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음악계의 불안요소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도내 리그에서 북산고와 맞붙게 된 능남고의 유감독은 자신의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북산고의 불안요소를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울이 누적되고 있다는 둥, 강백호가 풋내기라는 둥 하면서 그는 최후의 승자가 능남고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능남은 역전을 이뤄내며 시합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요즘 인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진정한 의미에서 대안이 될거라는 둥,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둥. 음악평론가라는 직함을 단 이래 인디 음악쪽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온 입장에서는 반가운 흐름이다. 매체와 대중이 인디에 이토록 관심을 보인 때는 90년대 중반, 인디 신 초기 이후 없었으니까. 승승장구하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덕이기도 하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카스텐, 검정치마, 이장혁 같은 음악인들이 양질의 음악 뿐만 아니라 대중적 성과도 얻어내고 있다.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음악인들의 공연은 예매로 이미 매진되고, 방송에서도 적잖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뮤지션들이 많아지고 그에 호응하는 팬들도 많아지는 것이다. 만년 약체 북산고의 이변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마냥 박수를 치기는 어딘지 석연찮다. 근본적인 불안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능남고의 유감독은 웃으면서 불안요소를 짚어내지만, 상대팀이 아니라 나름 우리팀의 문제니 웃을 수도 없다.

불안요소 첫번째. 음악소비층의 수명이 짧다. 한국에서 음악이란 보통 10대, 20대 초반까지 듣고 마는 대상이다. 음악 깨나 들었던 남성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대부분 지금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여성 역시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음악 소비에 있어 수동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청자의 보다 능동적인 관심이 필요한 인디 음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TV의 예능 프로에도 나오지 않고,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라이브 클럽에 가야하며, 마케팅의 융단폭격에 힘입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음악들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인디 음악은 늘 먹고 사는 문제에 묻혀 어릴 때 잠깐 좋아했던 그 무엇으로 남는다. 초기의 인디 음악 팬들에게 대부분 그러했듯이.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인디 음악인들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불안요소 두번째. 토대가 취약하다. 여기서 말하는 토대란 경제적 토대다. 음반이 아무리 잘나가고, 공연이 잘 된다고 해도 해당 뮤지션들의 경제적 기반을 해결해주기에는 부끄러운 수치다. 공연을 하려해도 홍대앞 클럽 이외의 지역은 찾을 수 없고, 주류 음악계에서조차 사실상 수익성을 포기한 음반 산업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이렇게 좋은 음악인들이 나온다는 게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 토대가 상부 구조를 조건짓는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적어도 한국 인디 음악계에서는 오류다. 봉건왕조의 절정기, 장원 한 복판의 농노들이 인권선언문을 낭독하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별도의 생업을 가지면서, 즉 토대와 상부구조를 분리해가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갈수록 척박해지는 이 땅의 노동환경을 생각해보면 앞날은 아찔해진다.

이 불안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직구다. 계속 좋은 음악과 좋은 뮤지션이 나오는 길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한국 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을 시상식 일주일전에 철회한 이 정부의 행태로 보건데, 정책으로 음악다양성이 확보될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옳을듯 싶다. 결국 음악인과 팬들의 몫이다. 기존 음악과 다르면서도 더 많은 이들을 선도할 수 있는 음악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지지가 계속될 때 패러다임은 전복될 거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패기와 근성, 승리에 대한 쟁투심으로 결국 북산이 능남을 꺾었듯이. 안선생님의 부재, 파울트러블, 풋내기 강백호, 안경선배의 취약함이라는 모든 불안요소를 딛고.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한겨레 3월 21일자 칼럼의 원본

by 김작가 | 2009/03/21 04:47 | 생각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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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ivrusky at 2009/03/21 08:31
안경선배의 취약함은 슬프네요..
Commented at 2009/03/21 09: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꼰대없는세상 at 2009/03/21 10:16
뭔가 당연하면서도 힘빠지고 슬픈 글이네요.
Commented by sonic at 2009/03/21 10:39
서..선생님... 음악이... 음악이 하고싶어요 ㅠㅠ
라 외치는 음악계의 정대만이 나온다해도
원더해남과 소녀산왕에 비해 너무나 후달린다는....ㅜㅜ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3/21 11:18
이 때 깔깔대며 안선생님의 턱을 톡토독 치는 강백호를 기대하는거죠.

