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혁 '스무살' @음악여행 라라라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 둘 날개를 접고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

하지만, 난 상관없는 듯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 우리에겐 그런게 익숙했던 것처럼

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

내가 말한 모든건 내 속의 알콜처럼 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

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촉촉한 그 방안 그녀는 옷을 벗었고 차가운 달빛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

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창밖이 밝아왔을 때 난 모든걸 알았지

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 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

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

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그 햇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넌 울고 있었어 우린 울고 있었어

 




이 노래를 TV에서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축할 일인가. MBC파업을 지지한다.


나이 먹는 속도는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과 반비례합니다. 하루 만에 후배 수십 명의 이름을 외워버리던 대학 시절과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을 하루 만에 까먹어버리는 지금 사이에는 10년 남짓한 시간이 놓여 있더군요. 아마 인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시들해져가기 때문일 겁니다. 씁쓸한 일이죠.

음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앨범의 모든 곡 제목쯤은 그 즉시 외우곤 했건만, 지금은 타이틀곡마저 절대 못 외우는 형편이니까요. 뇌가 하드디스크처럼 제한된 기억 용량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직 뇌가 녹슬어버릴 나이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을 단박에 기억해내듯, 새로운 기운으로 충만했던 시절의 인연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90년대 중반의 인디 밴드들 말이죠. 최근 이장혁의 솔로 앨범을 접했을 때 정확히 그랬습니다. 인디 음악에 한때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아실, 아무밴드의 이장혁 얘깁니다.

황신혜밴드, 정약용 프로젝트 등 별 기괴한 이름들이 난무, 마치 이름이 희한하지 않으면 밴드를 할 수 없는 것 같았던 그 시절, 아무밴드는 거꾸로 ‘아무거나 쓰면 어떠리’ 식으로 밴드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2001년 해체할 때까지 남겼던 유일한 앨범의 제목도 <이.판.을.사>였죠. 밴드 이름이나 앨범 제목이나 너무 무성의한 게 아니냐는 군말도 있었습니다만 <이.판.을.사>는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던, 90년대 인디 록의 걸작이었습니다. 다만 완벽에 가까울 만큼 운이 없었을 뿐이죠.

음악을 접은 줄 알았던 이장혁이 소리 소문 없이 5년 만에 들고온 앨범이 아무밴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또한 그 시간의 흔적도 느껴지고요. 그것은 ‘성숙’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입니다. 참 애절합니다. 이장혁의 노래도 아무밴드만큼이나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잘 벼린 그의 감수성에 더 이상의 불운이 따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4년 8월 필름2.0 음악작명소
by 김작가 | 2009/02/26 07:18 | NM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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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Be Aggressive!! .. at 2009/02/26 23:11

... 요즘 밸리를 돌다보면 이리저리 안타까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온다. 우연히 보게된 김작가님의 글에서 이장혁에 대해 알게되었다. 부랴부랴 찾아 보게된(사실 보고 있는) 이장혁은 지금껏 몰랐던 것이 아까울 정도의 가수이다. 온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듣는이의 가 ... more

Commented by 브로콜리 at 2009/02/26 09:02
어제 스페이스 공감에서 이장혁씨 공연 보고 왔는데!
노래 중간중간 수줍은 멘트를 조금 날리고, 노래만 불렀는데도
시간이 정말 후딱! 가더라고요. 맨날 씨디만 처음으로 직접 본 건데
아.. 정말 좋았어요ㅠ_ㅠ
집에 오니까 검색어 1위에 떴더라고요ㅎㅎ; 방송에 나오셨구나~
Commented by sarah at 2009/02/26 09:20
어제 참 좋았어요
Commented by EXmio at 2009/02/26 09:43
요건 더 이상 연결이 안되네요. 유튜브에서 다른 걸로 봤어요.
Commented by -浪- at 2009/02/26 10:31
이 노래 장난없네요...와
가사가;
Commented by 피노 at 2009/02/26 11:19
라라라의 기획의도에 지지를~!
Commented by ways at 2009/02/26 11:41
어제 라라라 너무 좋았어요.. 이장혁님 노래는 처음 들었는데,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검정치마도 라이브는 처음 봤는데 귀엽..다고 해도 될지;;
Commented by suksim at 2009/02/26 12:41
<락, 닭의 울음소리>에서 아무밴드를 처음 들었어요. 그 뒤에 "사막의 왕"을 들은 뒤에 앨범을 사려고 돌아다녔으나, 10년째 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정 저주받을 걸작이죠. 사실 저주받기로는 <Vol.1>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행히 재발매 되었지만.

저는 이장혁과 검정치마가 같이 노래를 했다길래 뭘까 했더니, 자그마치 컬처클럽의 노래를! 꼭 구해서 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스무살 at 2009/02/26 14:32
전 늦게사 알아서 1집도 작년에 들어봤지요. 재발매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Commented by soulb at 2009/02/26 15:01
이거 어제 진심 멋졌어요-
오늘 하루종일 돌리고 있는 영상 입니다.

라라라 정말 개념 T^T
김작가님.. 오늘 기자회견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휴;;;
Commented by joana at 2009/02/26 17:21
고등학생 때 사막의 왕을 듣고 엄청나게 충격받았었죠. 지금 다시 들으면 녹음 상태가... ㅜ_ㅜ
Commented by 이슴 at 2009/02/26 22:31
이 분 저랑 음악취향 너무 비슷해서 감동... 자주자주 들러야겠어요.
Commented by midnight at 2009/02/28 20:59
라라라 참 고마운 프로죠
이날 정말 좋았어요 ㅠㅠ
Commented by February at 2009/03/01 21:35
공연 가서 직접 봤어요. 전 그냥 들을 때는 너무 우울해서 지나쳐 버렸는데, 직접 들으니 오오오, 오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던데요.
Commented by cryingkid at 2009/03/04 12:44
라라라에 이장혁이 나왔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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