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의 효심

영국 음악 저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오아시스다. 그들의 음악이 훌륭해서? 물론 그렇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는 언제나 음악 매체로 부터 사랑받는다. 밴드의 두 중추인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의 입담 때문이다. 그들의 입은 말하자면 마이크 타이슨의 주먹이자 헐크 호건의 빅 풋과도 같다. 그 누구도 그들의 혀위에 올라가면 그 즉시 실신당한다. 속으로는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남들 앞에서는 덕담을 하는 연예계의 관례를 갤러거 형제는 가차없이 깨트렸다. "그들은 음악계를 스포츠계로 만들었다"라는 한 영국 비평가의 말은 그래서 적확하다.

그들의 입담에 KO패 당한 사람들을 알아보자. 우선 블러다. 1995년 8월은 90년대 영국 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달이었을 것이다. 이제 전설처럼 남아있는 그 유명한 '남북전쟁'이 시작된 달이었다. 3집 <The Great Escape>로 돌아오는 남부 중산층 출신인 블러, 그리고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발매를 앞두고 있는 북부 노동계급 출신인 오아시스가 격돌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전초전은 싱글 대결이었다. 블러의 'Country House'와 오아시스의 'Roll With It'이 8월 14일, 같은 날 발매됐다. 이 사실을 알고 노엘은 길이길이 뛰며 "그 중산층 개자식들이 일부러 발매일을 당겼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반면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은 점잖게 이것이 '전쟁'이 아니라고, 오아시스와 블러는 동료지 라이벌이 아니라고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노엘의 포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들은 괜찮은 코미디 밴드일 뿐이다. 어쨌든 나를 계속 웃겨주거든." "보컬과 베이스 새끼, 정말 싫다"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블러는 묵묵부답.

라디오헤드도 그들의 마우스 펀치를 피할 수 없었다. "누가 라디오헤드의 신보를 연주하길 바라나? 너희 공연에 아무리 많은 관중이 있어도 그들은 결국 마지막에 너희가 'Creep'을 부르길 원하겠지. 네놈들은 끝났어!"  오아시스 영광의 나날이 살짝 지고, 후배들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타세일러가 'Alcoholic'으로 스타덤에 올랐을 때 이렇게 말했다. "스타세일러라..웃기는 놈들.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 그래서 어쨌다는거지? 우리 아버지는 날 *나 두들겨 팼지만 나는 'Live Forever'를 만들었다구" 그의 동생 리엄은 프란츠 퍼디난드에 대해 "걔 목소리는 ('I'm Too Sexy"를 부른) 라이트 새드 프레드랑 똑같다. 내기해도 좋다. 같은 사람임에 틀림없어"라 말했다. 이에 대한 프란츠 퍼디넌드의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의 대답. "카이저 치프스, 블록 파티를 비롯해 우리 또래 밴드들은 모두 리엄과 노엘에게 욕을 먹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심술일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그들은 영국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밴드이자, 영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들이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그들을 싫어하기 보다는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오아시스가 데뷔앨범과 2집으로 정상에 오르고 이어 'Stand By Me'를 대히트 시키며 '미국에서는 거지도 나이키를 신고 영국에서는 거지도 오아시스의 노래를 따라부른다'는 말이 회자되던 1997년, 블레어는 의전담당자에게 말했다. 다우닝가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연회에 노엘 갤러거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그가 어떻게 오게되었는지 모르겠소. 어떤 미친짓을 할까, 나는 분명 그의 희생물이 될거야!" 그는 결국 오아시스의 소속사에 전화를 했다. "노엘이 점잖게 연회를 즐길 것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요? 부탁입니다." 매니저인 앨런 맥기는 이렇게 답했다. "음..노엘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요. 물론 리엄이라면 나도 장담할 수 없지만서도요." 
 
앨런 맥기의 예측은 정확했다. 노엘은 샴페인잔을 부딪히며 별 사고 없이 연회를 즐겼다. 그런데 노동당 지지자이면서도 토니 블레어에 대한 비난을 늘상 퍼붓곤 했던(선거때만 빼고) 노엘이 그 연회에 참가했다는 사실 때문에 쑥덕공론이 오간 모양이다. 이에 대해 후일, 노엘은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극빈가정 출신으로 이런 명예를 거절해선 안된다는 엄마의 말때문에 가야만 했다. 하긴, 엄마는 자기 자식이 영국 총리와 만난다는 걸 믿을 수 없었을테지." 효도 차원이었던 셈이다.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꼽히는 'Live Forever'는 모친에게 바치는 노래다. 걸은 입과 효심은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예전에 M25에 썼던 글의 롱버전인데, 어쩌다가 발견하고 올립니다. 새앨범도 곧 나온다는데, 프레스 자료때문에 미리 들어본 그 동네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는 거 보면(노엘이 자찬을 하는게 아니라) 이번에는 뭔가 있을랑가요?
by 김작가 | 2008/08/17 13:02 | 스토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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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핀토스 at 2008/08/17 16:01
이번달 NME 노엘 인터뷰 대박입니다.ㅋㅋㅋ 마룬파이브의 굴욕.. ㅠㅠ 노엘 형님은 여전하시더군요 ㅋㅋ 리암도 점점 옛 모습(?) 을 찾아가는 것 같고 어쨌거나 복귀 준비는 완료된 듯 해요.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기대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내한공연과 더불어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며칠전에 영국의 버진 라디오에서 오아시스 데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캐미컬 브라더스가 편곡했던 falling down 이외의 또다른 신곡 The Shock Of The Lightning을 공개하였는데 정말 좋은 음질이 아니었음에도 듣고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진짜 킹왕짱!!!!!!!!!!!!!!
다른 곡들도 분명 이만큼의 임팩트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설레는 마음을 어찌할 길이 없네요 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서람 at 2008/08/17 21:01
어디서 읽어본 글이다 싶더니 M25에서 봤던 글이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
Commented by 토달 at 2008/08/18 18:21
새앨범 나오나효? ㄷㄷㄷ 벌써부터 기대가
Commented by 섹시미롹양 at 2008/11/20 15:48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 싸이에 퍼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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