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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야 휴가가 시작되면 만고땡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란 그런 게 없다. 메워야할 지면이 있고 처리해야할 일이 있으며 출연해야할 방송이 있다. 출국을 하루 남긴 오늘, 어떤 기준으로 어제는 정말 대단한 생지옥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방송 대본을 후다다닥 쓰려 했으나 출연자가 황석영 선생이다보니 후다다닥 쓸 수 없어 꼬물꼬물 쓰게 되고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일정을 한 주 당겨 녹음하는 라디오 코너 준비를 하다가 당초 계획을 변경, 어머니를 작업실로 불러 밀린 빨래를 좀 가져가시라는 사상 초유의 부탁을 해버렸다. 집에 갔다올 30분의 시간을 벌었다고 여유작작하기에는 그래도 곤란한 상황. 방송에서 언니네 이발관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파일은 있고 씨디는 없는 상황. 완제품이 어제 나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퀵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받아 부랴부랴 엠비씨로 출발. 거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방불케하는 상황속에서 녹음을 마치자마자 다시 엠넷으로 출발. 택시안에서 머리가 빠지는 게 느껴질 정도의 스트레스속에서 녹화를 끝내고 다시 작업실 고고. 하나만 쓰고 가면 되겠지, 했으나 이게 왠 걸. 뒤늦게 내일까지 마감해야할 원고가 몇 개나 더 있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출발은 아침 여덟시 오십오분 비행기. 따라서 일곱시까지는 인천공항으로 가야한다. 물론 짐은 아직 싸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티켓도 출력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아직 마감은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다섯시반쯤 집에 도착해서 대충 짐을 싸려면 여기서 다섯시에는 출발해야한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 그 시간동안 과연 나는 세개의 원고를 끝낼 수 있을까. 여느 때 보다 압도적인 꽁초가 재떨이에 쌓여간다. 그 모양새가 꼭 시한폭탄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모래시계처럼 보인다. 아악.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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