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요즘은 내가 대세


유희열은 그를 이르러 "가요계의 버락 오바마"라 했다. 그럴싸하다. 이제 세 곡이 담긴 싱글을 냈을 뿐인 밴드가 '두시의 데이트' '라디오 천국' 등 굵직굵직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섭외되더니, 굵직굵직한 일간지에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 급기야는 <윤도현의 러브레터>후속으로 방송된 <이하나의 페퍼민트> 첫 게스트로 출연한 것이다. SM이나 JYP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다. 아니, 심지어는 싱글 <싸구려 커피>는 가내 수공업 형식으로 제작된다. CD라이터로 굽고 라벨 일일히 손으로 다 붙여서. 처음에는 일주일에 50장씩만 구워 팔던 <싸구려 커피>는 폭풍처럼 밀려온 인기에 힘입어 판매고 3천장을 찍었다. 덕분에 장기하의 소속사인 붕가붕가 레코드는 한꺼번에 일곱장씩 구워댈 수 있는 CD라이터를 사야했다.

가히 현상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장기하 신드롬은 지난 가을, 쌈지사운드 페스티벌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그리고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가 쿵짝이 맞으면서 시작됐다. 싱글의 타이틀 곡인 '싸구려 커피' 그리고 '스페이스 공감'에서 선보였던 '달이 차오른다' 동영상이 DC인사이드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화제가 된 것이다. 가히 지난 해 빅뱅과 원더걸스 신드롬에 맞먹는 속도로 그들의 음악과 동영상이 퍼졌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서는 빅뱅과 장기하를 비교해달라는 심각한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달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그들은 말 그대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지난 10월 말, 쌈지스페이스에 장기하와 얼굴들이 무대에 섰을 때 11시라는 늦은 시간임에도 공연장이 꽉 찬 것으로도 모자라, 복도에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 거의 아이돌급 인기다. 홍대앞의 빅뱅이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

소년 장기하는 남들이 이순신 전기를 읽을 때 '유머 일번지'를 봤다. 남들이 록 매니아의 길을 걸을 때 월화수목금토일의 예능 프로를 모두 챙겨봤다. 그의 첫사랑은 소방차였고 록을 들어도 "남들 다 듣는" 너바나와 메탈리카 정도에 그쳤다. 고등학교 때까지 다니던 교회에서 밴드를 꾸려 자작곡을 만들었고 대학에 가면 음악을 해야지, 마음 먹었으나 막상 가서는 학과 활동만 하다가 2년을 그냥 보냈다. 정신을 차려보니 3학년, 그제서야 키드 시절의 꿈을 깨닫고 과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만들었다. "어떤 장르라기 보다는... 기타에 디스토션을 건 사운드와 안 건 사운드, 딱 두 범주였다." 그러다가 공연을 했는데, 같은 학교에 다니던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이기타, 슬픈이 그를 드러머로 낙점했다. "드럼도 칠 줄 알고, 노래도 만들어봤고, 댄서까지 활용하는 것이 록 근본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해서 장기하는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음악계에 발을 딛었다. "학자가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드럼으로 밥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하루에 8시간씩 연습하는 날도 있었는데, 군대에 가서 생각해보니 나는 연주가가 아니라 창작자가 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제대 후 그동안 만들어놓은 곡을 녹음했다. 입대 전에도 눈뜨고 코베인, 청년실업 등의 앨범을 통해서 노래를 발표했지만 전면에 나선 건 처음이었다. 그러자마자 터졌다.

그를 띄운 건 사할이 유머였다. 일종의 백 댄서인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선보이는 율동. 웃기지만 무대 위의 아무도 웃지 않는다. 그 능청맞은 개그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마다 양팔을 위아래로 휘젓는 그 춤을 따라하는 이들로 그득하다. 그러나 개그 코드만 있었다면 차라리 '웃찾사'에서 그들을 스카웃해갔지, 나름 진지한 '스페이스 공감'의 무대에 섰을리가 있겠는가. 그의 유머를 곱씹고 나면 쓴 맛이 밀려온다. 가사가 그렇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싸구려 커피)라고 랩도 아니고 타령도 아니고, 이거는 뭐 동네 실업자 아저씨가 슈퍼마켓앞 평상에 앉아 깡소주 마시면서 내뱉는 넋두리 같은 가사들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해학을 되살린다. 반지하 쪽방 청춘들의 비루한 모습을 참혹하리만큼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루저 근성도 없다. 그 기발한 묘사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쓴 웃음을 짓게 된다. 반지하 쪽방에 있던,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얹혀 있건 보이는 하늘은 지극히 좁고 탁한 이 숨막히는 현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릇 지독한 군대 이야기도 정색하고 하는 것 보다는 껄껄 대며 할 때 유머가 되듯, 장기하가 묘사하는 지금의 암울한 젊음은 그래서 설득력을 가진다. 되도않는 방구석, 상처 타령으로 무의미한 자위를 일삼는 이들과는 격이 다르다. 나의 이야기로 우리를 듣게 하는 것이야말로 공감의 정의일테고, 장기하의 서사적 일상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스무살 넘어서 반복된 익숙한 느낌에 대한 노래다. 대학와서 뭔가 텅 빈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그런 느낌이 들면 누워 있었다. 배에 통기타 얹어 놓고 띵가 띵가, 읇조리다시피 만든 노래다."

