가지다. 시작은 라이브다. 합주와 공연을 통해 경력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아마추어다. 녹음을 하는 순간, 프로가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녹음은 라이브가 아니다. 마이크로 소리를 받고, 이 소리를 자르고 다듬고 살을 덧붙여서 믹싱을 하고, 듣는 이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고려해서 마스터링을 한다. 라이브와는 다른 세계다. 곡을 잘 만든다고, 연주를 잘 한다고 녹음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앨범 데뷔 전 라이브로 정평이 난 밴드가 막상 앨범이 나오면 실망스러운 일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앨범의 녹음 과정을 책임지는 건 프로듀서다. 하지만 국내에는 록 전문 프로듀서가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부분 밴드가 레퍼런스 음반을 가져가서 엔지니어에게 이런 식으로 해주세요, 하는 게 관례다. 그러니 외국 음반에 비해 소리는 평면적이고 밴드의 매력을 못 살릴 수 밖에 없다. 밴드 스스로 노하우가 쌓일 때까지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그러니 신인에게는 더욱 요원한 일. 하지만 포니의 데뷔 앨범은 이 숙제를 해결하는 웰 메이드 음반이다.

평균 신장이 180이 넘는 압도적인 기럭지를 자랑하는 신인 밴드 포니는, 그 기럭지 말고는 크게 입소문을 탄 적이 없다. 이렇게 스키니 진이 잘 어울리는 동양 밴드를 본 적이 없다 싶더니, 모델 활동도 하는 멤버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최강의 비주얼이다. 포니는 스트록스와 리버틴스 등 21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개러지 사운드를 지향하는 밴드다. 근 몇년간 그런 밴드가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멤버 대부분이 이 전에 눈에 띄는 활동을 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니 밴드도 별로 눈에 안 띄었다. 그런 면에서는 풋풋한, 갓 생성된 밴드다. 그러나 그들은 데뷔 앨범을 통해 생성에서 성장에 이르는 시간을 확 잡아 당긴다. 압도적인 기럭지만큼이나 압도적인 사운드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한 건 팔 할이 프로듀서 김성수의 공이다. 인디 신 초창기부터 앤, 슈거 도넛, 몽구스 등의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의 역할을 몸소 입증해온 그는 이 애송이 밴드의 데뷔 앨범을 국제공인급 사운드로 만들어냈다. 장르 특유의 드라이브감과 텐션을 살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사운드적 독창성까지 입힌다. 그의 조련을 통해 포니도 그동안 라이브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들의 개성과 재능을 이 앨범에서 충분히 살린다. 고수 밑에서 숨은 내공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동종의 국내 밴드에 비해 공격력은 높고 음과 양은 조화롭다. 멋쟁이 청춘들의 간지나는 질주다.
 
다만, 앨범의 전체적 사운드와 완성도에 비해 킬링 트랙이 없다는 건 아쉽다. 말하자면 팀워크는 훌륭한데 골결정력이 없는 국가 대표 팀같은 느낌이랄까. 혹은 신인왕전에서 무패로 결승까지 올라가되 KO승이 없는 복서랄까.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간이 많다. 그 또래 밴드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군대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점점 데뷔 연령이 늦어지는 최근 인디 신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 앨범은 그야말로 '얼리 이어스'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복되기 이를 데 없는 얼리 이어스다. 다른 밴드들이 누릴 수 없는, 양질의 프로듀싱을 통해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수련도가 확 높아졌을 테니. 시간과 공간의 방에서 트레이닝을 끝낸 포니의 지금 이 순간부터가 사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불완전한, 하지만 분명한 에너지는 언젠가 단련되고 응고되기 마련이니까.


by 김작가 | 2009/09/14 16:28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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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eedo at 2009/09/14 19:53
꽤 섹시하군요;;ㅋ
Commented by Fireburns at 2009/09/15 09:30
글 간결하고 명확하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간지'라는 단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기고가로써
좀 지양해주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니나노 날나리 at 2009/09/21 11:38
댓글 쓸 때 이름으로 '불장난' 어떤가요?
Commented by 이런 at 2009/09/16 19:20
기고가로써(X)
기고가로서(O)

음악기고가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들어보네요. ㅎ^^
Commented by Fireburns at 2009/09/27 21:21

아니 간지라는 일본말 쓰지말자는데
뭐들 그렇게 말이 많아요

간지라는 말 쓰지말자구요.

밑에분도 인터넷이라고 참 말 함부로 하시네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못알아 들으시는 분들이신가?

왜 간지라는 일본말 쓰지말자는데 이런 반응이 옵니까
디씨갤에서도 이런 반응까진 없어요 진짜 황당하네요
Commented by 이런 at 2009/09/27 22:12

무슨 말씀하는지 모르겠지만 음악 관련 글 기고가라는 말에 대해 난 단지 우스개로 말했을 뿐이고
간지라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니나노 날라리의 덧글은 한심하다 생각하고 저도 기분 나쁘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내 말때문에 기분 나빴다면 화푸시길.

p.s. 그래도 맞춤법은 틀리셨습니다. 자기는 맞춤법 틀리면서 남의 글 지적하니까 좀 오바로 보였던 거 사실임. 아. 다툼은 이만! ^^;
Commented by sa at 2009/09/16 19:23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텐데...ㅋㅋㅋ

아무튼 노래는 참 좋네요.
Commented by dofgoon at 2009/09/17 02:05
루비살롱레코드는 홍대인디음악과는 차별되는 색을 가진거 같아요. 전 인디음악을 많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포니도 그렇고 검정치마도 그렇고 뭔가 에너지가 달라요.
Commented by at 2009/09/17 21:45
진짜 이건 그냥 싸운드 뿐만 아니고 스타일까지 바나나구만요...,,,
Commented by 코끼리 at 2009/09/18 21:29
바나나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Commented by 코끼리 at 2009/09/20 15:59
그렇군요.. 스타일은 요즘 젊은이들이 다 저러고 다니는거 같은데..한국적인 스타일이 따로있는지.. (한복이라도)
Commented by 흐물흐물 at 2010/03/01 20:08
이분들라이브가좀실망스러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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