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엑스 <Old>

검엑스는 97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용원(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결성된 3인조 멜로 펑크 밴드다. 초기 드럭에서 검(Gu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들은 크라잉 넛, 노 브레인, 위퍼, 18크럭(비바 소울의 전신)으로 이어지는 당시 드럭 밴드의 막내격 존재였다. 후일 더 멜로디를 결성하는 김원구가 빠지고 현재까지 베이스를 잡고 있는 이근영이 가세했다. 하루 10시간 내외의 합주 및 곡 작업을 강행하며 검엑스로 이름을 바꾸고 2002년 일본의 메이저 레이블인 토이즈 팩토리와 계약, 2003년 데뷔 앨범 [What's Been Up?]을 일본에서 발매하며 그 해 후지록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그 무렵 현재 드럼을 맡고 있는 최건이 가입했으며 이 앨범은 일본내에서 약 2만장이 판매됐다. 2004년 [Green Freakzilla] 발매 후 멤버 전원이 군입대, 공백을 가진 후 2007년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제목<전문가 리뷰> 라이브와 앨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밴드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작가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90년대 중반 그린데이와 노에프엑스(NOFX)등에 의해 탄생한 팝 펑크, 또는 멜로 펑크는 일본으로 건너가 하이 스탠다드라는 글로벌 스타를 탄생시키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들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홍대앞을 중심으로 멜로 펑크를 연주하는 팀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났고, 검엑스 역시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흔히 펑크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은 연주를 못해도 된다는 것이지만, 멜로 펑크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연주력이 필요하다. 기교보다는 멤버간의 빈틈없는 호흡이 필수다. 검엑스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바로 그 호흡에 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각 파트의 연주 말이다. 검엑스가 앨범 데뷔 시절부터 구사해온 이 호흡은 음악의 밀도와 긴장감을 높이는 가장 큰 힘이었다.

검엑스가 군복무후 내놓은 첫 앨범인 [OLD]역시 검엑스가 가진 장점 위에 멜로 펑크의 약점을 극복한 작품이다. 엘르가든 등 이 계열 음악이 가진 최대의 단점은, 골수 팬이 아닌 이상 이 노래가 그 노래 같고, 그 노래가 저 노래 같다는 점이다. 곡들의 구성이 큰 차이가 없는 데다가 멜로디만 조금씩 다른 밴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앨범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가 질리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라이브용 음악이라는 지적도 있어 왔다. 그것도 객석 뒤편에서 팔짱 끼고 보면 한없이 지루하고, 모싱 핏에 뛰어들어야만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검엑스는 12곡의 트랙에 각각 구성의 완급과 선연한 멜로디를 입힘으로써 각자의 색깔을 입힌다. 스포츠로 말하자면 오직 주먹을 써야한다는 전제 속에서 스트레이트와 훅, 어퍼컷과 크로스 카운터를 고루 고루 구사하는 테크니션 복서와 같다.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고 있는 이용원의 팝센스는 지난 두 장의 앨범에 뒤쳐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 팝적인 멜로디가 [OLD]를 질주한다. 앨범의 첫 네 트랙이 전형적인 멜로 펑크 트랙으로 이들의 정체성을 선연히 한다면, 다섯번째 곡 부터는 슬슬 완급을 조절한다. 그리고 여기서 부터 이 앨범이 매니아용 음악이 아니라 대중성을 갖고 있는 근거가 시작된다. 이미 고등학교 때 '소녀'같은 멜로디를 썼던 그였다. 쉴틈없이 질주하는 연주위에 얹히는 멜로디는 종종 따로 때어서 생각해보면 왠만한 주류 대중음악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만약 그가 작심하고 작곡가로 나선다면 멜로디 부재의 가요계에서 꽤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이야기'의 살랑거리는 음표들을 적당히 예쁜 목소리의 여자 가수가 적당히 예쁜, 즉 보다 대중친화적인 편곡으로 재현한다면 만만치 않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멜로 펑크의 미덕과 방법론에 충실하면서도 장르의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올해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출연한 검엑스는 빈틈없는 라이브로 찬사를 불렀다. 한 곡이 끝나고 쉴틈없이 다음 곡으로 이어지길 30여분여, 역시 쉬지 않고 달렸다. 그들의 라이브를 보면서 '머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 10년간 얼마나 스스로를 단련해왔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 라이브에서의 박력은 앨범에도 여과없이 기록되어 있다. 흔히 라이브에 강한 밴드가 앨범에서는 무언가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검엑스는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고 라이브와 앨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또 하나의 밴드가 됐다. 그래서 [OLD]는 그 많은 멜로 펑크 밴드들이 왜 인디 신에서도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쇠락했는지를, 역지사지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왜 검엑스가 '밴드들이 좋아하는 밴드'로 불리는지를 말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당초 국내 발매 계획없이, 일본에서만 발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발매됐다. 4곡에 한글 가사를 붙여 다시 불렀으며 마스터링을 다시 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일본반만 있었다면 올해 한국 록계는 좋은 앨범 한 장을 놓치고 말았을 테니까.

by 김작가 | 2008/08/02 06:3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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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약모자 at 2008/08/02 12:28
돌아온 껌엑스 캐환영-///-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08/02 13:10
이 친구들 ebs에서 봤는데, 참 잘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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