영감님은 언제가 최고였어요? 국가대표 시절? 난 지금입니다.
Commented by 가브리엘 at 2009/03/21 12:21
혹시 오늘 한겨레에 칼럼 쓰신 김작가님이신가요? 그냥 반가워서요 ^^; 링크 추가합니다.
Commented by ...... at 2009/03/21 12:31
이런 글 볼때마다 참 답답합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직까지 세상타령하고 있나요 . 이제 많이 인디음악 메이저음악 경계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근데 왜 모르냐 관심이 없거든요?
대표적을 저는 유희열이나 유희열 근처 사람들 음악하는 사람들 보면 괜찮다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장르가 없어진다고 해도 인디음악이 주는 감수성은 유희열이 대중에게 들려주는 서정적인 것과 같을 수는 없죠. 그렇지만 음악인으로써 대중에게 요즘은 이런음악이 좋으니 유희열 스스로가 도전하고 있는거죠. 대중음악을 안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유난히 끌리는 음악들이 있다면 그건 상업성 이외에 음악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관심을 안가지고 무조건 상업음악은 쓰레기다 말하면 역시 답 없습니다.
외국같은 경우는 인디음악 메어저음악 그런거 별로 없습니다. 공중파에서도 인디밴드들이 고정적으로 나와서 공연을 하고 대중들도 인디음악이라서 듣는게 아니라 음악 자체가 좋아서 좋아합니다. 다양한 음악속에서의 대중들의 깊이는 자연스럽게 상승하는것입니다. 너무 멀 골라도 주위에 좋은음악이 있는 세상을 원한다면 더 본질적인 가치에 더 의미를 둬야겠죠.
Commented by 시네라스 at 2009/03/21 15:13
결국 세상 타령을 할 수 없으니, 글에서 좋은 음악이 나와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디씬의 기반이 열악하다는 것은 사실이니...
인디와 메이져를 구분해서 어떤것이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날수는 없지만 최소한 관심의 차이는 있습니다. 관심이 없는것은 음악이 나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녀시대와 장기하가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장기하는 그야말로 기적을 이루어 내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크게 감사해하고 있는 일입니다. 여튼 횡설 수설 하긴 했지만 결국은 좋은 음악만이 해답이네요
Commented by 핀토스 at 2009/03/21 22:50
상업음악은 쓰레기다 -> 이런 뉘앙스는 이 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요.. 인디음악은 적어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주류라고 불리우는 음악들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디음악이 무조건 최고! 좋은데 왜 안들어! 이게 아니라 최소한 외국처럼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가 없는 상황이 되려면,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도 환경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음반을 낼수조차 없다면 그건 정말로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레드스카프 at 2009/03/21 13:07
능남의 최고미스는 단 하나였죠.
슬램덩크는 스포츠경기중계가 아니라 만화-_-라는 것..;;;
뻘플이라 죄송합니다 (1)
Commented by 납희 at 2009/03/21 13:32
주류음악팀 대 인디음악팀 이라는 대결구도로 판단하신다면,

게다가, 인디음악팀이 '주인공' 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해결은 생각보다 힘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길게 생각하는건 어떨까요?

배가본드 역시 잘~팔리는 이노우에 타케히코처럼.. ㅎ
Commented by 유로스 at 2009/03/22 02:04
베플이네요.

