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Spectrum>



이지형에게 2007년은 정말 복된 한 해였다. 3월에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남자가수 부문 등 2개 부문을 수상하더니 연말에는 토이의 객원 보컬로 발탁, '뜨거운 안녕'을 부르며 이름 석자를 깊이 각인 시켰다. 인디 씬 초기의 스타밴드 중 하나였던 위퍼 시절부터 만만치 않은 음악성과 준수한 용모에도 불구하고 비운의 10년을 보내야했던 그였으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보건데 이지형의 첫번째 솔로 앨범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앨범이었다. 위퍼 해체 후 가져야했던 긴 공백으로 인한 두려움과 망설임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그런지와 기타팝을 거쳐온 그의 지난 행보에 비해 상업성에 대한 어정쩡한 타협같은 것이 물씬 배어났던 앨범이었다. 하지만 견실하게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왔던 관록이 있었으니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쥔 지난해의 여세를 몰아 발표한 두번째 앨범 <Spectrum>은, 그러나 과거의 망설임과 고민을 털어버리고 자신감으로 충만한 그의 모습이 느껴진다. 멜로디는 선연해지고 사운드는 다양해졌다. 지난 앨범에서의 보컬이 다만 착하게 보이려 애쓰는, 거세된 목소리였다면 이번 앨범에서 그는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뺀다. 자신의 느낌에 최대한 충실한 것이다. 시작과 중반을 장식하는 두 곡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은 최근 클래식 기타 음악을 주로 듣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줄충해진 연주력을 보여준다. 그가 어쿠스틱 기타를 잡게 된 동기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든 장비를 팔아버린 후,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임에 비춰보면 더욱 놀랍다. 또한 '메탈 포크 주니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렉트릭 기타 솜씨또한 옛 위퍼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아니, 그 때도 들려주지 않았던 미친듯한 기타 애드립과 리프가 난무하니 오랜 팬들에게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Spectrum>을 관통하는 건 다양성이다.

좋은 보컬리스트이자 좋은 기타리스트, 그리고 괜찮은 송라이터가 오랜 불운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오랜 공백을 만회하는 건 지난 앨범이 아닌 바로 지금에 이르러서이다. 솔로 시절부터의 이지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위퍼 시절부터 지켜봐온 사람에게나 고루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회복과 발전, 유지와 지향의 미덕을 고루 갖춘 작품이기도 하다. 행복하지 않은 데 억지로 행복한 척 해봤자 어색할 뿐이다. 진짜 행복해야 행복한 음악이 나온다. 이지형의 <Spectrum>은 이 단순한 명제에 대한 하나의 근거다.


메탈포크쥬니어의 여름

by 김작가 | 2008/09/18 01:2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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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ivrusky at 2008/09/18 07:35
이번앨범 정말 좋더군요. 하지만 역시 위퍼시절의 목소리가 그립기는 마찬가지예요.
Commented by 트릿 at 2008/09/18 08:55
음악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것 같아요.
이십집을 내도 옛날이 좋았다고 할테니까.
Commented by 루시 at 2008/09/18 09:03
위퍼랑 이전 앨범의 딱중간인듯 해서 전 좋더라구요. 김작가님 말씀처럼 어깨힘빼고 편안해진 느낌. 그렇다고 나태한 앨범도 아니고. 최근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Commented by 낭만여객 at 2008/09/18 09:20
그놈의 옛날타령을 먼저 들어서 사실 별로 안좋아했는데. 노래 좋네요? 제 선입견부터 바꿔야할듯 ㅠㅠ
Commented by 체리씨 at 2008/09/18 23:45
헉 십년전 드럭의 그 위퍼출신이었군요 어디선가 본거 같다고만 생각했었는데..
Commented by 와우 at 2008/09/19 11:07

노래제목만 보고 뭔가 바뀐줄 알았는데
여전히 제이슨 므라즈 필인것 같네요.
이 노래는 Geek in the pink랑 비슷한듯
Commented by 리뉴얼 at 2008/09/20 00:09
므라즈랑 많이 비슷하죠 ㅋㅋㅋ 아마 서로도 좋아할듯? ㅋㅋ 므라즈 공연에서도 오프닝공연도 하고, 이번 앨범 좋네요 ㅋㅋ 라디오데이즈 앨범은,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살짝 별로였는데 ㅋ
Commented by 경미 at 2008/09/20 10:28
Commented by 궁금이 at 2008/09/21 12:59
언니네는 만장을 넘어 만오천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이 시점에
이지형 이번 앨범 판매고가 일이천장밖에 안된다던데 정말일까요?
인디에서는 혜택받은 신분인 이지형이 그정도라면 도대체 다른
인디들은 얼마나 팔았다는 걸까요...

Commented by 요즘 at 2008/11/07 17:36
500장도 팔기 어렵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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