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ED SOUNDS BY BAZAAR - VOLUME 1>

해외 음반 사이트를 뒤지다보면, 가끔 낯익지만 낯선 이름이 보일 때가 있다. 한국에도 라이센스 되어있는 유명 패션지의 제호다. 동명의 아티스트일까. 그렇지 않다. 패션지들이 자신의 제호를 걸고 선곡한 컴필레이션 음반들이다. 장르도 다양하다. 라운지 부터 하드코어 테크노까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숨겨진 보석같은 음악들이 넘쳐난다. 패션지에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음반을 내는 이유는 음악과 패션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음악과 패션 사이에는 상호보완적인 공집합이 있다. 그 공집합을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힙합을 들으면 자연스레 크고 헐렁한 옷과 요란한 악세사리가 떠오른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어싱, 모히컨 헤어, 타탄체크 팬츠를 보면 자연스레 섹스 피스톨스 등의 펑크 밴드가 연상될 것이다.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패션으로 시각화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소리로 구현할 수 있는 뮤지션들과 2인 3각의 레이스를 벌였다.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의 철학을 음악, 패션, 문학 등 모든 표현방식을 통해 구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패션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려 하는 유수의 패션지들은 뮤지션들의 화보를 싣는 것만으로 모자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컴필레이션을 발매한다.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을 직접 들려주는 것이다. <COLLECTED SOUNDS BY BAZAAR - VOLUME 1>는 한국에선 낯설었던 이런 콜라보레이션의  첫번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90년대 중반, 인디씬이 등장한 이래 국내의 패션지들도 인디 밴드들을 많이 다뤄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그런 경향은 더 강했다. 그렇잖아도 획일적이었던 주류 음악계가 같은 시기에 철저히 대형 기획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자기 음악을 하는, 즉 자신의 세계관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뮤지션들이 인디 신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인디의 장르는 다양해졌다. 트렌드나 상업성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역량을 축적해온 뮤지션들의 음악성은 깊어졌다. 그래서 지금의 인디의 지형도는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공백으로 남았던 영역에도 주인이 나타났다. 아예 새로운 영역을 개발한 사람들도 있었다. 매스미디어의 관심은 사라지고 홍대앞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인디에서 부비부비 클럽(말세 클럽이라고도 하는)으로 바뀌었지만 외부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인디는 숙성과 확장을 병행해왔던 것이다. 이 앨범은 그런 인디의 현재진행형을 잘 보여준다. 담당 에디터에게 해설지 청탁을 받고 참여 아티스트와 수록곡을 들었을 때 나는 한 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주옥같군요." 입에 발린 찬사가 아니었다. 달리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만도 하다.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인디 신안에서도 자신만의 영토를 차지하고 또 만들어낸 팀들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제적 아티스트들의 문제적 노래다. 어떤 아티스트들의 어떤 노래길래? 자, 이제 그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다.

1.M.O.T-날개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은 못(M.O.T.)의 '날개'다. 그들의 데뷔 앨범인 <Non-Linear>에 담긴 곡이다. 이 앨범으로 그들은 순식간에 입소문의 중심이 됐다. 트립합과 재즈, 모던록이 결합된 음악에는 중독의 냄새가 났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농밀한 안개가 드리워 있었다. 다양한 사운드를 직조해서 짙은 멜로디위에 얹었다. 그것은 멜랑콜리였다. 그 멜랑콜리앞에 컬트적 팬들이 생겨났다. 2007년 발매된 두번째 앨범 <이상한 계절>에서도 그런 방향성은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헤드윅>의 감독인 존 카메론 미첼도 못의 팬으로, 내한해서 '날개'를 부르기까지 했다. 못의 보편성과 감성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이다. 

2.백현진-학수고대하던 날
문제적 아티스트, 이 말에 백현진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자 아라리요 소속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르네상스적 인간이다. 음악과 미술, 일러스트와 글까지 그의 표현 분야는 실로 다채롭다. 그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누구도 보려하지 않는 세계에 천착해왔다. 그 세계를 음악과 그림과 글로 풀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과 그림과 글을 불편해했지만(심지어 목소리까지도), 그는 그런 이들을 조롱하듯 꿋꿋이 자신의 세계를 추구해왔다. 그 결과 유럽의 유수한 아티스트들이 그와 공연을 하고 싶어했고, 그의 그림을 전시하고 싶어했다. 홍대앞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서 안부를 물을 때 마다, 그는 언젠가부터 해외 활동 일정을 들려줬다. 나는 그때마다 묻곤했다. 도대체 솔로 앨범은 언제 나오냐고. 2005년 초에 이미 완성된 앨범이었다. 발매만 늦어졌을 뿐이다. 그러니 '학수고대했던 날'은 공식적으로는 처음 세상에 빛을 보는 백현진의 노래다. 정말이지, 그의 새 노래를 들으려 얼마나 학수고대했던가. 어어부 프로젝트의 밴드 사운드에 힘입어 온갖 악기들과 부대꼈던 그의 목소리는 솔로 앨범에선 단촐하게 포크 편성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특유의 위악적 외침을 이 노래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풍자와 우화, 탈서사로 진행됐던 가사는 독백적 서술로 변화했다.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며 평범한, 그러나 비루한 일상속에 깃들어있는 인상적 순간을 백현진은 들려준다.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에는 백현진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라. 홍상수의 영화가 보일지도 모른다.

