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와 감동의 시대
청음회를 했다.

어떤 노래를 듣고 싶으세요.

오늘은 슬픈 노래를 듣고 싶네요.
그렇죠.
오늘은 슬픈 노래죠.

이런 저런 멜랑콜리한 음악들을 틀었다. CD로 틀다가 LP로도 틀었다.
나름 구슬픈 멜로디를 갖고 있는 카멜의 'Stationary Traveller'를 틀고 있는데, 
그 분이 마구 웃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영혁 세대에 유행하던 노래니, 촌스러워서 그러시는 건가 살펴봤더니
해설지를 읽고 계셨다.

저기 무슨 내용이 씌여 있었더라. 들여다봤다.
아마, 마지막 문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필자가 FM을 통해 84년 초에 "Stationary Traveller"를 첫 소개했을 때 그 반응은 대단했다. ...(중략)....국내에서 과소평가 받아왔던 '카멜'의 명반 "Stationary Traveller"가 뒤늦게나마 빛을 볼 수 있게됨을 팬의 한 사람으로써 퍽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아울러 록 뮤직이 청소년들에게 전혀 해를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를 제시하고 있는 '카멜'의 음악세계를 그들의 낙타를 타고 일주해볼까 한다.'

다른 음반을 틀었다. 로이 부캐넌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이었다.
역시, 그 분은 좀있다가 마구 웃었다.
역시, 전영혁 세대에 유행하던 노래니, 촌스러워서 그러시는 건가 살펴 봤더니
역시. 해설지를 읽고 계셨다.

확실히, 마지막 문단 때문이었을 거다.

'13년전 내가 이 앨범 속에 담긴 "The Messiah Will Come Again"으로 받은 감동과 충격은 지금도 가슴 깊은 곳에 간직되어 있다. 그것은 소돔과 고모라화 되어가고 있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며 멋대로 뒹구는 휴지조각처럼 살고 있는 최후의 메시지...바로 그것이었다."

음악을 들려주진 않았지만, 내친김에 한 장의 해설지를 더 내밀었다. 오지 오스본의 <Randy Rhoads Tribute>실황 앨범이다.
역시 마지막 문단만 옮겨본다.

'지난 3월 19일 랜디의 타계 5주기를 맞아 수많은 애청자들이 답지해준 추모엽서를 중심으로 난 귀중한 나의 프로그램 한 시간을 송두리째 그에게 바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해야 한쪽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장애자였던 랜디에게, 온전한 사지를 갖고도 무엇하나 이뤄내지 못한 내가 속죄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가까스로 추모방송을 마친 난 너무도 괴로워 다신 그의 기타소리를 듣지 않으리라 맹세해놓고, 또 다시 필연처럼 그의 추모앨범 해설지를 쓰고 있음은 왜일까? 랜디를 떠올리면 슬프기보다는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일까?! 갖가지 상념끝네 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향후 이렇게 되뇌이기로 했다.'
"랜디는....죽은 게 아니야! 다만 무지개 저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역시 그 분은 대폭소하셨지만 사실, 중학교 때 저 글들을 읽을 때는 나름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해설지 하나에도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사회에 대한 준엄한 훈계,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손발이 오그라들듯한 감동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시대였다. 그 메시지와 훈계와 표현에 소년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 한 장의 앨범을 소중히 품에 안고 잠들었던, 그런 몸서리처지는 시대였던 것이다.



'
by 김작가 | 2009/05/26 03:41 | 상수일지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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