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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은 횡적, 종적으로 모두 진행됐다. 최근 몇년동안 인디 신이 갖고 있던 한계가 있었다. 좋은 뮤지션, 좋은 앨범은 간간히 등장하되 매니아 계층 이상을 넘지 못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2008년은 시장, 혹은 대중의 문을 힘차게 노크한 이들이 있었다. 이 종적인 확장의 선두에 섰던 건 언니네 이발관이다. 그들의 다섯 번 째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는 약 1만 5천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왠만한 가수들이 1만장이면 대박이라고 하는 현재, 이 수치는 의미심장하다.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아니었고, 광고나 드라마에 사용된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이 입소문으로 이 앨범의 가치를 접했고, 음반을 구매했다. 원래 2007년 연말에 발매예정이었으나 약속된 기일을 몇 번이나 넘겨 지난 여름 발매된 <가장 보통의 존재>는 최근 <한겨레>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올해의 음반 리스트에서 백현진의 앨범과 더불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말 그대로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인 것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행보가 정중동이었다면, 장기하는 말 그대로 승천이었다. 여름의 초입, 첫 싱글 '싸구려 커피'가 나왔을 때만 해도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작은 화제를 모았던 장기하는 올 가을 페스티벌 시즌의 승자가 됐다. EBS스페이스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헬로 루키'에 출연했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더니,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 이미 적잖은 이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함께 췄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라라라>같은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톱을 차지하곤 했다. 밴드의 홍일점 내지는 여자친구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여성들이 대거 도약한 것도 종적 확장으로 이어졌다. 주로 파스텔 뮤직을 통해 데뷔했던 여성 뮤지션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건 요조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한 그녀의 데뷔 앨범은 남성들 뿐 아니라 여고생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예쁘장하면서도 털털한 그녀의 이미지는 이제껏 인디 신에서는 없었던, '캐릭터'라는 개념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장기하 역시 음악 뿐만 아니라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하는 안무로 인기 질주에 가속 패달을 밟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2008년의 인디 음악계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도입되고 성공한 시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르의 다양화는 횡적 확장을 이끌었다. 봄에 발매된 로로스의 데뷔 앨범은 네이버 '이주의 앨범' 코너의 첫 영광을 차지했다. 그동안 인디 음악계에서조차 마이너 장르였던 포스트 록은 로로스에 의해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소리라기 보다는 이미지에 가까운 이런 음악은 로로스 뿐만 아니라 비둘기 우유, 한음파 등에 의해 계속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이어졌으며 평단의 찬사도 함께 따르고 있다.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무엇이라고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음악들도 쏟아져 나왔다. 디스코와 펑크를 결합한 고고 스타, 정통 아프로-훵크(funk)를 내세운 세렝게티, 마치 70년대 포르노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듯 끈적끈적한 소울을 선보였던 펑카프릭 부슷다 등이 한국 대중음악의 종다양성을 견인한 주역들이었다. 새로운 젊은 피들도 대거 인디 신에 수혈됐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누렁이, 파블로프, 검정 치마 등의 밴드는 쇠락한 한국 펑크의 에너지를 새로운 방법론으로 다시 부활시킨 주역들이었다. 특히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경우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름의 반향을 이끌어내며 껌엑스, 스트라이커스 등이 이끌었던 일본 록 시장 공략의 차세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선보였다. X축과 Y축, 모두 그 길이를 대폭 늘린 게 2008년이었던 거다. 그런 경향을 주도한 레이블은 붕가붕가레코드와 루비 살롱이었다. 지난해에는 브로콜리 너마저를, 올해 장기하를 배출한 붕가붕가는 입소문 하나로 인디 신을 넘어서는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CF나 드라마와의 타이업, 또는 라디오 등 기존의 홍보 툴을 활용하여 기존의 대중에게 끊임없이 노크를 해온 해피 로봇, 파스텔 뮤직 등에 비해 붕가붕가가 더 큰 성과를 거뒀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를 영입하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여동생이 생겼어요'로 다시 한번 화제 몰이를 하고 있으며, 장기하와 얼굴들이 곧 데뷔 앨범을 낼 예정임을 감안한다면 붕가붕가의 상승세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루비 살롱의 역할은 충격의 신인들을 대거 쏟아냈다는데 있다. 역시 한겨레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검정 치마의 데뷔 앨범은 모두 루비 살롱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들지 못했지만 파블로프와 서교 그룹 사운드의 앨범 역시 루비 살롱의 로고가 찍혀 있다.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그리하여 로열로드의 주인공이 된 국카스텐도 최근 루비 살롱과 계약을 맺고 곧 데뷔 앨범을 낸다. 또한 주목해야할 점은 루비 살롱의 기존 음반들이 개러지 록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면 두번째 앨범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장혁이 루비 살롱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장혁의 앨범은 루비 살롱의 로고와 그 자신의 레이블인 앨리스 뮤직의 로고가 동시에 찍혀 발매된다. 향후 루비 살롱의 음악적 다양화가 앨리스 뮤직이라는, 일종의 서브 레이블을 통해 이뤄질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올해 인디 신의 흐름을 이끈 건 분명히 붕가붕가와 루비 살롱이었다. 양질의 컨텐츠가 있으니 매체의 관심도 높아졌다. 아니, 어쩌면 매체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디 음악에 대한 주목도가 향상한 건지도 모른다. 장기하, 고고 스타, 로로스 등은 모두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를 통해 배출된 뮤지션들이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광나루역 멜론 악스에서 열린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에 수백명의 관객이 몰리며 보였던 뜨거운 관심은 인디 음악 애호층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알리는 증거처럼 보였다. 네이버의 '오늘의 뮤직'에는 비, 동방신기, 이효리를 제치고 주로 인디 음악이 '이주의 앨범'으로 선정되곤 한다. '백방일네(백번 방송 나오는 것 보다 한 번 네이버 메인에 걸리는 게 낫다)'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네이버의 영향이 막강해진 상태에서, 비주류 음악이 포털 메인에 소개될 때의 긍정적 효과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런 여러 관심 중에서도 특기할만한 건 바로 가사였다. 사랑 타령, 아니면 이별 타령, 아니면 유혹 타령으로 점철된 한국 음악의 가사에서 올해 인디 뮤지션들은 주목할만한 가사를 내놨다. 언니네 이발관, 백현진, 그리고 장기하까지, 여기에는 일상성과 극사실성, 그리고 스토리가 있었다. 2007년 빅 뱅과 원더걸스가 스타는 있으되 노래는 없던 가요계에 다시 노래를 돌려 놨다면, 올해 그들은 이야기를 소환한 것이다. 갈수록 음반 시장은 침체되고 음원 시장의 구조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금, 오직 음악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건 바닥을 칠대로 친 음악계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징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음악만 들은 이들과는 달리, 인디 신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최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시사IN 67호에 실린 원고를 수정,첨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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