또 한 번 곱씹어보면 음악이 있다. 그를 띄운 나머지 이할이다.  "열가지 의도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 중 몇가지만 부각되는 면도 있지만, 열가지 다 이해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장기하가 그동안 등장했다가 사라진 숱한 개그, 엽기 가수들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다. 송창식이 '담배 가게 아가씨'로 듣는 이들에게 유머에 가까운 즐거움을 줬지만 그 노래에 담긴 음악성을 누가 폄훼할 수 있을까. 장기하도 마찬가지다. 포크 록을 기반으로 하되, 외국의 그것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정서가 담겨 있는 그의 음악은 이른바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장기하 현상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이유다. 개그로 낚아서 음악으로 잡는달까. 숟한 인디 밴드들에게 너는 영미계냐 일본계냐 물었을 때, 뭐 그냥 한국계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근거가 그의 음악에 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이른바 한국 대중음악계의 명장들에게서 대부분 발견되는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 조용필 등등. 인디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장기하의 음악을 한국적인 무엇이라 규정하기는 싫지만, 적어도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분량에서는 적을지라도, 질적으로는 든든한 요인이다.

하지만 그가 소비되는 요인은 아직까지 개그적인 부분이 많다. 이게 심화될 수록 장기하의 이미지는 고착화된다. 내년에 발매할 예정이라는 첫 앨범이 중요한 이유지만, 장기하는 담담하다. "고압적 예술가 이미지로 각인될 바에는 웃긴 애들로 남는 게 취향에도 맞는다. 음악에 유머를 넣고 싶은 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그 콘서트'에서 코너 짜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음악을 할 뿐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배철수를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꼽는다. "말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말한다"라는 이유다. 그도 일상과 음악을 하나로 녹일 참이다. "하나마나한 얘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똑같은 이별 노래라도 사람들이 생각은 했는데 노래로 표현된 적은 없다던가, 들으면 공감할 텐데 아무도 말한적 없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다. 존재가치가 있어야지. 점 찍은 데 또 찍을 필요가 있나?" 세상의 빈자리에 장기하가 콕, 하니 찍은 점 하나를 세상이 듣고 즐거워하고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프리미어 원고 (사진출처는 시사인)
by 김작가 | 2008/11/22 17:09 | 스토리 | 트랙백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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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11/22 18:54
왠지, 가사가 참- 소설 같았어요. 이상이 생각난다고나 할까나. 저는 그냥 좋더라구요.
Commented by 팬티팔이소녀 at 2008/11/22 21:19
디씨도 웃대도 서울대 출신이 꽉잡고 있었군요
Commented by 고공 at 2008/11/22 21:23
음....전 이 분이 서울대라는건 음악 듣고 미쳐서 중독에 빠져서 혼자 웃고 난리친지 며칠후에 알았는데....
좋아하시는 분들 거의다 서울대라는건 나중에 알았다고 하시던데 ㅎ님의 리플은 조금 납득이 잘 안갑니다 ^^;
음악에 무한 매력을 느끼며 좋아하는 저로서는.
Commented by 클라 at 2008/11/22 21:25
음 좋아요 좋아. 앞으로도 기대중.
Commented by 길라엔 at 2008/11/22 21:28
저도 서울대 출신인건 지금 ㅎ님의 리플을 통해서 알았는데.. ㅎㅎ
많이 들은 건 아닌데 '싸구려 커피'가 정말 인상깊었어요.
정말 말하듯 노래하는 그 음이... 웃기면서도 씁쓸한.. ^^
Commented by Dandelion at 2008/11/22 21:49
ㅎ님의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음악 자체의 매력이 아예 없다고 하는 건 좀 무리한 이야기죠. 헐리우드 영화가 돈지랄로 만드는 거라 하는 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의 영화적가치 모두를 부정하는 게 오류이듯이요. 말씀하신 다른 밴드들이 가지지 못한 '서울대'라는 상징 자본을 가지고 있는 게 공평하지 못하다 정도로 그치는 게 옳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여기댓글 at 2008/11/22 22:01

여기에 디씨가 70~80가 서울대라고 말하는 대가리에 똥만찬 새끼들은 뭐하는건지...


그럼 빠삐놈에 디제이쿠랑 전진은 전부 서울대 나온애냐 븅신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진은 경기대고

디제이쿠는 서울에 서짜도 없는 니들이 좆나 무시하는 지잡대 경남대야 씨발들아

근데 무슨 뭐 디씨랑 웃대가 서울대 선후배를 띄워?



제발 후장따는 씹소리좀 그만해라.....


심심해서 장기하좀 까볼까 하는새끼들인가본데..


