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즈

카메라는 묻는다.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1960년대의 믹 재거에게. "60대에도 무대에 설 것 같아요?" "그럼요!" 바뀐 화면 위에는 60대의 믹 재거가 뉴욕의 작은 공연장에서 정력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28일 국내 개봉하는 롤링 스톤즈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의 한 장면이다. 롤링 스톤즈라고 하는 살아있는 전설을 카메라에 담은 것도 매력적인데 메가폰을 잡은 이 역시 살아있는 전설인 마틴 스콜세지다. 대단한 음악팬인 그는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포 홈>에 이어 <샤인 어 라이트>로 자신과 동시대에 젊은 나날을 보냈던, 그리고 아직 현재진행형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음악계의 거장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롤링 스톤즈는 비틀즈 등 비슷한 반열의 뮤지션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왔다. 어지간한 팝 팬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노래 중 라디오에서 애청됐던 발라드 'As Tears Go by' 나 'Angie'정도만을 기억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이 아니고서라도 롤링 스톤즈의 지위를 설명하는 사례는 많다. 일본에서 롤링 스톤즈가 공연차 입국하면 TV의 메인 뉴스에서 그들의 일본내 일거수 일투족을 다룬다. 뉴질랜드에서는 핸드폰에 현재의 지명이 표기된다. 몇년전 뉴질랜드를 롤링 스톤즈가 찾았을 때, 공연장이었던 한 공원장 일대에는 그 공원의 이름대신 'stones'라는 단어가 핸드폰 액정에 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최근앨범인 2005년작 <Bigger Bang>발매와 함께 열린 월드 투어는 당연하게도 모두 매진됐으며 유일하게 무료료 진행된 리우데네자이로 해변에서의 공연에는 100만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그리고 이 투어는 쟁쟁한 후배 뮤지션들을 제치고 롤링 스톤즈에게 5600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며 기네스 북 기록을 갈아치웠다. 물론 그 전의 기록도 롤링 스톤즈의 차지였다.

1960년대는 알다시피 비틀즈의 시대였다. 모두가 비틀즈처럼 되고 싶어했고 비틀즈같은 스타일에 비틀즈같은 음악을 들고 나왔던 때다. 하지만 1963년 데뷔한 롤링 스톤즈는 그런 노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상고머리에 수트로 대변되는 비틀즈의 이미지가 '도련님'이었다면 풀어해친 머리에 청바지로 무장한 그들은 '악동'이었다. 비틀즈가 로큰롤을 팝으로 만들고 있었다면, 롤링 스톤즈는 로큰롤을 더욱 시끄럽게 더욱 난폭하게 연주했다. 그래서 비틀즈는 소녀팬들을, 롤링 스톤즈는 소년팬들을 사로 잡으며 60년대를 양분할 수 있었다. <Out of Our Head> <Aftermath> <Beggar's Banquet>등의 작품이 60년대 롤링 스톤즈의 성공을 도운 명반이다. 그러나 1969년 밴드의 사운드를 견인하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존스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이어 노스캐롤라이나 앨터몬타에서의 공연에서 'Sympathy for The Devil'이 연주되는 동안 한 관중이 경호팀인 '헬스 앤젤스'의 칼에 찔려 피살되는 비극적인 돌발사건이 벌어진다. 이 두 사건으로 밴드는 최대 위기에 처했지만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똘똘 뭉치며 <Let It Bleed> <Sticky Fingers> <Exile on Main Street> 같은 명반들을 줄줄이 발표,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들의 앨범 중 록 음악사에 이름을 아로 새길 걸작들은 사실상 70년대 초반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와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라이브 밴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연 티켓값을 자랑하는 밴드다. 그럴 수 있는 건 그들이 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꼽히는 1960년대를 대변하는 유일한 팀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믿었던, 그리고 록은 곧 저항의 항등식이라 여겨졌던 60년대의 아이콘인 것이다. 어린 시절 그들과 함께 '앵그리 영 맨'의 시절을 누렸던 소년소녀들은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오며 버젓한 어른이 되고 후일 '여피'라는 호칭을 얻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듯 세월이 지나도 폭발적인 무대 매너와 섹시하기 이를데 없는 외모를 갖춘 롤링 스톤즈를 통해 히피 세대는 자신의 젊은 날을 투영한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환기할 수는 있는 그들 청춘의 촉매제가 바로 롤링 스톤즈인 것이다. 하지만 롤링 스톤즈가 그들만의 밴드인 건 아니다. 무대에서 연주되는 그들의 옛 음악은 록의 본령을 일깨운다. 블루스를 자양분삼아 탄생한 로큰롤에 가일층 야성을 불어넣은 순수한 수컷의 에너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수십년동안 해체하지 않고 초기의 불량한 태도를 일관되게 지켜온 그들의 모습은 말하자면,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는 록의 사적지와 같다. 그렇기에 그들의 공연에 비단 흘러간 세대뿐만 아니라 이제 록의 쾌감을 알기 시작한 젊은층마저 가고 싶어 안달하는 것 아닐까.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로 키스 리처드가 꿈에서 들은 리프를 토대로 만들어진 'Satisfaction'이 있다. 1965년 발표되어 4주간 1위를 차지한 록의 송가다. 80년대의 어느 날, 중년이 된 믹 재거는 홀로 해변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끼리끼리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접근했고 금새 친해졌다. 노래도 불러줬다. 한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 노래 잘하네요! 진짜 가수에요?" 믹 재거는 계면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노래 불렀는데요?"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렴. 'Satisfaction'을 부른 아저씨를 만났다고." 이제는 어른이 됐을 그 꼬마도 <샤인 어 라이트>를 보며, 우연히 빛났던 유년기의 한 순간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 전에 리우데제나이로 해변의 인파속에서 'I can get no satisfaction'을 힘차게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중앙SUNDAY원고


by 김작가 | 2008/08/23 01:49 | 스토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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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만나 at 2008/08/23 02:52
영화 정말 기대되네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라,,
Commented by krait at 2008/08/23 09:04
펜타포트에서도 동두천에서도 그렇게 광고를 해대서 그런지.. 요즘 가장 보고 싶은 영화중 하나에요. 아무래도 스톤즈는 paint it black이죠.
Commented by 오므라이스 at 2008/08/24 00:48
펜타포트 때 광고 보고 관심 갖고 있었는데... 28일 용산 CGV 조조 보러갈겁니당ㅋㅋㅋㅋㅋ롤링스톤즈 음악 한 곡도 안들어봤지만 기대되네요.
Commented by 리뉴얼 at 2008/08/24 01:04
저도 이영화 예고편을 펜타에서 봤는데, ㅋㅋ 별로 많은 극장에서 개봉을 안하는거 같아요, 믹 재거 하니까 스티븐 타일러가 떠오르네요 ㅋㅋ
Commented by 말보로미디엄 at 2008/08/26 16:10
40만원짜리 다이아몬드석을 25만원에 사서 봤지만 40만원 다 줬어도 모자랄 할배들...
정말 언젠가는 무대위에서 죽지 싶을정도로 열정적인 공연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오므라이스 at 2008/08/29 15:00
오늘 보고왔어욥ㅋㅋㅋ재밌더군요
Commented by 슈리 at 2010/03/16 07:56
브라이언 존스는 롤링 스톤스를 탈퇴(?) 한 후 사망했습니다. let it bleed 앨범은 브라이언 존스가 참여한 음반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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