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즈 퍼디난드 <Tonight>
'소녀들을 춤추게 하고 싶다.' 2004년 데뷔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밴드, 프란즈 퍼디난드의 캐치 프레이즈였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루던 복고적 스타일의 사운드로 승부하는 밴드들 중, 프란츠 퍼디넌드는 단연 발군의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발매한 <You Could Have It So Much Better>는 소녀뿐만 아니라 루 게릭 병에 걸린 할아버지들도 몸을 움찔거릴 수 밖에 없는 그루브로 가득했다. 서포모어 징크스가 왠말, 앨범은 전작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2006년 인천펜타포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참가하여 인천시를 불태웠다. 한국 팬들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루브의 전도사, 그 누구라도 결국 춤을 추게 만드는 댄서블 록의 제왕, 프란즈 퍼디난드가 새 앨범을 발매했다. 지지부진한 영국 록계에 일타를 날렸다.

앨리스 쿠퍼, 칩 트릭, 벨벳 리볼버 등 당대의 뮤지션들을 캠페인 모델로 삼는 존 바바토스의 2009년 SS시즌 모델로 발탁된 것에도 알 수 있듯, 그들의 무기는 음악 뿐만이 아니다. 데뷔와 동시에 이미 영국의 패션 리더로 올라선 밴드였으며 아트 스쿨 출신이라는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 현대 미술을 응용한 앨범 커버는 미니멀하면서도 강한 미적 인상을 불러 일으키긴 마찬가지다. 앞뒤 대칭으로 이뤄진 지난 앨범들의 커버는 살인 현장을 멋지게 패러디한 멤버들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신사의 이미지랄까. 음악또한 그러하다. 지금까지의 그루브가 소년소녀들을 위한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신사숙녀여러분을 능히 달굴만하다.

'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남자같은 음악'이라는 한 외지의 평가대로, <Tonight>은 밤에 더없이 어울린다. 그 밤을 채우는 점잖은 열정의 음악이다. 그리 큰 동작을 하지 않고도 모든 주어진 시간을 채우는 댄서의 근육처럼, 기품과 절도가 있다.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기타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호흡을 맞추며 내내 G-스팟의 핵심 포인트만을 자극한다. 앨범의 첫 곡인 'Ulysses'는 어떤가. 이 밤을 함께 하자고 귀에 속삭이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숨결이다. 명품 수트의 라인처럼 똑 떨어지는 맛이 일품인 'No You Girls'에서 기존에 즐겨 쓰던 박수 소리대신, 해골의 턱뼈를 부딪혀 보다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위험한, 그러나 매력으로 충만한 남자들의 음악이요 어른들의 그루브다. 감성이 충만해지고 본능이 깨어나는 시간, 프란즈 퍼디난드는 바로 그런 밤을 위해 <Tonight>을 만들어냈다. 이런 음반과 함께라면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고, 넥타이를 풀 생각도 하지 않고, 단아함을 잃지 않은 채 계속 플로어를 누빌 수 있다.
 
방방 뛰던 청년들이 4년만에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그 때의 파릇파릇한 섹시함은 오롯이 남겨둔 채, 신사만이 가진 절제의 에로스를 한 껏 뿜어내고 있다.



by 김작가 | 2009/02/28 14:2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zakka.egloos.com/tb/40775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hermes at 2009/03/01 10:51
라디오에서 율리시즈를 잠깐 듣는 순간, 프란츠 퍼디난드구나! 했었죠.
참 매력적인 밴드예요. :)
Commented by 소오년 at 2009/03/07 23:45
후지락 1차 라인업에 프란즈가 포함되어 있더군요 !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이병우 아이돌 문화정책 씨엔블루 페스티벌 맑스 매시브어택 인디 블로그 VampireWeekend Contra 그린데이 전망 글래스톤베리 루시드폴 오아시스 FnC 들뢰즈 국카스텐 내한공연 트위터 철학성향테스트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밥딜런 2010 어떤날 레미제라블 아감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