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Dig Out Your Soul>


"노래가 그냥 찾아온다. 어디서 오는 지도 모르고,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 입을 연 노엘 갤러거, 그리고 카메라를 쳐보면서 말한다. "난 존나 천재라고!" 9월, NME와의 동영상 인터뷰 중 '작곡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는 자화자찬의 연속. "이 앨범은 앤디와 겜이 조인한 이후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이제서야 해낸 거다. 그런데 (이 앨범이 너무 뛰어나서) 다음 앨범을 어떻게 낼지 모르겠다.(노엘)" "처음부터 존나 뛰어났다. 곡을 쓰기도 전부터 뛰어나다는 느낌이었다.(리엄)". 갤러거 브라더스의 자화자찬이 시작됐다. 아니, 언제나 모든 인터뷰를 자화자찬 아니면 다른 밴드들 비방으로 이끌어가는 그들이니 뭐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앨범(노엘)" 데자뷔가 일어날 정도로, 오아시스의 새 앨범이 나올 때면 늘 듣던 소리다. 여느 뮤지션들의 "최선을 다한 앨범이지요.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라는 말만큼이나 의례적인 발언들이 속속 쏟아진다. 의례적인 발언이라면 의례적으로 코나 후벼주면서 들어주면 그만이겠지만, 이번에는 뭔가 설레였다. 앨범 발매전의 상찬이 갤러거 형제들의 입에서만 나온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솔솔 흘러 나오기 시작한 오아시스 새 앨범 뉴스의 정점은 지난 6월이었다. 보도자료 작성을 위해 오아시스 멤버들과 인터뷰를 하고, 새 앨범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린 '클래시'의 에디트 브라운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귀환했고 완전히 죽여준다. 최상의 컨디션이다."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밴드인지 잊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Don't Believe The Truth>는 훌륭한 앨범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앨범은 아니었다. 이 앨범이 <Be Here Now>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Heathen Chemistry>로 이어지는 문제작, 또는 범작, 또는 졸작의 행렬에 끝을 맺고 다시 오아시스를 오아시스로서 우뚝 세운 앨범이었다 할지라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앨범일지라도 어쨌든 <Definitely Maybe>와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의 영광은 뛰어넘지 못했으니 말이다. 영국 매거진들이 그리 좋아하는 명반 투표에서도 <Don't Believe The Truth>는 초기작들에게 언제나 밀린다. 그것은 일종의 숙명이다. 그 정도의 명반을 쏟아낸 밴드라면 벗어날 수 없는. 그 숙명으로부터 벗어난 밴드라면 라디오헤드 정도가 있을텐데, 그들은 기대로부터 늘 달아나고 맥락으로부터 벗어났으며 스스로를 신비의 세계에 가둠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판을 바꿔온 것이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그러지 않았다. 언제나 맨체스터 출신의 노동자 계급임을 내세우고 로큰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으며 끝간데 없는 오만함과 강도를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지극히 유머러스한 독설을 데뷔이래 한 번도 쉰적 없는 그들이었다. 모든 것이 'Supersonic' 'Rock n' Roll Star'에서부터 시작하고 이어져왔다. 모두가 계속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같은 노래를 따라부르기 원했다. 그 기대에 대한 강요가 그들이 그 뒤 어떤 앨범을 내건 그들의 시작과 비교당하게 만들었고 그런 기대가 있었기에 그들이 어떤 앨범을 내건 이슈가 되고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오아시스의 위대함이다. 

<Don't Believe The Truth>이후 대규모 월드 투어로 마침내 한국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화려한 영상과 무대 연출없이, 그들은 오직 노래 하나만으로 5천여명의 관객에게 흥분과 감동을 안겨줬고 다음에도 꼭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는 어떤 확신을 남긴 채,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리엄 갤러거는 결혼을 했고 노엘 갤러거는 두번째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오아시스가 결성된 지 15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2007년 7월, 오아시스는 애비 로드로 향했다.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Dig Out Your Soul>의 작업을 위해서다. 비틀즈의 광팬인 오아시스로서 애비 로드에서 녹음하는 건 당연한 일일테지만, <Be Here Now>이후 처음이다. 노엘이 원채 그 앨범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그 때 우리는 코카인에 완전히 취해 있었지"), 근처에 술집이 많아서 리엄의 레코딩에 지장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리엄이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한 이후에야, 그들은 10여년만에 애비 로드를 찾았다.