3.허클베리핀-연
허클베리핀의 3집 <올랭피오의 별>에 담긴 노래로, 밴드 최초의 러브송이다. 그런지와 노이즈 밴드로 출발한 허클베리핀은 이 앨범에서 그동안 보지못했던 서정을 선보였다. 그들의 음악에 따라 붙었던 깊숙한 상처가 치유되고 새 살이 돋아난 것이다. 이 서정은 마치 퇴근 후 바라보는 거울과 같다. 삶의 고단함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우리 일상의 모습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끝없는 기다림 서늘한 오랜 기다림'으로 대변되는 정서가 이소영의 담백한 보컬을 타고 점멸하는 수은등처럼 아련히 흐른다. 허클베리핀 최초의 러브송이지만 '사랑'이란 단어는 결코 나오지 않는 러브송. 그동안 밴드의 이름에 늘상 끼어 있던 잿빛 구름을 걷어낸 후의 따뜻한 볕이다.


4.모조소년-La Rosa
삐삐롱스타킹에서 함께 활동했던 달파란과 고구마의 프로젝트, 모조소년의 유일한 앨범에 담긴 노래. 2002년 뭉친 이들은 애초에 공CD를 음반으로 발매하고, 웹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아 공 CD에 굽게하는 형태의 음반을 기획했었다. 그러나 사정상 그 계획이 물건너간 후, 진짜 물을 건넜다. 노트북 한대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에서 음악작업을 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모여 앨범이 됐다. 'La Rosa'는 파리의 새벽 거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전해진다. 70년대 아트록을 연상시키는 짙은 무그음이 만들어내는 잔향과 복고적이면서도 운치가득한 보컬 멜로디. 달파란과 고무마의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작품중의 하나다. 하지만 지금 들어봐도 확실히 그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La Rosa'를 들으면 알 수 있듯, 이토록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고즈넉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을 당신은 또 만나본적이 있는가.


5.3호선 버터플라이-사랑은 어디에
2004년 초를 떠올려본다면, 3호선 버터플라이의 3집 <Time Table>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랑은 어디에'가 담긴 이 앨범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록 음악을 하나로 융합시킨 앨범이다. 그렇다 하여 사운드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선배들의 음악을 우려먹는 ‘얼치기 복고’를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들은 이 앨범을 통해 70년대 그룹사운드 시절의 울림과 80년대 가요의 감성, 지금의 일렉트로니카와 모던 록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했다. 그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시공간은 바로 21세기의 대한민국이었다. 이 동시대성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개성있는 모던 록 밴드,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위상이 이 앨범을 통해 높아졌다. '사랑은 어디에'만 해도 그렇다. 70년대 소울 밴드 스타일의 기타와 해먼드 오르간 모진 삶에 시달릴대로 시달릴듯한 남상아의 허무한 보컬이 짝짝 들어붙는다. 그러나 그 감성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서구지향적이었던 기존의 모던록 흐름에 이 앨범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앨범을 끝으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앨범을 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멤버도 대폭 바뀌고 성기완과 남상아는 각자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따라서  <Time Table>은 현재까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최고작이며 '사랑은 어디에'는 이 앨범의 백미이자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06 청년실업/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밴드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노래 제목은 더 그렇다. 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를 구사했던 눈뜨고 코베인의 멤버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청년실업의 음악은 정확히 70년대 포크, 그룹 사운드의 오마주다. 이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당신에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어 산울림이네'라는데 500원쯤 걸 용의가 있다. 샐러리맨의 피할 수 없는 비극, 정해진 출근 시간에 대한 촌철살인의 가사가 돋보이는 이 노래는 또박또박 끊어 부르는 보컬, 단순한 코드 진행과 복고적인 사운드로 2005년이라는 발표년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아마 직장인 중 이 노래를 들으면서 100%의 감정이입을 느끼는 사람들, 꽤 많을 것이다. 포크의 방법론을 빌어온 펑크. 이런 포크 음악은 없었다. 이런 펑크 음악도 없었다. 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게 아쉽다. 8곡이 담긴 데뷔 앨범 하나만으로 이런 재치있는 에너지를 추억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07 아마추어증폭기/ 금자탑