그나저나 인디에서 징징대는 소리하는 건 도움은커녕 관심있는 사람마저 떨어져나가게 하는 악영향을 미치더군요. 사람들은 음악인을 통해서 즐겁기를 바라지 음악인들 밥굶는다는 소리 듣고싶어하지는 않으니까요.
Commented by 소비층만 at 2009/03/21 14:07
수명이 짧은게 아니라 생산층도 수명이 짧은게 한국 인디씬이죠. 이피 하나만 발표하고 사라지는 무수한 밴드들, 데뷔 앨범 하나만 내고 해체하는 무수한 밴드들, 생각해보니 불안요소 두번째랑도 연결되는 문제네요. 암튼 좋은 글 재밌게 잘 봤어요. 궁극적인 해결은 결국 인디 밴드의 오버 진출(그게 너바나 식이든 라디오헤드 식이든 유투 식이든 간에)이 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전국 대회 진출은 해야하고 결국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는게 유일한 해결책인 건 맞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Kennedy at 2009/03/21 16:05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 그리고 지금껏 잘 읽어 왔습니다.
++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at 2009/03/21 16: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9/03/21 18:37
조정했습니다.:)
Commented by 류연 at 2009/03/21 17:29
2번째에서 심히 공감에 되네요,,특히 공연환경, 홍대 이외로는 공연을 잘 안하는 현실,, 제 고향이 부산인데, 그쪽은 몇년전까진 클럽데이도 있었고 공연 간간히 하곤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흐지부지 해졌죠.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3/21 20:32
인디음악인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은 저처럼 수동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소비자에게도 들리더라구요.(한동안 음반을 안 사다가 최근에 브로콜리너마저와 국카스텐의 음반을 샀어요.) 응원하고 싶어요.
Commented by 행인 at 2009/03/21 21:27
http://star.mk.co.kr/star_today_view.php?year=2009&no=175492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심? 고견을 듣고싶습니다. 흫..
Commented by 읽어봤음 at 2009/03/26 12:56
인디밴드는 가난해야 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인디 밴드가 방송 없이도, 홍보용 매체 인터뷰 없이도 그들의 표현처럼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할 수 있는 팬 층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하의 성공은 장기하의 성공일 뿐 인디의 성공은 결코 아니며 방송출연에 열과 성을 다하며 주류시장을 기웃거리는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미 실패한 인디밴드다.

-----

위 기사.. 마지막 한문단으로 요약되네요.
근데.. 기자 아는 척 하면서 뭔가를 놓치고 있네요.
장기하는 꼭 인디여야 하는 걸까요?

중요한건 음악시장이 장기하로 인하여 다양해졌다는 겁니다.
그 다양함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지면 되는거구요.


차라리 비판을 하려면, 일회성적인 소비로 그치지않을까... 그런 비판을 해야죠.ㅎ
물론 그에 대한 근거도 조목조목 대어야 하고요.ㅎ
Commented by 읽어봤음 at 2009/03/26 12:58
한마디로 말해서.. 장기하가 인터뷰를 하든, 홍보기사를 내든,

TV에 광고를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거죠..

무슨 독립투사입니까?ㅎㅎ

그냥..음악하는 사람일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즐기면 되는거고요.ㅎ
Commented by 구월산 at 2009/03/22 07:55
음악 하시는 분들이 음반판매나 공연을 통해서만 수익을 내야한다는 법칙을 좀 허물어버리면 않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옛날 조상님들에게 음악은 그냥 생활이었던 것 같은데 일할때도 노래부르면서 하고 제사지낼때도 음악이 들어가고 말이죠.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지만 음악과 다른 것들의 '융합'이 대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Lily at 2009/03/22 13:10
음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수익 모델을 찾아봐라..., 니네가 좋은 음악을 해봐라 당연히 앨범 사지...이런 말도 좋지만 김작가님처럼 '얘네 힘들다 신경 좀 써 줘라'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서 놓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인디 밴드들 스스로는 힘들다고 징징댈 여유조차 없어요.
이런 글은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Commented by cure at 2009/04/03 05:05
참...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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