노엘의 머리 속에는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다. 대규모 합창단과 스트링을 쓸 계획도 있었고, 10분이 훌쩍 넘는 대곡도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비 로드에서의 레코딩이 끝나고 LA에서의 믹싱을 거쳐 발매된 <Dig Out Your Soul>은 노엘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그루브"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늘 앨범 제목에 많은 공을 들여온 오아시스지만 이번에는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 제목은 사실 모타운 음악을 틀고 디제잉하는 걸 뜻하는 말이다. (영혼이 아니라) 소울 음악을 꺼내 든 DJ." 겜의 가사에서 따온 이 제목은 말하자면, 앨범의 성격을 규정한다. 첫 싱글 'The Shock Of The Lightning'이 공개됐을 때 모든 음악 저널에서 난리가 났다. 그들이 다시 데뷔 앨범 시절로 회귀했다는 찬사가 터졌다. 단숨에 작곡해서 단숨에 레코딩된 이 노래에는 그들의 초기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드럼과 베이스가 대폭 보강되어 90년대 초반과는 또 다른 그루브가 넘실 거렸다. 여기에 스트레이트하고 훅이 강한 멜로디, 그렇다. 이 천재 송라이터의 재능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회귀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Dig Out Your Soul>은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다. <Definitely Maybe>의 흔적이 아련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루브만 살아있는 게 아니다. 장중하다. 무겁다. 그리고 사이키델릭하다. 바야흐로 중년이 된 밴드의, 중년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의 집산이다. 그리고 노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멤버, 리엄과 앤디 벨, 겜 아처가 '노엘과 친구들'이 아닌 오아시스로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밴드의 앨범'이다. 오프닝 트랙인 'Bag It Up'에서부터 그 변화는 직감된다. 전체적 분위기는 지난 앨범의 트랙들과 비슷하지만 멜로디는 선연해지고 사운드는 흥건해졌다. 드럼과 베이스 라인은 각이 섰다. 사이키델릭한 그루브랄까. 노엘이 사십대에 접어 들어 발표하는 첫 앨범이자, 자신들의 레이블 빅 브라더 레코드에서 내는 첫 앨범이기도 한 <Dig Out Your Soul>에 오아시스는 중년의 원숙함과 밴드의 케미컬, 그리고 새출발의 결기같은 것들을 고루 담아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오아시스가 돌아올 때 마다 돌아오지 않은 단 하나의 필수 요소, 노엘의 작곡력이 지난 앨범에서 서서히 꿈틀대더니 드디어 완전히 돌아왔다. 'Bag It Up'과 함께 노엘이 가장 아낀다는 'Falling Out'에서 알 수 있듯, 최소한의 코드에서 최소한의 구성으로 최대한의 훅을 만들어내는 그 작곡력 말이다.

만약 이 앨범에서 단 한곡을 골라야한다면, 'I'm Outta Time'이 아닐까. 마치 존 레넌의 잃어버린 음악인 듯한 이 노래는 리엄에 의해 만들어졌다. <Definitely Maybe>를 발표한 후 어느 날 영감이 떠올랐고 15년간 만들어온 노래다. "이 노래를 들은 모든 여자들이 완전히 넋이 나갔다"는 노엘의 설명이 없더라도 이 노래는 리엄에 의해, 아니 오아시스에 의해 발표된 노래들 중 가장 아름다운 트랙의 하나로 꼽힐 수 밖에 없다. 이 노래의 후반에는 존 레넌이 사망하기 이틀전에 가졌던 인터뷰 육성이 등장한다. "그 음원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기뻤지. 오노 요코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무서워서 관뒀어.(리엄)" 언제나 존 레넌처럼 보이기 위해서, 존 레넌처럼 들리기 위해서 애썼던 리엄은 이제 존 레넌처럼 작곡하는 능력까지 갖게 됐다. 여기에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Soldier On'은 또 어떤가. 무뚝뚝하고 오만하며 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듯한 이 맨체스터 사내의 내면에 이런 촉촉한 감성이 깃들어 있었다니, 'Songbird'때 예견됐던 그 감성은 이 앨범에 담긴 리엄의 노래들로 확연히 입증됐다. "리엄의 모든 행동은 사실 불안하다고 비명을 지르는거야. 파파라치랑 싸운다던지 외모(에 대한 자신감), 전부 다 방어막이지." 각각 한 곡씩 들어간 앤디와 겜의 곡들도 이 앨범의 빼놓을 수 없는 필청 트랙이다. 리엄의 작곡 파트너이자 이제 오아시스의 조지 해리슨으로 자리를 굳힌듯한 겜 아처는 'To Be Where There's Life'를, 앤디 벨은 'The Nature Of Reality'를 제공했다. "내 인생의 이상한 시기에 씌여진 곡이다.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던 시기였다. 노엘에게 기타 파트를 치게 했고 겜이 베이스를 쳤다. 나는 전혀 연주하지 않았다. 콘트롤 룸에서 사운드를 제대로 잡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앤디)"

