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너의 다큐멘트>

농반진반이겠지만 '홍대앞 3대 미녀'리스트가 최근 돌아다녔다. 요조, 뎁, 연진이 그 주인공인데 나는 이 리스트를 처음 듣고 의문을 가졌다. 아니, 한희정은 왜 없지? 한희정은 그동안 더 더, 푸른 새벽의 여성 보컬로 이름을 알려왔다. 나긋나긋하게 처진 목소리와 차분한 무대, 그리고 이쪽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보기 드문 외모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디의 여신으로 추앙받아왔고 (이쪽 팬들 말에 따르면) 홍대앞 얼짱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니 이 리스트에 그녀의 이름이 없다는 건 자못 의아한 일인터에,  최근 다시 접한 리스트는 4대 얼짱으로 범위를 넓혀 그녀의 이름이 올라가있었다. 혹은 여전히 3대 얼짱이되 기존의 누군가가 빠진 리스트도 있었다. 초기의 인디 씬에 홍대 꽃미남 3인방 따위는 있었어도, 3대 미녀가 등장한 건 처음이다. 이를 그동안 인디신에서조차 뚜렷한 주체적 지위를 누리지 못했던 여성들에 대한 주목이라 보는 건 지나친 일일까. '누군가'가 아닌 '누구들'로 묶일 수 있을 만큼 세력화되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주로 기타팝 밴드에서 목소리만 제공하는 정도의 소극적 역할을 맡거나, 혹은 그저 멤버일 뿐이었던 병풍에서 나름의 아이돌형 뮤지션이 등장하고 있다는 건 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들 중에서도 한희정은 남성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요란한 팬덤이 있었다거나, 대기실과 사무실로 온갖 선물과 편지가 답지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고 조용하고 은근하지만 끈질기고 꾸준했다. 

<너의 다큐멘트>는 지난 해 푸른 새벽의 조용한 해체 후 한희정이 내놓은 첫번째 솔로 앨범이다. 그동안 몸담았던 밴드의 특성상 포크나 기타팝을 들려주지 않을까라는 게 조심스러운 예상이었다. 어느 정도는 맞다. 이 앨범은 그녀가 지켜온 고유한 정서를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일렉트로니카를 대폭 수용한다. 엔지니어로 참여한 못의 이언의 공일 것이다. 외피는 달라졌어도 본질은 그대로다. 한희정은 여전히 큰 굴곡없는 멜로디속에서 표현할 드라마를 모두 표현한다. 앨범의 초반에 배치된 곡들에서는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방구석에 은둔해있는듯한 침잠이 아닌, 아주 살짝 팜 파탈의 결기를 비추는 것이다. 위험한 매혹이랄까. 보도자료는 <너의 다큐멘트>를 '가요'로 규정하고 있다. 통속적이고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란 의미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리 천편일률적이지많은 않다. 섬세한 사운드의 결속에 더욱 섬세하게 들어찬, 한 여성의 고유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가요'다. 사실 이런 음악이야말로 진짜 대중음악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적어도 대중음악을 자기 자신을 스스로의 의지가 담긴 방법론으로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으로 규정한다면 말이다.


by 김작가 | 2008/08/16 19:48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1) | 덧글(15)
트랙백 주소 : http://zakka.egloos.com/tb/386692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책과 음악과 함께하는 .. at 2008/09/25 08:58

제목 : 긴팔을 입어야만 하는 날이예요
오늘은 더위를 타는 저로서도 추워 긴팔을 입어야만 했어요 어제 신랑 긴팔 와이셔츠를 다려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 매일 아침처럼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출근을 했습니다. &lt;한희정의 너의 다큐멘......more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08/17 00:05
홍대 3대 얼짱, 4대 얼짱, 저도 공연장에서 그런 멘트 듣고 살짝 기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클라 at 2008/08/17 01:32
좋은 앨범이지요.
Commented by kjun at 2008/08/17 03:42
ETP 때문에 희정여신 공연을 포기했는데 희정여신 백밴드로 무려 불사조가 참여했다고 하더군요. 비와서 고생했던 ETP 따위 포기하고 그냥 희정여신 보러갔었어야 마땅했습니다.
Commented by tivrusky at 2008/08/17 16:03
푸른새벽 시절보다 저는 이 앨범이 더 좋더군요!
Commented by 소마 at 2008/08/17 22:14
아니, 이 분 처음 보는데 목소리도 좋고(^^) 음악도 괜찮네요.
Commented by 피노 at 2008/08/18 21:57
허어어억. 왠지 듣고보니 화면에서 눈을 땔 수가 없네요. ㅋ
Commented by 란레르트 at 2008/08/18 22:55
저도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ㅠㅠ 앨범을 꼭 질러야겠습니다 ㅇㅇ
Commented by 腦博士™ at 2008/08/19 16:23
하도 안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앨범이 나왔다길래 부랴부랴 샀지요..
Commented by 겔군 at 2008/08/20 11:21
와!!!! 한희정님 앨범이 나왔었군요.. 몰랐네요..
친구 덕에 직접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빨간 빵모자가 너무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지르러 가야겠네요 노래도 좋네요~!
Commented by 겔군 at 2008/08/20 11:57
아참 저도 이 영상 퍼갈게요 :)
Commented by juslisen at 2008/08/20 15:54
미친동안이지요... 쓰고 버리는 일회용음악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이런 팝들이 늘어나는게 정말 기분 좋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20 23:51
전에 네스티요나 공연보러갔을때 보았는데 정말 귀여우셨단..앨범도 한번 사야할듯하네요 은근 괜찮은듯 ㅍㅍ
Commented by tomtom at 2008/08/21 17:20
홍대 3대 여신님이라.... 디씨인밴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지요. ㅎㅎ
Commented by 세리 at 2008/09/29 15:15
한희정이 제일 좋아!!!!
Commented by masaruboo at 2008/10/07 10:15
ㅋㅋㅋ 전 한희정님 좋아해요~ ^^
근데 요조도... 뎁도... 타루도... ㅎㄷㄷㅎㄷㄷㄷ
노래들이 너무 좋아요~
근데 왜.. 미스티블루는... 없는거시야! ㅋ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문화정책 아이돌 그린데이 이병우 전망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아감벤 오아시스 들뢰즈 2010 루시드폴 트위터 맑스 철학성향테스트 씨엔블루 페스티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내한공연 인디 국카스텐 글래스톤베리 어떤날 밥딜런 매시브어택 레미제라블 VampireWeekend 블로그 FnC Contra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