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별일없이 산다>프리뷰




"제가 이긴건가요. 디씨와 웃대가 이긴거지." 태양을 누르고 한국대중음악상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장기하는 덤덤히 말했다고 한다. 한낱 인기투표 아니냐고 폄훼할 수도 있지만, 그 한낱 인기투표란 언제나 아이돌의 독차지였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이유야 어쨌건, 그런 상황과 관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변이다. 네티즌의 놀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장난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상치만은 않다.

앨범발매, 그리고 기념 공연을 하루 앞둔 26일. 붕가붕가레코드 사무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과 인턴 사원 한 명이 쉴새없이 <싸구려 커피>싱글을 제작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도처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담배 한 대를 피는 와중에도 연신 뻣뻣해진 목을 당겼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짐작됐다. 초판 8천장이 온라인 사전예약으로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빠져나갔다. 그것도 모자랐다. 물건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사방팔방에서 쇄도하고 있다. <싸구려 커피>의 1만장(그것도 연초를 기준으로. 지금은 귀찮아서 세지도 않는다고 한다.) 판매기록은 발매되기도 전에 이미 갱신된 거나 다름없다. 미디어의 관심도 장난 아니어서 당분간 하루 평균 4개씩의 스케줄을 소화해야한다고 한다. 거품일까. 아직 모른다. 그 답은 오늘 발매되는 <별일없이 산다>만이 알고 있다.

앨범은 당연하게도, 보다 밴드지향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다. 싱글이 장기하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작품이었다면 <별일없이 산다>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앨범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장기하의 보컬은 훨씬 힘이 들어갔다. 아니, 보다 주장이 강해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 앞에서 입을 쫙 벌리고 한 음 한 음을 내뱉는 모습이 절로 눈에 그려진다. 말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말하는 그답게, 김창완과 송창식 등 기존에 제시되었던 계보 외에도 이 앨범에서는 영화배우들의 영향도 느껴진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곡인 '별일없이 산다'는 심지어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의 대사톤처럼 들린다. 그 외에도 굳이 '싸구려 커피'처럼 별도의 랩, 또는 타령을 삽입하지 않더라도 말하듯 노래하는 그의 특기는 거의 전 곡에 걸쳐 유감없이 녹아든다. 한 번도 녹음된 적 없음에도 이미 인기곡의 반열에 오른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공연에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나를 받아주오' '아무것도 없잖어'등 역시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는 익숙한 노래도 마찬가지다. <별일없이 산다>의 최종 판매량이 몇 장을 찍을지, 장기하가 한국 대중음악계 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떤 위치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별일없이 산다>는 장기하의 음악적 몫과 지위는 충분히 보장해줄 수 있다. 상업적인 기준에서가 아니다. "점 찍은 곳에 또 찍고 싶지 않다"라던 그의 말은 필연, 유의하다.

by 김작가 | 2009/02/27 12:01 | NM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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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쭈우우운 at 2009/02/27 12:54
악~ 예약 주문을 해놨는데 배송이 시작될줄은 모르네요. ㅠ.ㅠ
오늘 발매던데... 빨리 듣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피노 at 2009/02/27 13:35
아아 궁금하군요. 벌써 이번에 살 것들은 정해놨는데... 어쨌든 긍정적인 현상이네요...
Commented by 연은 at 2009/02/27 14:23
오늘의 테마에서 마우스 클릭질로 왔습니다' ㅁ'
잘읽었어요!
그런데 앨범이 또 사고싶어졌어요 ;ㅅ;
조만간 이것부터 지르고 봐야겠으나- 또 품절일지도요 (으악)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2/27 16:03
제가 동생한테 예약하지 않냐고 물으니까
동생이 형이 인디를 몰라서 그래, 이제 예약해서 언제 받을꺼야? 라고 하더군요.
벌써 예약을 했다는 말인지 포기했다는 말인지 알쏭달쏭했지만
물어보면 더 바보취급 당할거 같아서 입다물고 있었습니다. (......)

.....근데 정말 물량이 모자라는거였군요. OTL
Commented by alice at 2009/02/27 16:24
....그저 음반사에 둑어라 전화를 때려서 받아내는수밖에요...후후후후후
Commented by Piano at 2009/02/27 17:02
설마 공연장에서 안 팔지 않....겠죠? ㅠㅠ 공연장 가서 사려고 예약판매도 신청 안했는데..
Commented by 여울바람 at 2009/02/27 19:12
잇힝.
Commented by 피투 at 2009/02/27 19:45
전 장기하님이야말로 진정한 이시대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함.
Commented by phantom at 2009/02/27 21:07
정말 이 앨범 사러 동분서주 해야 할 듯... 저도 꼭 사려구요. 이런 앨범이면 돈이 아깝지 않죠...
Commented at 2009/02/27 23: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무곡 at 2009/02/28 00:51
음, 사진이 엑박으로 뜨는군요. 무슨 문제인지 ㄱ-;;
Commented by T-Bell at 2009/02/28 01:08
예약 구매로 구입 성공했습니다'ㅅ'//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네요.
한동안은 이 음반만 반복해서 들을 듯.
Commented by 노란개구리 at 2009/02/28 08:18
악 예약하긴 했는데;; 쇼트나면 흐어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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