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멜로디

스무 살이었다. 한 손에 그런지, 한 손에 아트 록 앨범을 들고 홍대 앞을 누볐다. 지금은 사라진, 시완레코드에서 운영하던 마이도스가 아트 록의 샘물과 같은 곳이었다. 음악을 들어보고 음반을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때니, 오직 감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감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탈리안 깐따또레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였다. 당시에는 '영혼의 목소리'라는 구닥다리 수사로 그를 일컫곤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지금 들어도 달래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포크와 월드 뮤직, 깐쪼네를 결합한 그의 음악은 대부분 여리고 섬세하다. 그 중에서도 80년대 중반 발표한 [Branduardi Canta Yeats]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채색된 음반이다. 예이츠의 시를 이태리어로 번역, 여기에 선율을 입혔다. 015B의 <슬픈 인연>을 연상케 하는 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I Cigni Di Coole(쿨레의 백조)>부터 마지막 곡까지 단아하게 흐른다. 매년 가을이 되면 이 앨범이 생각나곤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들을 수 없었다. 입대하며 처분한 턴테이블을 다시 마련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10여년 만에 이 LP를 턴테이블에 올리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검은 원반이 돌아갔고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입술이 알싸해졌다.

보다 원고
펫 샵 보이스의 <Behaviour>와 갈등하다가 꼽은 앨범.

by 김작가 | 2008/09/09 00:14 | private press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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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8/09/09 00:24
중간 부분이 2번 타이핑 되었습니다. ;ㅅ;
웹상에 올리실 때 실수하신 거죠?
Commented by 눈팅족 at 2008/09/10 19:17
아...너무 감미롭네요. 덕분에 좋은 곡에 흠뻑 취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행동적커피 at 2008/10/07 14:32
마이도스 ... 지금도 있습니다. 홍대에서도 한참 외진 곳으로 옮기긴 했지만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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