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

촛불은 진화하고 있다. 문화제에서 집회로, 그리고 축제로. 공간도 진화하고 있다. 광장에서 거리로, 그리고 거리 전체가 광장이 되고 있다. 한 시대의 에너지를 모두 녹여내서 보다 발전한 그 무엇으로 만들려고 하는 듯, 촛불은 모여 불꽃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여고생들이었다. 전통적인 집회의 문화를 알리가 없는 그들은 그래서 더욱 자유로웠다. 삼삼오오 모여 격식없는 발언을 하고, 무료함을 달래고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원더걸스의 '텔 미'를 불렀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들이 당긴 방아쇠가 작약을에불을 질렀다. 수백에서 시작된 숫자는 결국 수만이 됐다. 마침내 울려 퍼졌다. 김민기의 '아침 이슬'이. 가장 대중적인 노래가 결국 가장 정치적인 노래를 소환했다.

유신 정권에서 출발하여 87년 6월의 서울 하늘에 울려 퍼진, 그리고 지금 흐르는 '아침 이슬'은 한국의 'Get Up, Stand Up'이다. 서구의 집회 어디서나 울려 퍼지는. 밥 말리의 그 노래. 흥겨우면서도 뜨거운, 그리고 결연한 그 노래 말이다. 또한 한국의 'One Love'이기도 하다. 자마이카의 좌와 우를 하나로 만들었던, 사랑과 평화의 주제가. 만약 한국도 겨울 없는 나라였다면 '아침 이슬'은 보다 밝은 멜로디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시대에 우리에게 축제라는 게 있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김민기가 이 노래를 만든 건 스무살. 훗날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침동산의 풍경을 마음에 비춰 묘사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시대적 의미로 쓰이더라. 아마도 내 노래에 우리의 풍경을 담은 '스토리'가 있으니 수용자들이 시대상황에 따라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아무 의도 없이 만든 노래를 들은 사람은 달랐다. 그의 선배인 김지하는 회고록에 '언뜻 생각이 미치는 것은 저것이 필경 '금지곡'이 되리라는 거였다'고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적고 있다. 그의 예감이 맞았다. 1971년 발표된 그의 첫 앨범은 선보였을 때 '한국 가요를 세계 수준으로 높여 놓은 곡'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침 이슬'은 심지어 건전가요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스레 시대에 맞서는 청년들의 주제가가 되자 1975년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이 노래를 다시 방송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1987년 6월 항쟁 후였다. 당시 이한열 추모제를 위해 서울시청앞에 모인 100만 시민이 '아침 이슬'을 합창하는 걸 보며, 김민기는 "아무리 개인적인 심정으로 만든 노래지만 그 순간에는 이건 내 노래가 아니구나 싶었다"라 느꼈다고 한다. 

'아침 이슬'은 김민기의 마음에서 나왔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의 마음은 달랐다.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침 이슬'은 김민기가 바라본 세상이 아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그린 노래가 됐다. 만들어진지 40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그 때와 마찬가지다. 이 노래는 결코 민중가요가 아니었지만 어떤 민중가요보다 뜨겁고 아름다운, 민중의 노래가 됐다. 70년대에 흘렀던 '아침이슬'은 결국 유신정권을 비참하게 끝냈다. 80년대 이 노래가 다시 합창됐을 때 우리는 승리했다. 지금 또 한번 '아침 이슬'이 광장에서 메아리친다. 노래가 끝났을 때, 우리는 어떤 봉우리에 서있을까.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by 김작가 | 2008/06/07 01:06 | 스토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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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galo at 2008/06/07 09:23
진정성. 지금은 죽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건배.
Commented by at 2008/06/07 09:27
좋아요 이 글
Commented by bk at 2008/06/09 17:54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Commented by 흰곰 at 2008/06/10 04:35
이 노래가 다르게 들리네요...
오늘 10일 현장에서 뵜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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