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턴 루디스카 <Skafiction>


고대로부터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건 북과 나팔, 즉 타악기와 관악기였다. 심장에 대응하는 타악기가 투쟁심을 고양시켰다면 성대와 호응하는 관악기는 사기를 북돋았다. 마을의 축제, 국가의 행사에서도 관악기의 역할은그와 같았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이성과 숭고를 상징하는 현악기에 밀려 났지만 성대의 울림을 증폭시키는 관악기의 힘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관악기가 다시 앞에 나선 건 재즈가 탄생하면서 부터다. 흑인들은 클래식과 다른 방식으로 브라스를 연주했고 그들에 의해 브라스는 재발견됐다. 숨어있던 가능성들이 만개시킬 수 있었다. 스카 역시 브라스가 주도하는 음악이었다.

70년대 영국 백인 노동자 청년과 자마이카 출신의 흑인들이 어울리면서 탄생한 스카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9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다. 클래시부터 랜시드에 이르는 스카 펑크 밴드들이 당시의 한국 펑크신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하면서 부터다. 펑크팬들은 업비트와 셔플리듬이 만들어내는, 주체할 수 없는 흥겨움에 그 뿌리까지 파들어갔고 스페셜스, 매드니스 등 70년대 영국 스카 밴드들을 발견했다. 현재 세계 정상급의 스카 밴드로 자리잡고 있는 일본의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가 알려진 것도 그 즈음해서다.

브라스 악단이 널리 퍼져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브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밴드가 없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일반적인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은 많았어도, 브라스는 클래식과 재즈 안에서만 유통되고 교육됐던 탓이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국내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브라스 밴드다. 레게에 뿌리를 둔, 70년대 후반의 영국에서 탄생한 스카를 중심으로 스윙과 덥을 연주하는 이 밴드의 멤버는 총 9명. 그 중 브라스만 네 명이다. 트럼펫 주자가 두명, 그 외 트럼본과 색소폰 주자가 전면에 나서 사운드를 이끈다.
 
이들의 음악적 근간은 자마이카를 비롯한 서인도 제도의 음악에 있다. 레게가 탄생한 바로 그곳 말이다. 어깨를 들썩일 수 밖에 없는 흥겨운 리듬과 제대로 된 스카 사운드로 홍대앞과 이태원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스카와 레게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적잖이 그들의 팬이 됐다. 이들의 공연에서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밴드가 결성된지 약 5년, 그 동안 한국의 음악 문화에서 생소한 브라스 밴드라는 형태를 완성하고, 레코딩 노하우를 익힌 끝에 데뷔 앨범 <Skafiction>을 냈다. 기타나 키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현 영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브라스의 약점을 이들은 가볍게 극복한다. 우리가 이제껏 만난 적 없던 제대로 된 스카 사운드를 펼친다. 흥취와 여유, 그루브가 어우러진 열 한곡의 노래가 펼쳐진다. 그 중 일곱곡이 연주곡. 스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곡들이다. 보컬이 들어간 노래들 중에서는 요조가 피쳐링한 '슈팅스타'가 귀에 상큼하게 감긴다. 성큼 다가온 올 여름의 배경음악 후보의 영순위로 이 앨범을 올린다. 태양이 작렬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겨울없는 나라로 가는 편도 티켓이 여기에 있다.


Shooting Star (Feat. Yozoh)

by 김작가 | 2008/05/22 19:0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zakka.egloos.com/tb/375356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kudoku at 2008/05/22 19:50
어디가서 구할 수 있을까요?
쇼케이스에 못 가서...ㅠ.ㅠ
Commented by 김작가 at 2008/05/22 19:50
앨범발매됐습니다. 음반매장으로 달려 가세요!
Commented by minidriver at 2008/05/23 00:52
선화화이팅!
Commented by 석율 at 2008/06/07 20:12
김작가형님 글 잘읽었어요. 너무 잘써주셨네요^^ 고마워요 헤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맑스 루시드폴 전망 문화정책 페스티벌 밥딜런 인디 국카스텐 들뢰즈 Contra 오아시스 블로그 트위터 씨엔블루 2010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이병우 FnC 철학성향테스트 VampireWeekend 아감벤 그린데이 매시브어택 레미제라블 글래스톤베리 내한공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어떤날 아이돌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