대부분 디씨애들은 장기하 음악성이나 안무보고 낄낄거리다가


검색해보니 서울대였다 그런식이다 쓰레기들아
Commented by GATO at 2008/11/22 22:23
미미언냐들 쵝오! ;ㅅ;b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11/22 22:51
이거야말로 서울대 음모론이군요. 그렇다면 심지어 서울대 출신 뮤지션의 계보를 잇는다고 보도자료까지 뿌렸던 밴드는 왜 안 떴으며, 그 외에도 장기하가 몸담고 있는 눈뜨고 코베인도 멤버 대부분이 서울대인데 왜 안 떴을까요. 그리고 장기하가 뜨기 전에 이런 저런 심사에서 눈여겨 봤던 저는 왜 서울대를 안나왔을까요. 결정적으로 헬로 루키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들 중 왜 아무도 서울대 출신이 없을까요. 참으로 미스테리입니다.
Commented by ㅊㅇ at 2008/11/22 23:00
리플보고 웃고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씨,웃대 7~80%가 서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11/22 23:16
뭔가 이상해서 확인해봤더니 '특히' '저는' '제가 알기로' 님은 같은 IP, 즉 동일한 분일 가능성이 매우 높군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ㅎ' '...............' '지나가다'님의 IP또한 뒤의 세 부분이 같다는 건데.... 어찌 된 영문인지.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11/22 23:33
두 분다 댓글 삭제하셨군요. 과연.
Commented by tranGster at 2008/11/22 23:28
또 서울대에 열폭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이건 뭐 마녀 사냥도 아니고;;;;

아 글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tranGster at 2008/11/22 23:29
음, 근데 개인적으로 장기하를, 장르에 상관 없이 한국적인 음악적 정서를 잇는 다고 생각되더군요. 물론 처음 봤을 땐 배를 잡고 뒹굴었던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웃을만한 음악만이 아니고,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음악이라고도 생각이 되더군요^^
Commented by Spearhead at 2008/11/23 00:08
한국적인 정서를 잘 녹여내는 좋은 음악가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정서를 순화시켜서 다듬으면
장기하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죠;
Commented by Nara at 2008/11/23 00:47
설대고 나발이고.. 장기하 좋다능... 싸구려 커피 귀에 쩍~ 달라붙는다능.. 그걸로 충분하다능..
Commented by mentirosa at 2008/11/23 01:31
첨 들었을때 산울림 생각이 나서 좋았어요.
페퍼민트에서나 잡지 인터뷰등에서 굳이 서울대 이야기를 꺼내는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져요. 그냥 재밌는 노래하는 사람일 뿐인데.
대중적이된 인디밴드들이 나올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이 소비되는 걸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좋은 인디들을 소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거예요.
장기하가 나왔던 두시의 데이트 꼭지도 그래서 기대했는데 이제는 인디밴드가 안나오더군요.
인디와 공중파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프로그램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daewonyoon at 2008/11/23 02:12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Commented by s라미 at 2008/11/23 04:19
"나를 받아주오"도 참 좋아요~
찐득찐득찐득찐득
Commented by 제게 at 2008/11/23 05:01
이거는 뭐 동네 실업자 아저씨가 슈퍼마켓앞 평상에 앉아 깡소주 마시면서 내뱉는 <- 이거 너무 동감되는ㅎㅎㅎㅎㅎㅎㅎㅎ
Commented by 정유애 at 2008/11/23 12:53
기다리던 장기하의 인터뷰,,,고맙습니다.
Commented by daria at 2008/11/23 14:30
노래 듣고 진짜 간만에 대박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디 앞으로 쭈~욱 잘커주길..
Commented by 키세츠 at 2008/11/23 14:40
저도 "나를 받아주오" 굉장히 좋아하지만, 위의 s라미님과 다른 부분을 포인트로 찍고 싶네요.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Commented by 사이동생 at 2008/11/23 21:54
ebs전에 공연장에서 봤는데 이거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번쩍. 그런데 이제는 방송에서 뭔가 하나 해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인지..
Commented by willowtea at 2008/11/24 00:04
'개그로 낚아서 음악으로 잡는다' 라. 명쾌한 표현이에요. 기억해둬야겠습니다. (후후)

하지만 제 주변에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아직까지도 별로 없어서 정말 외로웠어요. ㅡ_ㅜ (참고로 저희 집은 마산, 학교는 창원에 있습니다.)
Commented by 큰일낼의지 at 2008/11/25 18:48
청년실업도, 눈코도 정말 좋아했지만 그래서 장기하만 뜬 것이 사실 못내 못마땅하지만... 사실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앞의 두 밴드보다 좀 더 우리네 정서가 잘 묻어나는, 그래서 나도 점점 더 땡기는.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11/26 21:18
ㅎㅎ 뭐 사족이지만 김작가님

눈코 기타는 이기타가 아니라 목말라 입니다 이기타 목말라 장기하 가 원래 청년실업이었고요

베이스는 슬프니 입니다 눈코 팬이라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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