아마추어증폭기는 한밭의 원맨 프로젝트다. 독립영화인이기도 한 그는 말하자면 표현주의 음악가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이런 사조로 그를 정의하는 건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기교란 없다. 위선도 위악도 아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글은 못써도 일기는 쓸 수 있듯, 그는 딱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의 연주와 노래로 독백같은 이야기를 읇조린다. 2004년 발매된 두번째 앨범 <극좌표>에 담긴 이 노래는 열악한 녹음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타와 보컬 위로 붕붕 거리는 잡음이 말해주듯 말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다시한번 음악을 훈련과 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누구나 기타를 칠 수 있고 누구나 노래를 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거쳤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무의미한 내용같아 보이는 이 노래의, 아마추어 증폭기의 음악의 참된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한 곡만으로는 부족하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받아야한다.
08 소히/ 누구에게

소히는 90년대부터 활동했던 슈게이징 밴드, 잠의 베이시스트였다. 잠에서 석 장의 앨범을 녹음한 그녀는 밴드 해체 후 솔로로 독립, 홍대앞 놀이터와 클럽 빵 등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퉁기며 보사노바를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남자 싱어송라이터는 있었어도 여성은 찾기 힘들었던 때였으니만큼, 금새 화제가 됐다. 2006년에는 첫 솔로 앨범 <앵두>를 발표했다. '앵두'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등 주목할만한 트랙들이 담긴 이 앨범은 정통 보사노바와 삼바의 리듬이 물씬 춤을 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레코딩이다. 시간이 지난 후 이런 사운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듀서와의 작업으로 다시 녹음된다면 그녀의 음악은 충분히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던 포크 풍으로 시작해서 보사노바로 전환되는 ‘누구에게’는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읽을 수 있는 노래다.

09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뽀뽀
2007년에 등장한 신인들 중 가장 미래가 기대되는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다. 두 명의 죽마고우로 구성된 이들의 음악은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80년대 영국 스타일의 기타팝이 결합된 형태다. 그루브한 리듬이 전면에 나서고 운무처럼 깔리는 기타는 저 뒤편에서 지글거린다. 자아도취적이되 허무하게 들리는 보컬은 '뽀뽀나 할까, 말해뭐해' 같은 자조적인 가사를 반복한다. 그런 경향은 앨범 전반에 걸쳐 한치의 예외도 없이 계속된다. '뽀뽀'는 이 앨범의 첫 곡으로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운드를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노래다. 듣고 있으면 절로 춤을 추고 싶지만, 클럽이 아닌 방구석에서 홀로 즐기고 싶다. 혹은 방수 이어폰을 끼고 물속에서 춤을 추고 싶다. 아니다. 어쩌면 이들의 음악은, 어젯밤 춤을 췄던 꿈을 꿨던 너드들의 음악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일렉트로니카를 해석했던 뮤지션들은 적어도 국내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계보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그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10 머스탱스(The Mustangs)/ 바람
2007년 3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록 앨범'을 수상한 머스탱스의 음악을 들으면 딱 두 단어가 떠오른다. 야성과 광기. 이들은 신중현 이후 계보가 끊어지다시피한 한국의 사이키델릭록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장본인이다. 펑크와 노이즈록의 방법론을 통해서 무의식의 폭주를 음악으로 구현했다. 데뷔 앨범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적인 접근법을 보여주는 '바람'또한 마찬가지다. 절벽 끝에 매달려있는듯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는 이 노래에서 보컬이 나오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만으로 머스탱스는 감정을 쌓아나간다. 초조한듯 노래하는 황형철의 보컬은 노래 전체에서 하나의 악기에 지나지 않는다. 긴장과 긴장만 있을 뿐, 결코 이완을 허용하지 않는 밴드의 연주는 빨래줄처럼 팽팽하다. 끊임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머스탱스 사운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바람'과 함께 데뷔 앨범에 담겨있는 '유리병 스트레스'같은 곡을 들어보라. 이들이 더 이상 공연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땅을 치며 분해할테니.

