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음악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주목할만한 신인 밴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올해도 괜찮은, 아니 훌륭한 신인들이 꽤 있었다. 로로스, 장기하, 고고스타 등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름을 더하려 한다. 파블로프. 기존의 신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인디 신에서 활동해온 이들임에 반해, 이들은 그야말로 생짜 신인이다. 갓 스무살을 넘은 신선한 종자들인 것이다. 청춘의 몸동작인 점프하는 소년의 모습옆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라는 문구. 이 도발적인 제목아래 묶여 있는 다섯곡의 노래는 딱 그들의 나이만큼이나 거친 활력으로 가득차있다. 첫곡 '암사자'부터 '얄개들' '난 아닌가봐' '불을 당겨주오'등의 노래 제목은 80년대 한국 스쿨밴드팀들의 언어적 감각을 이들이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되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음악적 방향은 2000년대의 영국에서 발원한 개러지 록. 이미 2-3년전부터 한국에서도 시도되었던 이 장르의 밴드들 중 파블로프는 가장 정통적이면서도 괄목한 성과를 보여준다. 리버틴스의 도발성과 프란츠 퍼디넌드의 그루브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다. 따라 부르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후렴구와 짧은 시간에 제 역할을 다 하는 기타 리프. 그리고 위악적임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보컬이 있다. 리듬 파트 역시 듣는 이의 어깨를 충분히 들썩이게 한다. 리버틴스의 등장을 지켜본 영국인들이 꼭 이만큼 놀랐을 것이다. 프란츠 퍼디넌드가 데뷔했을 때 만큼이나. 그로부터 꽤나 시간이 지난 후, 파블로프는 그 때의 영국인들이 느꼈을 흥분을 지금 우리에게 전한다.

될성 싶은 밴드들의 공통적 문제인, 군 문제로 인하여 이들의 라이브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인데, 그 정도가 여느 밴드들과는 또 다르다. 개러지 록을 하나의 징후에서 현상으로 위치 이동 시킬 만한 자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평범, 그 이상의 송라이팅과 연주력, 그리고 센스를 갖추고 있는 청춘들의 미래에 군대란 얼마나 큰 변수인가. 그러나 이 짧은 EP 하나만으로 파블로프는 기다려줄만한 미래를 획득했다. 무릇, 잡초같은 젊음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것이어야한다. 한국의 90년대 밴드 신을 개척했고, 온갖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온 펑크 에너지의 무게 중심이 그 이름과 모양을 바꿔, 개러지에서 그 본질을 간직하고 있음을 파블로프는 선언하고 있다. 로로스가 감성의 꼭지점에서, 장기하가 해학의 정점에서 2008년의 신인란을 채웠다면 파블로프는 패기의 비등점에 쾅, 도장을 찍었다. 경축. 14일 FF에서 열리는 발매 기념 공연에서 그들의 진가를 확인하리라.


얄개들
by 김작가 | 2008/11/05 14:5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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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ifflewind's.. at 2008/11/06 03:10

제목 : 여울바람의 생각
파블로프, '얄개들' _ 미치기 딱 좋은 음악이로세. -_-!...more

Tracked from 이글루스 블로거들의 신.. at 2008/11/07 16:46

제목 : 파블로프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음악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주목할만한 신인 밴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올해도 괜찮은, 아니 훌륭한 신인들이 꽤 있었다. 로로스, 장기하, 고고스타 등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름을 더하려 한다. 파블로프. 기존의 신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인디 신에서 활동해온 이들임에 반해, 이들은 그야말로 생짜 신인이다. 갓 스무살을 넘은 신선한 종자들인 것이다. 청춘의 몸동작인 점프하는 소년.....more

Linked at Chinatown : <밤섬해.. at 2011/03/10 03:16

... 듣고 동영상같은걸 보면서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 있었는데, 못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제가 비뚤어진 것 같아요. 제가 만약에 그때 밴드를 했었으면 지금쯤 뭐 파블로프Pavlov같은 밴드를 할 수도 있었고 뭐... (웃음) 알 수 없죠. 멀쩡하고 깔끔한 거 했겠죠. 근데 그 당시에 제가 밴드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에... yjh ... more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11/05 15:09
신나는구만요.
Commented by 사막늑대 at 2008/11/05 16:42
자미로콰이만 아니면 가보겠는데, 아쉽군요~ ㅎㅎ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11/06 09:54
아차, 자미로콰이가 그날이었군요; 저도 당연히 그쪽으로....(빌리 조엘만 생각하고 있었음)
Commented by JinAqua at 2008/11/05 19:28
앨범 이름이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군요! 저는 김작가님이 크게 들으라고 권유하시는줄 알았어요 -ㅁ-;;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11/05 19:45
으음. 요즘 검정치마 음악 들어보니 장난이 아니던데. 소개해 주시면 안되나요?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11/06 07:00
파블로프 현재 라인업에서 보컬만 바뀌면 검정치마죠.;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11/06 08:56
헉 정말요?
Commented by DFDF at 2008/11/06 16:25
그건 아닌듯.. 신디 치시는 아가씨도 있고, 드러머도 아니고...기타만 파블로프라고 알고있는데...아님 말고
Commented by 쿠루리 at 2008/11/06 18:12
그런데 파블로프 드럼이 군대가서 검정치마 드럼이 세션으로 해주고 있어요
기타랑 베이스랑은 형제구요..
Commented by iwannasee at 2008/11/06 00:27
아 이거 훌륭한데요
Commented by 여울바람 at 2008/11/06 03:08
괜히,
두근거렸던게 아니군요.
Commented by wow at 2008/11/06 16:59
와우~시원시원한데요~!
구입확정!ㅎㅎ
Commented by kimi at 2008/11/06 20:15
자켓부터가 호탕하군요ㅋㅋ
Commented by 던힐라이트 at 2008/11/08 14:42
랄라라 랄라라~ 워어어어 나나난나나~
Commented at 2008/11/08 16: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11/09 00: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최!! at 2008/11/11 09:04
요새 즐겨듣고있는데 홍홍
노래 참 좋다
Commented by 최현빈 at 2009/01/18 17:08
안녕하세요~ 역시 음악평론가는 다르네요....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안목 자체가 다른것 같아요~~ 제 블로그로 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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