<Dig Out Your Soul>의 해외 보도 자료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손가락을 플러그에 꽂은듯한 로큰롤'  악틱 몽키스나 카사비안 같은 신진 밴드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문구다. 그러나 오아시스는 그들 이후 영국 록계에 몇 번이나 세대 교체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그런 체험을 하게 한다.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험한 입담을 과시하며 영국 음악계를 이종 격투기 무대로 만들어도 그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말이다. 그 험한 입담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국의 음악 저널들은 최근 지면을 오아시스로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Q매거진은 아예 50페이지를 오아시스의 새 앨범에 할애 했으며 표지도 노엘과 리엄, 두 버전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악틱 몽키스가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하이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Dig Out Your Soul>은 말 그대로 사막을 방황하다가 찾은 오아시스일 수 밖에 없다. 이 정도의 앨범이라면, 그것도 신인이 아니라 15년간이나 활동하면서도 정상을 내준 적 없는 중견 밴드의 작품이라면 그 누구도 감히 하이프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영국 저널의 사정이야 어쨌던 간에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라면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 지도 모르겠다. 지금, 누군가의 음악을 CD로 살 정도라면 100퍼센트의 충성심으로 이 앨범을 듣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환호작약하겠지. 재능과 경륜으로 충만한, 제2의 전성기를 예견하고 있는 그들의 음악앞에. 또한 기대도 할 것이다. 오아시스가 그 어느 때 보다 대규모 월드 투어를 예정하고 있으니 다시 한국에서 그들의 육성과 연주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 역시 그렇다. 예전의 앤썸뿐만 아니라 'The Shock Of The Lightning'의 코러스와 'I'm Outta Time'처럼, 기꺼이 함께 따라부고 싶은 노래들이 추가됐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자가 부활했다. 맨체스터의 하늘에 다시 장엄한 태양이 떴다. 그리고 영국 음악은 또 하나의 경륜을 얻었다. 한 장의 앨범, <Dig Out Your Soul>에 의해서. 오아시스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문장이 있다. 오아시스는 오아시스다. 걸작을 내던 범작을 내던 늘 따라 다녔던 문장이다. 그 익숙한 문장을 이토록 기꺼이 쓸 수 있는 날을, 나는 꽤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오늘 (10월 7일) 발매되는 앨범 라이센스반 해설지. 해설지의 성격상 좋은 말만 쓸 수 밖에 없다지만, 이 앨범은 정말 좋다.
by 김작가 | 2008/10/07 05:13 | 스토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zakka.egloos.com/tb/393207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Live Forever.. at 2009/08/20 12:57

제목 : (Review) Dig Out Your Soul (..
Title : Dig Out Your SoulYear : 2008 Chart Position : UK : # 1, U.S.A # 5 Rating : ★★★★☆1 Bag It Up 2 The Turning 3 Waiting For The Rapture 4 The Shock Of The Lightning 5 I'm Outta Time 6 (Get Off Your) High Horse Lady 7 Falling Down 8 To Be Where Th......more

Linked at SOUNDZ ...beg, .. at 2008/10/21 00:33

... 럼 안의 로고의 크기가 작고, 좌측상단의 오아시스 밴드로고가 없다. 전반적으로 각 이미지의 위치도 조금씩 다르고, 국내CD커버에는 없는 이미지도 들어 있다. 이건 뭥미? 8. 김작가님의 해설에, 영문가사와 우리말번역, 그것도 별도의 컬러소책자로 제작. 이런 승리의 소니BMG 같으니라구. 직배 20년 만에 이제서야 일본 넘들한테 배웠구나! 앞으로도 ... more

Commented by 갈림 at 2008/10/07 11:36
오,,,, 오아시스 새 앨범이 발매되는군요....!!
Commented by Leedo at 2008/10/07 14:25
Falling down인가요? Fallingout 인가요?ㅋ
Commented by Heima at 2008/10/07 16:44
아이구~ 커민~ 커마웃~ 커민~ 커마웃~ 투나이이이이잇~
Commented by dansoon at 2008/10/07 21:15
듣고싶은 마음 꾹꾹 누르고 앨범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효. *____*
Commented by Peppermint at 2008/10/08 00:35
아..멋집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덕분에 앨범 발매를 기다리는 지난 몇 주가 꿈처럼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한을 또 기다리자구요^^
Commented by Peppermint at 2008/10/08 00:40
후필즈로 퍼갈게요^^
Commented by 스미레 at 2008/10/11 15:58
오아시스의 새앨범 드뎌 도착. 글 잘읽고 퍼갑니다
Commented by 화이트퀸 at 2009/08/20 12:56
김작가님의 굉장한 리뷰!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트위터 2010 문화정책 VampireWeekend 페스티벌 매시브어택 밥딜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루시드폴 블로그 레미제라블 FnC 어떤날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맑스 내한공연 철학성향테스트 그린데이 씨엔블루 아감벤 아이돌 국카스텐 글래스톤베리 Contra 오아시스 들뢰즈 이병우 전망 인디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