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인정하는 그의 미덕은 열정과 성실이었다. 타고난 성품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혹여 남들에게 뒤쳐질세라 일했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입학했고 알아주는 회사에 취업했다. 학교와 군대, 직장 모두 성실한 사람에게 주는 상은 단 한번도 놓쳐본적이 없었다. 무엇이든 못할게 없었고 무엇이든 잘할 자신이 있었다. 단 하나, 연애만 빼놓고. 매사에 열정적이고 성실했던 그였지만 연애만큼은 단 한번도 기회가 없었다. 첫 사랑의 기억대신 수많은 짝사랑의 아픔만 있었고, 동정도 업소에서 때었으며 정기적인 성생활또한 돈의 힘을 빌려야 했다. 왜 그리 연애와 인연이 없을까.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눈이 높았던 건 아니었다. 그가 짝사랑했던 여인들은 대부분 다 고만고만했다. 그와 비슷하게 성실했고 소박했다. 그에게 끌린 여자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무릇 열정과 성실이란 자타가 공인하는 보편적 미덕일 터, 그런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여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애관계로 발전하기 전의 탐색전에서, 그녀들은 항상 그를 떠나곤 했다. "우리 친구로 남자"라던가 "넌 정말 좋은 사람이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야"라던가 하는 말을 남긴 채 그에게 쓴 소주를 들이키게 했다. 왜 그랬을까. 남녀상열지사에 있어서 만큼은 불성실기 때문? 역시 아니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은 여자에게도 항상 같았다. 어떤 여자든 일단 인연이 생기면 수시로 문자와 전화를 보내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스스로 최고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과 그동안의 삶이 증명하듯 세상 어느 커플보다 충실한 관계를 선사하겠노라는 의욕을 그녀들에게 어필하곤 했다. 어느 것도 숨기지 않고 무엇 하나 주저할 게 없었다. 긍극의 배려와 절대적 자상함을, 모든 짝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에게는 친구가 있었다. 그만큼 성실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외모도 비슷했고 조건은 오히려 딸렸다. 하지만 그는 알아주는 선수였다. 짝사랑 따위 풋내기의 증거라 생각할만큼, 찍는 여자마다 죄다 넘겼다. 그의 연애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얀 백색의 필름이었다면, 친구의 연애는 사건과 사건으로 점철되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않는 총천연색 영화였던 것이다. 또 한번 짝사랑의 아픔만을 간직하게 된 그, 결국 친구에게 상담을 했다. 왜 이제서야 그런 고민을 털어놓느냐, 나는 예전부터 니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는 식으로 운을 뗀 친구가 털어놓은 그의 문제점이란 이런 거였다. 연애란 포커와 같다. 포커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표정관리다. 때로는 '뻥카'도 치고, 때로는 별로 좋은 패가 아닌 것 처럼 위장도 해야한다. 초반에 패가 완성됐다 할 지라도 끝까지 무표정하게 배팅함으로서 상대의 배팅을 이끌어내야하는 것이다. 초반에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들어왔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상대는 드롭하고 판을 떠난다. 기껏 좋은 패가 들어와봤자 소용없는 거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그가 늘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상대가 그에게 끌려들기도 전에 늘 패를 까곤 했기 때문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항상 김치국을 사발로 들이켰던 거다. 공부든 일이든 혼자서 달려들면 해낼 수 있지만, 연애는 그게 아니다. 서로 동하고 믿음이 가야 성립하는 게 연애다. 그 과정에서 허장성세도 필요하고 호기심도 유발시켜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달라 붙는다. 만난지 이틀만에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하고, 매일 문자질하는 남자를 과연 어떤 여자가 받아들이겠나. 첫 눈에 반하는, 인생의 몇 안되는 기회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선수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승부의 타이밍을 아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는 한번도 도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성과 열정만으로 할 수 없는 일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는 소신 탓이었다. 그의 소신은 마땅히 칭찬받을만했으나, 청춘의 부메랑이기도 했다. 일간스포츠 섹시토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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