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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 굴리면 끝장
한국의 모던 록이 뭐냐 묻는다면 간단히 대답하긴 힘들다. 하지만 좋은 예라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은 있다. 김민규가 만들고 부른 노래들이다. 델리 스파이스, 그리고 스위트피를 통해서 그가 만들어온 음악들은 한국 모던록 감성의 원형이다. 스위트피의 세 번째 앨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그가 모색하는 새로운 길이다. 앨범 발매 직후, 그리고 12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공연이 끝난 후 나눴던 핑퐁대화를 재구성해봤다. 김작가 콘서트도 끝났으니 좀 쉬는 중인가. 김민규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는데 왠 걸. 이번 공연을 전부 녹음하고 촬영했다. DVD와 CD로 낼 생각이다. 그래서 촬영과 녹음분량 일일이 모니터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식객>에 음악을 주기로 해서 그 작업도 해야한다. 쉴 틈이 없다. 김작가 12인조 오케스트라와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다. 아니면 맛뵈기로 몇 곡 하거나.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라가 깔리더라. 김민규 록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딥 퍼플도 했고 메탈리카도 하지 않았나. 포티쉐드도 그렇게 했었는데 그 라이브를 보니까 원래 음악보다 훨씬 좋더라.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김작가 결과는 만족스러웠나. 김민규 힘들 줄은 알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회도 많이 했다. 그 전에는 밴드 음악만 신경 쓰면 됐는데, 연습할 때 스트링까지 챙겨야 하니까 정말 힘들더라. 그래도 막상 본 무대에서는 필이 다르더라. 신시사이저가 아니라 실제 현악기가 뒤에 깔리는 데, 그 감싸는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김작가 얻은 게 있나. 김민규 사람은 역시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한다. 다음번엔 한 60명인조 오케스트라 데려다가 해볼까?(웃음) 김작가 3집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포크에서 벗어나 일렉트로니카를 많이 도입했다. 김민규 스위트피 활동을 98년부터 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그런 음악을 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잖아. 지금까지처럼 혼자 어쿠스틱 기타 매고 하면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렉트로니카 아니면 헤비하게 하려고 했는데, 둘을 절충했다. 김작가 헤비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웃음) 김민규 나름대로 헤비하다. 크라잉 넛이나 노 브레인과 조인트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김작가 이전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석원과 유희열은 색다르다. 김민규 나는 아직도 레드 제플린에서는 지미 페이지가 멋있고 스웨이드에서는 버나드 버틀러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노래를 해왔지만 한 발 자국 뒤로 물러나 보고 싶었다. 그런 걸 이석원을 통해 해본거지. 목소리가 야릇하잖아. 뭔가 색기도 있고.(웃음) 그런 느낌은 나한테 없다. 그리고 10년 넘게 이쪽에서 같이 있으면서 작업을 같이 해본적이 없다보니 결과물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유희열 같은 경우는 내가 토이 앨범에 노래를 하러 갔는데 기타도 치게 됐다. 자기는 뭐 도와줄 거 없냐고 하더라. 마침 피아노 녹음이 아직 안된 곡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한마디로 퉁친거지.(웃음) 김작가 앨범에는 만족하나. 김민규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김작가 다들 하는 얘기잖아 그건. 김민규 정말이다.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는 점에서 가장 만족스럽다. 김작가 결혼하고 나서 낸 첫 앨범이다. 결혼하니까 음악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달라지는 게 뭔가. 김민규 안정이 되는 데, 그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감정적으로 매마르고 뭘 해도 천편일률적으로 되고...감성적으로 말랑말랑해져야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지난 번에 남미로 여행도 갔다왔다. 낯선 환경에서 그 쪽 음악도 듣고 극한의 외로움도 느껴보니까 다시 말랑말랑해지더라. 향수병도 좀 생기는 것이.(웃음) 그래서 앨범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여기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기 힘들다. 그런 느낌이 들어야 곡도 써지는데. 김작가 창작의 근원은 과연 외로움일까? 김민규 아픔이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것에 익숙한 것 같다. 김작가 딜레마다. 성공하면 사실 아픔이 없어진다. 계속 아픔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김민규 그러니 여행이나 영화등 간접경험을 통해서 계속 말랑한 감정을 유지해야지. 오랜만에 앨범내는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일거다. 노래할 게 있어야 노래를 하지. 안 그러면 그냥 연기지. 물론 그 단계도 지나면 굉장히 능숙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겠지만. 