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요즘 시국이 하도 황당해서
왠만한 일에는 포스팅도 안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건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두 건이나 터졌다.

엊그제는 광우병 촛불 시위를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광우병 '유언비어' 단속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할 일이 없으신가보다.

나는 엊그제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홍대앞 아무도 안 들어가는 골목 뒷편에 묶어뒀는데
누가 뽀려간 것이다.
그것도 새벽 3시에.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썼다.
물론 사진도 제출했다.
비싼 물건이고 구체적인 특징이 다 있으니
최대한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원래 신고할 생각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잃어버린 자전거를 경찰에 의해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따위
진작부터 없었다.
그래도 했다.
같이 있던 친구들이 일단 해놓으라고 해서 했다.

광우병 관련 뉴스를 보니
심히 이기적인 걱정이 앞선다.

그렇잖아도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하는 경찰이
청계천 출동하고
인터넷 뒤져서 유언비어 잡아내면
내 자전거는 누가 찾아주나.

경찰은 바야흐로 민중의 지팡이라고
일찍이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워 알거 있거늘
속타는 일개 민중의 고초를 해결해줄 시간에
속타는 민중들을 잡아 넣으려고 하니
도대체 이 나라는 어찌 돌아간 거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홍대앞을 걸었다.

한적한 주택가
경찰차가 세워져있었고
그 안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민중의 지팡이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한적한 주택가는
내 자전거를 잃어버린 장소에서
100미터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다.


뭘 더 바라겠나. 진짜.

by 김작가 | 2008/05/06 21:47 | private pres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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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earami at 2008/05/11 16:43
글 읽고났더니..참 우리는 어이없는 세상에 살고있단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주노삼촌 at 2008/05/12 23:45
아니... 제피파리가 도난??
썽이샾에서의 실물 첫만남에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바로 그 제피파리??
이거 참.. 남의 일인줄만 알았던 사건이.. 이럴수가..
안타까운 마음이 지나자 이거 살짝 화가 나려고 하는데??
범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태연스레 홍대앞을 타고 돌아댕길 가능성이 75% 이상이라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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