11 더 문샤이너스(The Moonshiners)/ 한밤의 히치하이커

지금 홍대앞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슈퍼 밴드, 문샤이너스의 데뷔 싱글 <Uprising>은 그동안 시도되어왔던 정통 로큰롤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지금 이곳'이라는 화두또한 놓치지 않는 첫번째 사례다. 우리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멋스러움과 활력이 전후 서구사회의 순수했던 낭만을 타고 2000년대의 한국에 솟아오른다. 왜 로큰롤이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는지를 문샤이너스는 그들의 데뷔 싱글을 통해 호쾌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마땅히 느꼈어야 하지만 기회를 갖지 못했던 감성과 패기가 넘쳐흐르는 것이다. 늘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한밤의 히치하이커'는 이들의 직선적 에너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단순한 멜로디와 칼칼한 비트. 그리고 넘치지 않되 빈틈없는 편곡이 로큰롤의 원초적 매력이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한다. 문샤이너스의 로큰롤은 구닥다리 음악이 아니다. 척 베리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랬듯, 당대의 청춘들을 한 순간에 매료시킬 수 있었던 바로 그 에너지와 매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동시대적으로 보여주는 그야말로 멋의 표현이다.

12 Demicat/ Life streamin
드미캣은 이 앨범에 참가한 뮤지션 중 유일한 디제이다. 홍대앞 댄스클럽 비아에서 활동 중인 그는 2007년 디지털 싱글 <Natatika>를 내놨다. 하우스 비트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인스트루먼틀을 선보이고 있는 이 앨범에서 엠 플로나 다이시 댄스의 가능성을 느끼는 건 어렵지 않다. 이렇다할 홍보가 전무했음에도, 이 앨범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꽤 관심을 끌고 있는 편이다. 만약 그를 일본 하우스 뮤지션이자 DJ라고 해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대앞 댄스 클럽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소비만 있고 생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댄스클럽과 나이트클럽의 차이가 뭐냐는 힐난에도 대답할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미캣은 그 힐난을 피해갈 충분한 자격이 있다.

13.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멕시코행 고속열차
이들의 이름은 인디 신에 작은 전설로 남아있다. 세 명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스, 드럼으로 이뤄졌던 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는 그 재미있는 이름과는 달리 언제나 듣는 이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던 인스트루먼틀 밴드였다. 보컬 없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지를 증명한 팀이었다. 객석에 일반 관객보다는 뮤지션들이 더 많았다는 것도 이들 공연의 특징이었다. 2006년 발표된 이들의 두번째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은 이들이 보냈던 작지만 빛났던 시간의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속옷도 생기고 여자도 늘었다네를 대표했던 노래 '멕시코행 고속열차'는 그들이 인디의 역사속으로 사라지기 전 남겼던 우주로의 편도티켓이다. 한없이 뻗어나가는 멜로디, 불협의 미학을 한껏 과시하는 기타 하모니, 사운드의 중심에서 다른 연주들이 길을 잃지않도록 끈을 이어지지 않는 드럼과 베이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 컴필레이션에는 스튜디오 버전대신 클럽 빵에서 열렸던 이들의 해체 기념 공연 실황 버전을 담고 있다. 열악한 음질이지만 단언컨데 훌륭했던 밴드의 뜨거운 안녕이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하퍼스 바자' 2월호 부록으로 제공되고 있는 <COLLECTED SOUNDS BY BAZAAR - VOLUME 1>의 해설지.

by 김작가 | 2008/02/15 18:35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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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8/02/15 20:14
좋은 노래들이네요. ^^
Commented by CIDD at 2008/02/15 20:21
demicat도 나오군요. 반갑네요.

근데 한글로는 '데미캣'이라고 읽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불러달래요;
Commented by 속옷밴드 at 2008/02/15 22:24
아아..속옷밴드 마지막공연..
그 공연 갔었는데..참 아름다운 마지막이었죠-
그날의 음원이라니, 꼭 들어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2046 at 2008/02/15 22:47
'펄'에서 머리 할 때 바자에서 이 글 읽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_^
Commented by 때때로진실 at 2008/02/15 23:38
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요. 유니클로에서 얼마전까지 일정금액 이상 구매시 이 시디를 나눠줬었는데, 전 처음에 데미캣씨 곡이 수록된 걸 보고 순간 앗차, 싶더라고요. 인디라고 해서 기타만 잡는건 아니니 ㅎ
Commented by 정훈군 at 2008/02/16 11:35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동방초 at 2008/02/18 17:45
이거 때문에. 잡지 샀습니다..
Commented by 쇼코 at 2008/02/23 04:13
아아아ㅏㅇ아 갖고 싶다 듣고 싶어열.. 링크 좀 해주시지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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