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데이 <21st Century Breakdown>



기대하지 않았던 재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데뷔보다 드라마틱하다. 신인의 분투는 검증되지 않은 능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다만 예측불허일뿐이지만, 중견의 재기란 이미 패를 다 읽힌 상태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률은 낮지만 성공하면 찬사는 더 높기 마련이다. 그린데이의 지난 앨범 <American Idiot>은 그런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Dookie>의 센세이션 이래 계속 그만저만한 네오 펑크 밴드의 행보를 이어가나 싶었다. 물론 <Insomaniac>부터 <Warning>까지, 한 번도 졸작을 내놓은 적은 없었다. 그만하면 충분히 수작이었다. 그러나  <American Idiot>은 그 앨범들에서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를 역으로 말해줬다. 그것은 '심지'였다. <Dookie>에는 있었지만 <Insomaniac>부터 <Warning>에는 없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하나로 묶는 굵고 단단한 힘말이다.

생각해보면 <Dookie>의 성공은 'Basket Case'한 곡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첫곡부터 끝곡까지 일관된 팝적인 멜로디와 심플한 펑크 사운드, 그리고 (90년대 그 자체였던) 루저 정서가 삼각편대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American Idiot>은 그런 요소들에 록 오페라적인 요소를 도입, 메이저 데뷔 10년차 밴드로서 그린 데이를 90년대의 대표 선수중 하나에서 2000년대의 밴드로 안착시킨 두 번째 만루홈런이었다. 대부분의 90년대 밴드들이 단봉 낙타의 혹같은 사이클을 그렸다면 그린데이의 사이클은 쌍봉 낙타의 그 것이었던 셈이다.

그 이후 5년. 전작의 부담을 지우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들의 통산 여섯 번 째 앨범인 <21st Century Breakdown>는 그린데이가 자신들의 앞에 로마 가도를 깔기로 했음을 알게 해준다. <America Idiot>이 초기의 발전적 계승이었다면 이 앨범은 <Warning>을 <American Idiot>과 결합, 그들이 쌓아온 음악적 세계관을 총화하려는 듯 보인다. 업비트와 어쿠스틱적 요소를 강화한 것은 <Warning>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이 앨범에는 스톱 & 런의 전형인 'American Idiot'도, 점층식 발라드 대곡인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도 없다. 그러나 <Warning>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곡을 싱글로 뽑아야할지 망설여질만큼 높은 완결성을 가진 트랙들이 즐비하다. 너바나의 <Nevermind>를 프로듀싱했던 부치 빅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앨범은 전작의 컨셉트 앨범적 노선을 큰 틀에서 계승한다. 노래와 노래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곳곳에 지루할 틈 없는 매력적인 훅을 가진 곡들이 기다리고 있다. 즉, 구성의 승리인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펑크 록 오페라라 불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딱히 코드 구성같은 방법론이 다채로워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서너개의 코드로 대부분의 노래를 만든다. 그런데 늘 이렇게 캐치한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매너리즘의 시기였다 일컬어질 때도 다만 히트곡이 없었을 뿐, 팬들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관성을 지켜오면서도 꾸준한 음악적 변주가 있었다. 그린 데이는 변신이 아닌 확장의 밴드다. <21st Century Breakdown>는 그 확장의 완전체다. 연타석 홈런이다. 예 예 예스의 세번째 앨범과 더불어 2009년 상반기의 필청 음반이다.  펑크 사상 첫 아레나 밴드의 가능성을 굳히는 앨범이다.

Know Your Enemy


by 김작가 | 2009/06/12 12:32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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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달 at 2009/06/12 16:38
비디오 뭔가 이상한데요;; 낚이신거 아닌가;;
Commented by second at 2009/06/12 18:12
오오, 연타석 홈런이라니. American Idiot을 인상깊게 들었던 저한테는 극찬으로 다가오는군요. 아직 못들어봤는데 기대됩니다 :)
Commented at 2009/06/12 18: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근근 at 2009/06/12 19: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고양이그림자 at 2009/06/12 19:38
뮤직비디오 저거 아닙니다. Youtube에 유독 낚시 비디오가 많더군요 :)

http://vids.myspace.com/index.cfm?fuseaction=vids.individual&VideoID=56349561

위의 주소로 들어가시면 제대로 된 영상이 있을겁니다.
그린데이의 마이스페이스에 올라온 것이니 아마도...
Commented by 차차 at 2009/06/12 20:18
김작가님

제목을 잘못쓰신 것 같아요;;
21th -> 21st
로 바꾸셔야 할듯...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9/06/13 12:03
역시 음원 리핑해서 링크해놓는 게 차라리 편하군요--; 요즘 왜 이리 낚는 곳 천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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