김작가 델리 스파이스는 어떻게 되나. 김민규 이번 앨범에서도 그랬지만, 새로운 리듬에 대한 욕심이 너무 절실하다. 예전처럼 뻔한 8비트 리듬으로는 하고 싶은 게 없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안하겠지. 정형화된 모던록 스타일은 할만큼 했잖아? 공연하면서도 이걸 내가 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또 하면 우려먹기지.(웃음) 김작가 앨범을 내고 홍보를 하려면 음악 얘기를 하면 안된다. 신변잡기로 홍보를 해야한다. 루시드 폴도 음악이 아니라 학술대회에서 논문상 받은 것 때문에 화제가 됐다. 김민규 이런거 저런 거 생각하면 그냥 쉬어야 한다. 처음에 밴드할 때는 앨범 나오고 한 줄이라도 감상문 나오면 그 자체로 좋았다. 그런 느낌으로 가지 않으면 못한다. 철저히 내가 좋아야하지, 남들 생각하면 안된다. 요즘 종을 만드는 장인이 나오는 CF를 좋아한다. 그 장인이 그러잖아. "잔재주 부리면 끝이야! 혼을 담아야지!“ 계속 진심을 담아서 하다보면 그게 백년이 지나서라도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 다들 어려운 시기긴 하지만 언젠가는 돌려 받지 않을까 하는 거다.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김작가 그렇다고 환경 생각을 안할수도 없다. 김민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만족하면 끝이라 생각하면 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게 기준이라는 결론이 났다. 꼼수 부려서는 안된다. 김작가 당신은 시장 환경이 좋을 때 쌓아둔 성과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지만 시장이 망하고 들어온 친구들은 힘들다. 김민규 외국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 하다. 길거리 악사들 봐라. 정말 잘한다. 하지만 앨범한장 못낸다. 우리에겐 없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음악 정말 편하게 하는 거다. 왠만하면 클럽에 서고, 앨범도 쉽게 낼 수 있고. 어쩌면 그들은 우리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김작가 문라이즈는 당분간 쉬는 건가? 김민규 이제는 내 음악에 신경을 더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외적으로 에너지 뺏기는 게 힘들다. 김작가 나이탓인가?(웃음) 마흔을 목전에 두니 10년전에 비해 어떤가. 김민규 아무래도 모든 게 조심스러워진다. 옛날에는 즉흥적이었던 측면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 수를 두더라도 고민을 많이 한다. 디테일한 것에 목숨을 걸게 된거지. 김작가 나이먹으면 보통 여유가 생긴다고 하던데. 김민규 음악에 관해서는 쉽게 안되더라. 이번이 마지막일수도 있는데 잘해야지. 김작가 절박해진건가. 김민규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잖아. 예전처럼 매해 앨범을 낼 수도 없는 거고, 한 장 한 장에 부끄럽지 않은 걸 하고 싶다. 김작가 옛날 앨범 들어보면 어떤가. 김민규 다시 하고 싶은 것도 많지. ‘사수자리’같은 걸 들으면 통기타가 안맞는다던지 하는 기술적인 잘못들이 들린다. 김작가 감성에서는? 김민규 괜찮다. 그때는 그 때 나름대로의 감성에 충실했으니까. 김작가 일기도 10년 전 것 다시 꺼내보면 부끄럽잖아. 그런 건 없나. 김민규 하지만 그걸 지울 수는 없다. 무를 수도 없고. 예를 들어 ‘차우차우’를 들으면 내가 그때 정말 화가 나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김작가 뭐가 그리 화가 났었나. 김민규 록 밴드는 저항이고, 모싱을 배워보자 이런 담론들이 너무 싫었다. 그 중심에 우리가 있지도 않으니 저게 뭐하는 짓들인가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만 충실한 밴드는 밴드가 아닌건가 하는 반감도 있었고. 김작가 앨범외적인 활동들, 그러니까 프로모션 같은 건 어떤가. 김민규 앨범 내면 제일 힘든 게 방송과 인터뷰다. 알아서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설명을 해야하고, 방송 나가서 얘기를 해줘야하고. 그런 것들이 힘들지. 그런 거 생각하면 앨범 내는 게 두렵기도 하다. 열렬한 팬이 아니면 방송 한 번 보고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게 힘들다. 방송 나가서 음악 얘기를 막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 앨범은 누가 참여했고 컨셉은 어떻고 하는 뻔한 얘기만 해야하니까. 김작가 나도 음악에 대해 쓰면서 전문용어 쓰면 다들 싫어한다.(웃음) 축구랑 비슷한 것 같다. 히딩크 이전에는 압박, 공간창출 이런 말을 못썼다고 하더라. 독자들이 모른다고. 그런데 히딩크가 적극적으로 자기 전술을 얘기하고 이러면서 해설이 전문적이 됐다더라. 김민규 음악이 아카데믹한 분위기보다는 그냥 카페에서, 방에서 틀어놓는 정도가 된 것 같다. 연주나 가사는 중요하게 생각을 안하는 것을 보면 내가 뒤쳐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김작가 음악에 미래가 있을까. 김민규 음반을 안 살 수는 있어도 음악을 안 듣고 살수는 없다. 그러니 음악하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 너무 미래를 걱정하고 예상하는 것 보다는 대응해야할 것 같다. 현실에 맞게 대응하고 가야지. 주식격언에도 비정상적인 건 언젠가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나. 김작가 당신의 대응은? 김민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지. 버티기 힘들지만 여기서 손 털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 변화의 과정에 있는 거니까 변화가 끝난 다음을 봐야하지 않을까. 파토든 아니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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