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스 <PAX>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발매한 로로스는 벌써부터 빅토리 로드에 올라선 듯 보인다. 2006년이었던가. 이들의 데모를 지인이 메신저로 건내줬을 때의 그 신선함을 잊지 못한다. 그 때 알아보니 업계의 선수들 사이에서는 진작 유망주로 꼽히던 팀이었다. 지난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헬로 루키라는 신인 발굴 코너에서 그들은 심사위원 전원의 찬사를 자아냈다. 연말에는 올해의 헬로 루키로도 꼽혔다. 그 한참전에는 쌈지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고수로 선정되어 일만명의 관객을 감동시켰다. 지난 1일 홍대앞 클럽에서 가진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는 25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신인 밴드의 공연으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플라스틱 피플의 김민규는 이들을 "홍대앞의 아이돌"이라고까지 했다.

키보드와 보컬을 함께 담당하는 도재명을 중심으로 두 대의 기타와 베이스 드럼, 그리고 첼로와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는 제인. 이렇게 여섯명으로 이뤄진 로로스는 왜 귀밝은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가. 당연하게도 이들의 독특한 음악 때문이다. 시우르 로스를 연상케하는 건반의 진행과 바이올린처럼 활을 써서 연주하는 기타, 그리고 농밀하게 깔리는 첼로는 이들의 음악을 이끄는 견인차다. 강과 약의 대조가 분명한 리듬 파트는 선율과 소리결이 만들어내는 고양감을 한껏 고취시킨다. 역시 시우르 로스의 감성, 즉 안개 낀 새벽 너머 보이는 희미한 형체를 느꼈을 때의 황홀감 같은 것들이 그들의 음악에 깃들어있다. 로로스의 데뷔 앨범 <PAX>는 미처 그들에 대한 입소문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가랑비 같은 작품이다. 한국의 인디 음악이 진화하고 있다는 기록지이기도 하다. 희노애락의 단선에서 벗어나 그 내부를 농밀하게 살피는 새로운 감성이 이 앨범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언제나 음악팬들은 '썸씽 뉴'를 기다려왔다. 이 앨범은 그 기다림에 대한 충실한 보답이다.

시우르 로스와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유사의 논란에서 벗어나 같은 선상에 병치시킬 수 있는 상사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로써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보다 강하게 확립할 때 이들의 빅토리 로드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인디 음악이 걸어온 길고 험난한 여정에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 길의 이정표에 <PAX>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입구는 아직 작다. 막상 그 길을 걸을 때의 넓이가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서는 강하게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넓어지리라. 아마도 분명히.


P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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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 2008/03/12 17:03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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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aost's me2DAY at 2009/03/20 10:44

제목 : 유니의 생각
로로스...more

Commented by 태엽이 at 2008/03/12 19:55
앗... 다음주 뮤지스탤지아 초대손님이군요...
Commented by at 2008/03/13 00:36
이번 앨범도 매우 좋았지만 처음 EP를 들었을때의 그 떨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 특히 쌈싸페에서 도재명씨가 함께 히얼아이엠~을 해 달라 요행했던 에피는 아직도 기억 속에서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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